“방산? 쳐다보기도 싫다”더니…T-50·KF-21 이어 ‘드론 잡는 드론’ 뛰어들었다[더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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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규 에어빌리티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나올 때만 해도 방위산업은 다시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개발과 사업 주기가 길어 스타트업이 버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인 항공기와 전투기를 만들던 개발자들이 요격 드론 스타트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를 들어봤다.
올해 선정된 스케일업 팁스는 약 30억 원 규모로 군집 드론 대응 요격체계 개발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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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2023년 동료들과 세운 에어빌리티는 지금 ‘드론을 잡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처음 목표로 삼았던 2인승 도심항공교통(UAM)은 뒤로 미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공격 드론의 위협이 커지고 UAM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뎌지면서다.
유인 항공기와 전투기를 만들던 개발자들이 요격 드론 스타트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를 들어봤다.
● T-50·KF-21 개발진이 만든 스타트업
에어빌리티는 2023년 ADD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들이 모여 설립했다.
류 대표는 김현순 최고기술책임자(CTO), 김건우 부사장과 함께 ADD에서 각각 25~31년 근무했다. 이진모 각대표는 현대차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을 거쳤고, 안민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LG전자 출신이다. 이재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제네시스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 임직원 35명 가운데 약 8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류 대표는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에서는 개념연구 단계에 참여해 형상 설계안을 제시했고, 체계개발 단계에서는 AESA 레이다 체계단장을 역임했다.
김현순 CTO와는 스텔스 무인기 ‘가오리’(KAORI-X1) 과제를 함께 수행했다. 당시 류 대표가 과제책임자, 김 CTO가 실무총괄을 맡았다. ADD에서 인공지능(AI) 분야를 담당했던 김건우 부사장은 올해 초 합류해 자체 AI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에어빌리티의 차별점으로 ‘실제 비행기를 만들어본 개발자들이 모인 팀’이라는 점을 꼽았다. 한국이 기본훈련기부터 4.5세대 전투기까지 짧은 기간에 잇따라 개발하면서 축적한 항공 개발 경험과 인력 네트워크를 스타트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 역시 유인기와 고속 전투기를 개발해 본 경험이 새로운 비행체를 빠르게 설계하고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드론 업체와는 항공기를 바라보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창업 당시 에어빌리티가 구상한 첫 사업은 개인용 2인승 UAM이었다.
류 대표는 조비 에비에이션 등 선두 업체들과 대형 기체 시장에서 정면승부하기보다 미국의 개인 항공기 수요에 주목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장거리 이동과 레저 목적으로 개인 비행기를 이용하는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고급 수직이착륙기 1000대를 대당 10억 원에 판매할 수 있다면 매출 1조 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첫 번째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전장에서 값싼 상용·FPV 드론이 정찰과 공격에 대규모로 활용되고, 이를 막기 위한 대드론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졌다.
류 대표는 UAM 기술 확보를 위해 3D 프린터로 1m급 소형 비행체부터 만들어 시험했는데, 주변에서 이를 군용 드론으로 활용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계속 받았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국방 사업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UAM 시장의 속도였다. 상용화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커졌고 투자자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결국 에어빌리티는 지난해 말 방위산업을 병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 대표는 “핵심 기술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 수직이착륙 기술을 사람을 태우는 데 먼저 쓸 것인지, 요격 드론을 싣는 무인 비행체에 먼저 적용할 것인지 순서를 바꿨다는 것이다.
민간 UAM 기업들의 방산 진출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아처 에비에이션은 방산기업 안두릴과 군용 자율비행기체 개발에 나섰고, 조비 에비에이션도 L3해리스와 방산용 하이브리드 항공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민간 항공과 군용 항공의 기술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군에서 비행 데이터를 축적한 뒤 향후 민간 유인 운송과 물류 분야로 확장하는 방안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도 “UAM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거리 비행을 위한 하이브리드 동력 기술도 무인기에 먼저 적용해 검증하고 있다”며 “여기서 쌓은 비행 데이터와 기술은 그대로 유인기로 이어진다. 투자가 확실하게 이뤄지면 UAM 프로젝트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방향을 바꾼 뒤 투자도 들어왔다.
에어빌리티는 지난 9월 1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사제파트너스(Sazze Partners)가 주도한 6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5억 원이다.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제파트너스는 그동안 AI와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해왔으며 방산 분야 투자는 에어빌리티가 처음이다.
에어빌리티에 따르면 사제파트너스는 항공기 개발 경험을 갖춘 팀과 그동안의 기술 성과, 빠르게 성장하는 국방 기술 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시리즈A 투자금은 무인기 요격체계인 킬체인 고도화와 양산체계 구축, 제품군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회사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누적 약 80억 원 규모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간 투자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올해 선정된 스케일업 팁스는 약 30억 원 규모로 군집 드론 대응 요격체계 개발에 활용된다. 2024년 선정된 딥테크 팁스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약 80억 원은 선정돼 협약을 체결한 연구과제의 전체 지원 규모를 합한 것으로 실제 자금은 사업 기간에 따라 연차별로 집행된다.
미국에서도 국방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달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은 올해 3월 미 육군과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데이터·컴퓨팅 제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10년짜리 기업계약(IDIQ)을 체결했다. 특정 대드론 체계 하나에 대한 계약이 아니라 안두릴 제품군 전반에 대한 주문 한도다.

에어빌리티가 우선 겨냥하는 시장은 해외다.
이 대표는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샤헤드 계열 무인기만 5만 대가 넘을 정도로 공격 드론이 대량으로 투입되고 있다며 하나의 무기체계로 모든 위협을 막기보다 여러 단계의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중국산 드론 부품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대만과 일본, 한국 등을 주목하고 있다”며 “대만이 앞서 있지만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는 올해 4월 태국 국영 통신사 NT의 자회사 NT iBuzz, 한국 헤리티지IT의 태국 법인 스마트오코 태국, 싱가포르 킬사글로벌과 4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태국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국경 감시와 공공안전·법 집행 지원, 재난 대응, 주요 시설 감시 등에 활용할 무인기(UAV) 솔루션을 공동 개발·배치하는 내용이다.
회사 측은 NT iBuzz가 방산 체계 분야 사업도 하고 있어 향후 협력 범위를 대드론 시스템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대드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실제 조달로 이어질 구체적인 요격 소요가 충분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해외 전장에서 요구되는 성능을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하면서 국내 조달 실적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국내에서는 아직 멀티콥터형 직격 드론 중심으로 논의되지만 해외에서는 고정익과 제트 추진 방식까지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가장 큰 걱정은 기술이 아니라 가격”이라며 “국내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레퍼런스를 만들고, 수익은 해외 시장에서 내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가 경쟁 상대로 가장 먼저 꼽는 곳은 우크라이나다. 실제 전장에서 대드론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검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프로펠러형 요격 드론은 이미 여러 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만큼 단순 물량 경쟁보다 모선을 활용한 공중발사 방식과 AI 기반 유도, 고속 요격 기술에서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향후 5년 안에 국내 방산 분야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와 AI,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나왔지만 방산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다”며 “10~15년이 걸리는 기존 방산 개발 방식과 달리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시험과 개선을 반복하는 스타트업이 맡을 수 있는 영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향후 2~3년이 중요한 시기라고 봤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항공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실제 개발 경험을 가진 기술 인력을 확보했지만, 서방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항공기 개발 공백이 길어지며 실전 개발 경험을 가진 인력이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이런 경험을 가진 인력이 새로운 형태의 무인기와 무기체계 개발에 투입된다면 우크라이나가 앞서 있는 대드론 시장에서도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가 개발 중인 모선형 요격체계와 AI 기반 요격 드론, 고속 비행체 기술은 후속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긱(Geek·괴짜)은 한 분야에 깊이 빠져드는 사람을 뜻합니다. ‘더긱스’는 기술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도전과 생각을 듣습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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