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유대·아랍, 손잡고 네타냐후 몰아내야”···예루살렘서 공동 연정 촉구 집회 [이스라엘 총선 르포]

조형국 기자 2026. 10. 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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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야권 진영의 유대·아랍 연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예루살렘|조형국 기자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 드럼과 피켓을 든 시위 참가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가디 아이젠코트 대표의 야샤르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진영과 아랍계 정당의 연정을 주장하며 1시간가량 시위를 벌였다. 파리 광장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관저 인근에 있다. 이스라엘 진보 단체 ‘스탠딩 투게더’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 예루살렘의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이 드럼을 어깨에 걸고 채를 꺼내 들자 확성기를 든 여성이 구호를 선창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선·후창이 끝나자 경쾌한 드럼 소리가 광장에 퍼졌다. “유대인과 아랍인, 파시즘에 맞서 싸우자”, “인종차별 정부 대신 공동 연립정부를 만들자”는 구호가 드럼 박자에 맞춰 이어지면서 20여 분 후엔 80여명의 참가자들이 파리 광장 절반을 메웠다.

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야권 진영의 유대·아랍 연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예루살렘|조형국 기자

드럼 소리가 점차 커지며 분위기가 고조됐고, 이후 색소폰과 플루트까지 가세하며 시위는 축제처럼 진행됐다.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중년 여성,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저마다 피켓을 들었다.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소녀들, 전동 킥보드를 끌고 온 배달 기사도 눈에 띄었다. 반가움을 표시하며 서로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오후 8시40분쯤 구호 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확성기를 든 여성이 외투를 벗고 본격적으로 구호를 선창했고 참가자들은 ‘오직 함께해야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문구를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함께 적은 피켓을 들고 도로 쪽에 나란히 섰다. 차량 운전자들은 헤드라이트로 피켓을 비추거나 구호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광장을 가득 채운 구호와 음악, 춤은 오후 9시15분쯤 마무리됐다. 늦은 밤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된 집회였지만 경찰 제재나 소음 단속은 없었다.

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야권 진영의 유대·아랍 연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예루살렘|조형국 기자

도로를 향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미카(77)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사는 이스라엘을 만들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밀어내야 한다는 정치적 이유, 소수자·약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권적 이유에서 유대·아랍 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니엘라(22)는 네타냐후 정부에서 강해진 인종차별과 정당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유대·아랍 연정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랍계 정당의 목소리도 이스라엘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며 공동 연정이 “평화로 가는 길이자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샤케드(20)는 유대·아랍 연정이 가자지구·서안지구의 목소리를 이스라엘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법한 점령을 끝내고 정의를 되살릴 방법”이라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인종차별을 끝내고 평화와 정의를 회복하려면 유대인과 아랍인의 연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야권 진영의 유대·아랍 연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해 드럼과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예루살렘|조형국 기자

이스라엘 내 소수자인 아랍계 정당 2곳은 지난 27일 실시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선거에서 잠정 19석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역사상 아랍계 정당이 차지한 최다 의석수다.

48석을 확보한 반네타냐후 진영은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 없이는 과반 61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강경우파 진영도 4년 전 총선보다 11석 줄어든 53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진보 성향의 이스라엘 시민사회는 최근 아이젠코트 대표의 자택이 있는 헤르츨리아, 네타냐후 총리 관저가 있는 예루살렘을 비롯해 텔아비브·하이파 등에서 반네타냐후 진영의 주요 정당에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을 촉구해왔다.

다만 반네타냐후 진영 내부의 우파 성향 정당들이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부정적이라 유대·아랍 연정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정부질서운동’ 등 시민단체는 오는 31일 텔아비브 하비마 광장에서 유대·아랍 연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예루살렘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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