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타협·우회…검열에 맞선 미술 [.txt]

김경락 기자 2026. 10. 3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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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는 국가 검열이란 열쇳말로 한국 현대 미술사를 톺아본 책이다. '국가 검열에 맞선 한국 현대미술의 도전'이란 부제가 붙은 까닭이다.

국가 검열의 횡포와 미술인의 응전을 단선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으려 노력한 게 이 책의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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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과 월경의 미술사 l 홍태림 지음, 빨간소금, 2만3000원

국가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는 국가 검열이란 열쇳말로 한국 현대 미술사를 톺아본 책이다. ‘국가 검열에 맞선 한국 현대미술의 도전’이란 부제가 붙은 까닭이다. 분석 대상 기간은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로, 국가 검열의 무게 중심이 반공주의에서 도덕주의로 점차 옮아갔음을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해 가며 논증한다.

국가 검열의 횡포와 미술인의 응전을 단선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으려 노력한 게 이 책의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국가 감시망 속에서도 예술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때로는 타협하기도, 또 교묘하게 피해가기도 하는 응전의 결을 드러낸다. 저자 홍태림은 이를 ‘절충적’ 자체 검열과 ‘전술적’ 자체 검열이란 개념으로 풀어내며, “검열과 미술의 관계를 억압과 저항의 구도로만 볼 수 없는 길항의 관계”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이런 시각을 토대로 1980년대에 본격 등장한 ‘민중 미술’의 뿌리도 그 이전 시대부터 국가 검열과 길항해 온 선대 미술인의 응전에 있다고 홍태림은 말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자칫 묻힐 뻔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끌어내 담아냈다는 점이다. 1980년 광주항쟁의 국가 폭력을 증언했다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의해 강제 철거된 조각 ‘시민-1’을 제작한 최민화와 노동 만화 ‘깡순이’‘사장과 진실’을 그린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던 이은홍 등의 회고가 눈길을 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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