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리핀 국방 “中과의 군사 충돌 원치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을 것”

마닐라(필리핀)/안준현 특파원 2026. 10.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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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메모’ 꾸짖은 필리핀 국방 인터뷰
“동맹인 미국을 믿어야 하지만
국방·억지력은 스스로 챙겨야"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 국방부 청사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중국 외교관의 항의 메모를 보관한 액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필리핀 국방부

길베르토 테오도로(62)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달 열린 서울안보대화(SDD)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회의 도중 중국 외교관이 전달한 항의 메모를 그 자리에서 공개하며 “이것은 유엔 협약을 짓밟는 행위다. 강압과 괴롭힘, 공격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다. 당시 메모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이 “불법이며 무효”라는 중국 측 주장이 담겨 있었다.

28~29일 이틀간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국방장관회의를 앞두고 지난 12일 마닐라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테오도로 장관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우리 모두는 너무 오랫동안 중국 당국자들의 무례한 행동을 그냥 넘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체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그들을 상대할 수 있고, 민주사회의 가치를 악용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중국 측 메모를 “기념품으로 간직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장관실에는 메모를 넣은 액자가 놓여져 있었다.

―서울에서 중국의 항의에 즉각 반박했다.

“서울에서 벌어진 일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중국은 국제 회의에서 반복해서 일방적인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국제 질서를 더 중국 중심적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이 무슨 목적에서 나왔는지 알기 때문에 국방장관으로서 대응한 것이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8일 한국 국방부 주최로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 1세션에서 쪽지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 국방부

―미국에서는 ‘이것이 중국을 다루는 방법’이라는 극찬이 나왔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중국 당국자들의 무례한 행동을 그냥 넘겼다. 중국은 우리의 환대와 관용을 악용했다. 우리가 예의를 갖출수록 고마워하기는커녕 이용했다. 그들 체제의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고, 열린 민주사회의 가치를 악용당하지 않는다.”

―국방장관 취임 이후 줄곧 중국이 안보 위협이라며 비판해왔는데.

“내가 비판적인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중국은 지난 6월 나뿐 아니라 아내·자녀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내 거래를 막았다. 이런 것이 중국 공산당 체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우리는 영토와 주권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중국의 불법 행위에 계속 맞설 것이다. 전면적 군사 충돌은 원하지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는다.”

―중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이기도 한데.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물론 중요하다. 문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영원히 자신들에게 기대도록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필리핀에 들어온 중국 투자 가운데 상당수는 부실하거나 불법이었다. 우리는 무역·투자를 원하지만 제대로 된 방식이어야 한다.”

―필리핀과 중국이 충돌할 때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 확신하나.

“상호방위조약에 관한 한 미국의 말을 믿어야 한다. 다만 그렇더라도 국방과 억지력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혼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동맹이 필요하지만, 다른 나라에 전적으로 기대는 것도 무책임하다. 미국이 도우러 오든 안 오든 그것이 우리 바다와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과의 국방 협력도 강화하길 원하나.

“필리핀은 6·25전쟁에 참전했다. 지금 우리 장교들이 한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양국 해병대가 소규모 합동 훈련을 한다. 콘라도 디 얍 대위(6·25 율동 전투에서 전사한 필리핀군 영웅) 추모식에서도 말했지만 그가 한국에서 전사했기 때문에 필리핀 국기는 한국 땅에 영원히 꽂혀 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1964년 마닐라 출생으로, 필리핀대 법대를 거쳐 미 하버드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타를라크주 하원의원 3선을 했고, 아로요 정부에서 2007~2009년 최연소(43세) 국방장관을 지냈다. 2010년 대선에서 4위로 낙선했다. 2023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 의해 다시 국방장관에 기용됐다. 필리핀 정부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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