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성공하려면 美정책 예측 가능해야”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2026. 10. 3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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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 조선업 재건에 매우 건설적인 역할(highly constructive role)을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 전 장관은 2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기술과 첨단 생산 방식, 정교한 공급망,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오 전 장관은 한국의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 대미 조선협력 투자에 대해 "적절하게 설계된다면 미국의 조선업 생산능력 재건을 앞당기는 동시에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국의 공급망과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차오 전 장관은 이민법 집행과 미국 내 투자·일자리 창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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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정부 교통장관 차오 인터뷰
美, 투명 절차와 약속 존중 보여야
韓 조선투자, 美조선업 재건에 역할
함정 직접 건조보다 MRO협력 유망
신화 뉴시스
“한국은 미국 조선업 재건에 매우 건설적인 역할(highly constructive role)을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 전 장관은 2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기술과 첨단 생산 방식, 정교한 공급망,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성공적인 한미 조선협력은 단순히 선박을 구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미국 내 조선업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오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장관(2001~200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교통장관(2017~2021년)을 지낸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연방 각료다. 연방해사위원회(FMC) 위원장과 교통부 부장관 등을 역임한 해운·교통 분야 전문가로, 공화당 주류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워싱턴 정가의 중량급 인사다. 대만에서 태어나 8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남편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과 일레인 차오 전 교통부 장관. AP 뉴시스

● “韓 조선 기술, 美 조선업 재건 앞당겨”… 군함 직접 건조는 당분간 제약 가능성

차오 전 장관은 한국의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 대미 조선협력 투자에 대해 “적절하게 설계된다면 미국의 조선업 생산능력 재건을 앞당기는 동시에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국의 공급망과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새로운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수요와 기술 역량, 해양산업 기반을 재건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의 조선 역량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확대와 현지 인력 양성, 부품 공급망 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꼽았다.

다만 미국의 관련 법률과 규제는 한미 조선협력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 등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존스법과 미군용 선박의 해외 조선소 건조를 제한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 등이 대표적이다.

차오 전 장관은 “두 법률 모두 강력한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으며 50년 넘게 의미 있게 완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운업계와 노동조합, 조선소 및 관련 지역 의원들의 지지가 견고해 단기간에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소의 미국 해군 함정 직접 건조도 당분간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차오 전 장관은 선박 유지·보수·정비(MRO)를 유망한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건조하는 대신 정비하는 방식으로 이미 돌파구를 찾았다”며 한화오션이 2024년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정비 사업을 수주한 사례를 거론했다. 기존 법률의 틀 안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한미 조선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 “기업들, 확실성 원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美 정책 예측 가능성 강조

차오 전 장관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69조 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선 “매우 인상적이며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거액의 투자 규모를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투자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성과는 완공된 시설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실제 생산 증가로 평가해야 한다”며 “미국은 투명한 규제와 적시에 이뤄지는 인허가 절차, 투자자에 대한 예측 가능한 대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안정적인 기반시설, 지역사회 및 공급망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의 관세·세제 등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의 장기 투자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차오 전 장관은 “기업들은 확실성을 원한다”며 “세금과 관세, 인허가 기준, 투자 인센티브가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바뀔 수 있다면 수십 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자신 있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민주주의 정부도 정책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투명한 절차와 합리적인 전환 기간, 이미 이뤄진 약속에 대한 존중은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기존 투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변경할 경우 한국 기업들과 조기에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측 가능성은 투자 위험과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미국이 한국의 투자를 단기적인 거래가 아닌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의 일부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투자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조지아 한국인 구금 사태 유감… 투자 유치와 이민 단속 조율해야”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과 일레인 차오 전 교통부 장관. AP 뉴시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8년간 노동장관을 지낸 차오 전 장관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에 대해 “불행한 일이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민법은 준수돼야 하지만 법 집행과 경제정책이 서로 분리돼 운영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면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이 공장 건설에 앞서 인력 수요와 비자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첨단 제조시설 건설 초기에는 전문 장비와 생산 공정을 이해하는 외국인 기술자와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미국인 근로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장비 설치와 현지 인력 교육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전문인력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명확한 비자 지침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오 전 장관은 이민법 집행과 미국 내 투자·일자리 창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백악관과 노동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관계 기관이 사전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과 이민정책이 현장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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