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제1도련선 회담, 한국은 없었다

양지호 기자 2026. 10. 3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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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본·호주·필리핀과 협력 논의
“준비 태세 강화" 中 견제 결속나서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국의 국방장관이 29일(현지시각)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4국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스쿼드(Squad)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EPA 연합뉴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미국·일본·호주·필리핀 국방장관이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에서 대만·필리핀을 잇는 선) 방어에 대한 4자 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미국의 역내 동맹 중 제1도련선 내부에 있는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과 4국 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회의인 ‘스쿼드(Squad)’ 회담을 했다. 이후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실용적인 협력을 말로만 하는 걸 넘어 제1도련선을 따라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내 유사시 제1도련선 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실질적 준비를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ADMM-Plus 회의 참석을 위해 세부에 체류하고 있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에게 참석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8일 헤그세스 장관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워싱턴 DC에서 열려야 했던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내년 초 개최하고, 12월에는 한미가 별도의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이 회담에 대해서도 다른 동맹국과의 양자회담과 달리 아무런 발표문을 내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미 동맹은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방위에 진지하게 임하는 동맹과 함께한다”고 쓴 것이 전부였다.

◇제1도련선 안에 있는 한국… 2년 연속 ‘스쿼드’에 초청받지 못했다

2024년 11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때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에 한국을 포함해 5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초에는 대중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의 안보 협력체 ‘스쿼드(Squad)’에 한국이 가입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부터는 다시 한국을 제외한 4국 회담만 열리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일·호주·필리핀은 별도 협의체라 우리는 참석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대중 견제에 대한 온도 차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中 견제 강조한 헤그세스

미 국방부는 28일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일본·호주·인도·필리핀·싱가포르 장관 간의 양자회담 결과에 대해 잇따라 발표문을 냈다. 강 장관과의 만남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났다는 사실을 알렸을 뿐, 별도의 발표문을 내지 않은 것은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 모하메드 칼레드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2명 정도였다.

미 국방부가 발표한 다른 동맹·우방국과의 양자회담 결과문을 보면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견제를 일관적으로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양자회담을 통해 “억제력을 강화하고 ‘제1도련선’’에서 효과적인 ‘거부적 방어’를 구현하기 위해 국방 투자 확대와 지속적인 전략적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미·일은 일본 전역에서 양국의 공항·항만 시설 접근과 군사적 전개를 확대하고, 실전 훈련·연습을 강화해 억제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 탄약·무기류 생산에 관한 조율도 이어가기로 했다.

헤그세스 장관과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유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상식적 전략을 지지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호주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오커스(AUKUS)’ 협정을 맺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과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 간의 회담 내용에는 “필리핀군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제1도련선을 따라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쟁부의 안보 협력 기금을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일·호주·필리핀 별도 회의도

스쿼드 회담에 대해서도 헤그세스 장관은 따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메시지를 냈다. 헤그세스 장관은 “억지력은 실질적인 역량과 즉응 태세를 갖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구축된다”며 “제1도련선을 따라 말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제1도련선 내부의 한국이 미군의 역내 접근을 막으려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 한미일 협력도 지금보다 강화될 경우 동북아 안보 지형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29일 도쿄대에서 열린 ‘국제 한반도 포럼 일본 세미나’ 축사에서 “한국의 방위력은 세계 5위, 일본은 7위 정도인데 이를 합치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초대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미국 등이 우회적으로 스쿼드 참여 의사를 확인해 봤지만, 한국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측에서 한국에 참여해 달라고 했지만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견제와 관련한 최소한의 연대조차 하지 않으면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방부 “전작권 늦추겠다는 것 아냐”

28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표현이었다. 통상 11월쯤 열리는 SCM이 28년 만에 해를 겹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29일 국방부는 한미가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협력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전환을 늦추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12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감대를 마련한 뒤 SCM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투 스텝(2단계) 접근’”이라며 “군사 당국의 평가를 토대로 국방장관 차원에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쟁점을 조율하는 하향식(톱다운) 접근을 통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했다. 군사 당국 평가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고위급 소통을 통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강 장관은 29일 ADMM-플러스 본회의 연설에서 이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이며,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관련해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주요 해역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기반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1도련선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필리핀 등의 섬을 사슬처럼 잇는 미국의 대(對)중국 1차 방어선이다. 한국은 제1도련선 내부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전력’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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