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인도 모르고 풀려고도 하지 않는 한미 관계 경고 신호

한국과 미국의 연례 국방 장관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 초로 연기됐다. SCM은 한미 동맹의 군사·안보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협의체로 양국 연합 방위 태세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다룬다. 취소·연기는 지금까지 단 두 차례뿐이었다. 1980년 12·12 사태, 1998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때문이었다. 모두 양측이 현실적으로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대화를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없다. 그런데도 한미 대화가 미뤄졌다. 강신철 국방 장관은 취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미 전쟁부 장관과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 지난 28일에야 필리핀에서 열린 다자 회의에서 미 장관과 만났는데, 미국은 이 사실을 별도 언론 자료로 공개하지 않았다. 전쟁부 장관이 이날 만난 일본, 인도, 필리핀 장관 등과의 대화는 자료가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미국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미국은 반미 전력이 있는 진 의원에게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 판결문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앞서 민주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의 비자도 거부됐다. 일부 국정원 직원의 비자도 발급되지 않았다. 양국 간 소통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아예 단절되고 있다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 정부는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강경화 주미 대사는 미국과의 소통이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최고위급 간에 대화가 필요한데,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 한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동문서답식으로 ‘자주 외교’를 하자는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에서 굴종적,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자주적 독립 국가”라고 했다. 국방장관은 “미군은 믿을 수 있나”라고 했다. 민주당 외교·안보 고문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한미 동맹은) 축복이 아니고 저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라는 기구를 만들고 “한미 동맹이라면 무조건 일단 믿는 80년 고정관념에도 물음표를 찍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실시간으로 미국에 전달되고 있을 것이다. 한미 관계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울리는데 원인도 모르고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별은 같고, 종은 다른데…수소와 수컷 당나귀의 ‘애정 행각’
- 성장 36번 외쳤지만, 방점은 현금 복지
- 대통령까지… ‘1호기’ 탑승자 168명 정보 유출
- 북한에 뺏긴 태권도
- [알립니다] 방일영국악상 최경만 명인
-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돌파… “이제 숫자 늘리기보다 교육의 질 높여야”
- [바로잡습니다] 10월 21일 자 A16면 ’137년 英 전통 문예지가 주목한 ‘K문학’… “소프트파워 근
- “과잠 입고 서울 누빌래요” 베트남 학생 1만5000명 줄섰다
- 李, 조희대에 “잘 계세요?”… 野 항의엔 “자꾸 방해되는 얘기”
- 국방 예산 설명하며 李 “전작권 조기 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