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에서 찬밥 신세로… 샤인머스캣의 씁쓸한 추락[이용재의 식사의 窓]

이용재 음식평론가 2026. 10. 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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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을 맞아 마트 과일 매대에 네 종류의 포도가 총출동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쌌던 샤인머스캣 가격이 이렇게 내려가다니, 포도 팔자 모를 일이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의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NARO)가 육성한 포도 품종이다.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머루나 캠벨 같은 포도 품종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분명 반갑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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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늦가을을 맞아 마트 과일 매대에 네 종류의 포도가 총출동했다. 캠벨, 거봉, 머루와 샤인머스캣이 각각 100g당 1600원, 1980원, 1150원, 1780원인 가운데 샤인머스캣만 980원으로 할인 중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쌌던 샤인머스캣 가격이 이렇게 내려가다니, 포도 팔자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제철이 아니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미안하지만 그다지 맛있지도 않아 샤인머스캣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한때 귀한 대접을 받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계륵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이달 초에도 한 매체가 ‘샤인머스캣 가격 큰 폭 하락, 재배 면적 감소세’라는 기사를 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샤인머스캣 2kg(L과) 소비자 평균 가격은 1만17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하락했다.

2021∼2025년의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49.3%, 5년 전보다는 71% 떨어져 거봉이나 캠벨보다도 싸졌다. 가격 하락에 재배 면적도 줄고 있다. 2024년 6307ha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체 포도 재배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22.1%에서 2024년 43.1%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38.1%로 낮아졌다.

샤인머스캣의 인기는 왜 시들해졌을까. 공급 증가와 낮은 당도 등 품질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맛에 관해서는 한 가지 더 짚고 싶다. 대략 10년 전, 일본에서 샤인머스캣을 처음 맛보았다. 그렇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의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NARO)가 육성한 포도 품종이다. ‘아키쓰(安芸津)21호’에 ‘하쿠난(白南)’을 교배해 2006년 3월 품종 등록을 마쳤다.

일본에서 맛본 샤인머스캣은 반투명한 연두색에 머스캣 품종 특유의 향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의 디저트 와인 ‘모스카토(이탈리아어로 머스캣) 다스티’에서도 느낄 수 있는, 청포도가 귀했던 시절엔 사탕으로나 맡았던 향이다. 이후 국산 샤인머스캣이 등장했는데, 처음엔 일본에서 맛본 것과 다르지 않았으나 점차 맛과 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포도알은 커졌지만, 색은 옅고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머스캣 특유의 매력인 향이 희미해졌다.

최근 충남의 한 포도 농가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포도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영농 정착 자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생활고를 겪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샤인머스캣의 위기에는 공급 과잉뿐 아니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 등 여러 경제적 요인이 얽혀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추세를 살펴볼 때 종합적인 맛에 대한 고려 없이 크기와 당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본연의 맛과 향을 소홀히 한 재배 및 유통 관행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맛만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과일의 매력을 온전히 살릴 수 없다.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머루나 캠벨 같은 포도 품종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분명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오늘도 최선의 결과를 내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들의 좌절을 원동력으로 삼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는 단맛과 크기뿐 아니라 신맛과 향 등 과일의 다양한 매력을 와인처럼 객관화 및 도식화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과일은 비단 단맛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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