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체] 학교에서 시장경제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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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앵커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한 대에는 기업 간 경쟁부터 국제무역, 금융시장까지 다양한 경제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통해 부품을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활용한 결과가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입니다.
이처럼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야 앞으로도 우리가 보다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반대로 정부가 시장경제를 자칫 잘못 다룰 경우에는 우리 개개인의 생활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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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한 대에는 기업 간 경쟁부터 국제무역, 금융시장까지 다양한 경제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낯선 과목인데요.
학교에서 시장경제를 왜 배워야 하고,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한국교육개발원 고영선 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장님, 어서 오세요.
학생들은 경제라고 하면 복잡한 용어나 수학 공식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일상생활과 밀접한 학문인데도, 경제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경제학은 수학적 개념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한계수익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맛있지만 배가 부를 때는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그만큼 맛있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수학의 미적분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지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굳이 미적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되는 개념입니다.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을 어렵게 가르치고 있는 것, 또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일상에서 쉽게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반드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시장경제는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룹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의 필수품인 핸드폰을 살펴보면, 시장경제가 없었다면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통해 부품을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활용한 결과가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입니다.
이처럼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야 앞으로도 우리가 보다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손에 든 핸드폰만 놓고 봐도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만약에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정부 정책이 시장의 원리와 충돌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걸까요?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반대로 정부가 시장경제를 자칫 잘못 다룰 경우에는 우리 개개인의 생활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와 같은 중남미 국가들입니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세계 최상위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 정부가 시장에 역행하는 여러 잘못된 정책을 펼치면서 지금은 생활수준이 우리에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낮아졌을뿐더러 빈부격차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도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시장경제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장점과 한계를 어떻게 균형 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제가 앞에서 핸드폰의 예를 들었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시장경제는 그동안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공헌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북한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택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어떤 물건을 얼마큼 생산할지를 다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몇 대 만들 것인지 결정해 자동차 회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체제를 지금까지 80년 가까이 유지해온 결과는 무엇일까요?
한국은행이 추정한 바로는 북한의 1인당 소득은 작년에 연간 187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열두 달로 나누면 한 달에 16만 원,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5천 원에 불과한 액수입니다.
거의 김밥 한 줄 값이지요.
북한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80년 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해온 덕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장경제에서는 빈부격차의 심화나 환경파괴와 같은 부작용도 목격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혜정 앵커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잘못된 정책을 선택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그 질문과 관련해서는 다시 중남미의 예를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중남미는 지난 500여 년간 스페인과 같은 선진국들의 식민지로 남아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땅을 차지하고 토착민들을 착취하며 부를 독점했습니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매우 심했는데, 이런 사회구조는 아직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세기 중반 들어 후안 페론 같은 선동가들, 포퓰리스트들이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여러 가지 반시장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경제가 외국 경제에 종속되는 것을 막겠다고 외국과의 무역을 단절했습니다.
또 선심성 정책을 펼치면서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함에 따라 물가가 올랐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중남미 국가들이 무역을 제한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했던 사례를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정책들이 실제 경제와 국민 생활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까요?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그 결과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1997년에 외환위기를 딱 한 번 겪었는데, 중남미 국가에서는 위기가 20세기 중반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생활은 점점 더 피폐해졌으며,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집권자들의 뜻은 선하고 정의롭고 숭고하고 감동적인 것이었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의 국민들은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고, 권위주의 정부에 대해 계속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런 잘못된 사례는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좋은 뜻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학교 경제교육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선 원장 / 한국교육개발원
저는 경제교육이 복잡한 개념이나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경제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주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서, 이것을 중심으로 교과를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무역이 왜 필요한지, 우리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무역을 가로막는 것이 어떤 불행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정책, 금융시장정책, 노동시장정책, 대기업정책, 중소기업정책, 지역개발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정책에 대해 세계 각국의 많은 사례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보다 나은 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 있는데, 잘못된 정책이 이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혜정 앵커
경제는 결국 단순히 돈을 벌고 쓰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기도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경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판단하는 힘을 함께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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