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무회의서 ‘자살 통계’ 줄줄이 잘못 말한 李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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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과 관련, 국무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선 단체 박수를 보낼 것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취지로 한 총리에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상 청소년·노년·종합 자살률이 십수 년간 1등 아니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그렇다. 그 격차가 커서 우리가 (자살 사망자 수를) 33% 줄이더라도 1등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도 국무회의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올 상반기 자살자 수가 10% 넘게 감소했고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하는 분들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국무총리 이하 관계 부처 공무원들을 크게 칭찬했다"라고 이 대통령이 잘못 짚은 통계를 그대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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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원인 1위’도 잘못 짚고 정책 지시…청소년 자살률도 틀려
생중계 중 국무위원 아무도 정정 안 해…청와대도 그대로 브리핑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과 관련, 국무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선 단체 박수를 보낼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구체적인 발언과 지시 내용을 보면 공식 통계와 사실이 다른 경우가 여럿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한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사망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크게 추켜세우는가 하면, 자살 원인 1위인 '정신적 요인'을 '경제적 요인'으로 잘못 짚기도 했다. 이 진단을 근거로 이 대통령은 빚 탕감 등의 포용금융 정책 강화를 관계부처에 지시했고, 언론과 온라인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는 확산됐다. 최근 이 대통령이 두 음절짜리 단어 하나로도 특정 언론사를 공개 지적하는 등 팩트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발언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5%를 '절반'이라며 박수 치고 정책 지시
29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제44회 국무회의에서 그 전날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확정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 실린 내용을 언급하며 관련 성과를 칭찬하고 정책을 지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수는 6339명으로 7188명인 전년 동기보다 849명(11.8%) 크게 줄었다. 한성숙 총리가 국무회의 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관련 내용의 게시글을 이 대통령이 회의 도중 언급하면서 자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자살 사망자 수 감소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노력으로, 공직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줄고 있다"며 "그 중에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분들이 거의 절반에 가깝게 줄었다. 40 몇 퍼센트"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에 "네, 많이 줄었다"고 답변, 이 대통령도 "정말 큰 성과다"라며 한 총리에게 단체로 박수를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자살예방기본계획의 자살 동기별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이 아니라 21.5% 줄었다. 자살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크게 감소한 항목이지만, 절반에 가깝게 줄었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당한 차이다. 다른 항목을 봐도 이 대통령과 한 총리가 뜻을 모은 '40%대의 감소율'을 기록한 자살 사망 원인은 없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은 전체 자살 사망자 수 감소분인 849명 중 453명(53.4%)을 차지해 자살 사망자 감소에 대한 '기여도'가 높을 뿐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정책을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내용을 잘못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자살의 원인을 보니 제일 큰 게 경제적 이유"라며 "이번에도 제일 많이 줄어든 게 경제적 이유다. 정부 정책으로 상당 정도는 커버할 수 있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통계를 근거로 들며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자살 사망 원인이 경제 문제라고 짚은 것이다.

생중계 되는 국무회의…틀려도 정정 없어
이와 달리 복지부 통계상 수년 째 가장 사망자 수가 많이 발생한 요인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확인된다. 이 대통령이 제일 크다고 짚은 경제적 요인은 2위로, 매년 정신적 문제에 의한 자살 사망자 수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2년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5011명,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2868명으로, 정신적 요인에 의한 자살 사망이 2000명 넘게 많았다. 이후에도 2023년 각각 5074명·3523명, 2024년 5115명·4290명, 2025년 5027명·4053명 등으로 정신적 요인에 의한 자살 사망자 수가 1000명 안팎으로 많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2393명(37.8%)으로 경제생활 문제 1650명(26.0%)을 크게 앞섰다.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감소하지만, 정신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살 문제에 대한 정책 논의도 자연스레 경제 문제에 치중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1조9000억원 규모의 연체 체권 일괄 매입과 불법 사금융 근절 노력 등이 효과가 있었다고 짚었고, 이 대통령은 이에 "금융위가 채무 탕감이나 연체 채권 소멸 등을 많이 하고 있는데,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는 정부가 재정 여력이 있으니 직접 시중 연체채권을 보다 저렴하게 사들여 정리하는 건 어떻겠냐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로까지 확장됐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취지로 한 총리에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상 청소년·노년·종합 자살률이 십수 년간 1등 아니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그렇다. 그 격차가 커서 우리가 (자살 사망자 수를) 33% 줄이더라도 1등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세 분야 모두 한국이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가장 높다는 이 대통령 주장 역시 사실과 달랐다. 복지부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오히려 지난 십수 년간 대부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요지부동의 1위를 기록한 것과 달리, 청소년 자살률만큼은 10위권 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보다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최근 순위가 뛰었고, 2021년에는 10년 새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십수 년간 1위라는 이 대통령의 진단은 팩트가 틀렸다.
취재 결과, 이날 자살 문제 논의는 국무회의 공식 안건이 아닌 한 총리의 X 글에서 즉석으로 시작된 만큼 준비된 자료 없이 관련 내용을 다루다가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하는 국무위원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와 달리 국무회의가 생중계 되면서 그 파급력도 커진 만큼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도 국무회의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올 상반기 자살자 수가 10% 넘게 감소했고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하는 분들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국무총리 이하 관계 부처 공무원들을 크게 칭찬했다"라고 이 대통령이 잘못 짚은 통계를 그대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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