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링거 맞던 아기 울음 뚝…부모 손끝엔 고양이가 있었다

정수연 기자 2026. 10. 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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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한스경제 정수연 기자 | 김주성 작가가 집과 길, 숲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그린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가 10월 19일부터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에서 열려, 진료와 입원에 지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병실과 진료실을 오가는 환자들, 특히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림 속 고양이의 꼿꼿한 눈빛은 잠시나마 바깥 세상의 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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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한마음병원, 김주성 작가 '나는 고양이를 본다' 개인전 11월 28일까지
아동병동 맞은편 로비에 45점, 하루 100여 명 꾸준히 발길 이어져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김주성 작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 전시장에서 아기의 보호자들이 수액 걸이와 유모차를 밀며 고양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정수연 기자

| 창원=한스경제 정수연 기자 | 김주성 작가가 집과 길, 숲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그린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가 10월 19일부터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에서 열려, 진료와 입원에 지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고단해 보이는 부모 중 한 사람은 수액 걸이를, 다른 한 사람은 유모차를 밀며 로비를 천천히 오갔다. 유모차가 멈추면 어김없이 울음이 터지는 탓에 걸음을 쉴 틈이 없다. 작은 몸에 수액 줄을 단 아기가 또다시 울기 시작하자, 부모는 벽에 걸린 고양이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야옹이네~" 하고 말을 건넸다. 고양이를 알아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기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림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울음을 그쳤다. 그제야 부모는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짧은 한숨을 돌렸다.

전시장은 명예의 전당 맞은편, 아동병동과 마주한 자리에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하루 100여 명이 전시장을 오가며, 특히 입원 중인 아이들이 자주 들러 그림을 본다. 관람객도 면회객과 입원 환자,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병원 직원까지 다양하다. "귀엽다"며 가볍게 둘러보고 지나가는 이도 있었고, 한 작품 앞에 오래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다 발길을 옮기는 이도 많았다.

전시장 앞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면 작가의 그림을 담은 아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 카드는 모두 여섯 종으로, 뒷면에 저마다 다른 글귀가 적혀 있다. 그 가운데 한 장에는 '길 위의 삶에서도 평온한 순간은 있다. 벤치에 편안히 몸을 누인 고양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는 문장이 담겼다. 병원에서 저마다의 하루를 견디는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와닿을 만한 글귀다.
전시장 방명록 테이블에 발레리나 고양이를 그린 작품과 관람객이 받을 수 있는 아트카드 여섯 종이 놓여 있다. 사진=정수연 기자

생명은 서로를 지키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벽에 걸린 고양이들은 저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작가는 오랫동안 가족으로 함께 산 반려묘, 서울 도심에서 마주친 길고양이, 창원으로 옮겨온 뒤 숲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집(HOME)–길(STREET)–자연(NATURE)' 세 갈래로 나눠 보여준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고양이도, 제 힘으로 길과 숲을 버텨내는 고양이도 같은 벽 위에 나란히 걸렸다. 돌봄을 받는 이와 돌보는 이가 함께 머무는 병원이라는 공간과 묘하게 닮은 구성이다.

대형 연작 'Day & Dreams'를 비롯해 'About Cats', '창원의 숲', '흰둥이 가족', 'Forest' 등 45점 가운데는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몸을 세운 고양이도, 어미 곁에 몸을 붙인 새끼 고양이도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묘 아롱이와 샤미를 그리워하며 그린 작품 앞에서는 만남과 이별이 늘 곁에 있는 병원에서 더 오래 머무는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전시장에 적힌 '생명은 서로를 지키고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문구는 아기를 달래고 서로를 다독이던 부모의 모습과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김 작가는 "나는 고양이를 그리지만, 결국에는 고양이를 통해 사람을 보고 세상을 바라본다"며 "고양이의 눈빛 속에는 사랑과 자존심, 기쁨과 슬픔, 자유롭게 살아가는 생명의 힘이 함께 담겨 있다"고 말했다. 병실과 진료실을 오가는 환자들, 특히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림 속 고양이의 꼿꼿한 눈빛은 잠시나마 바깥 세상의 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창이 된다.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에 마련된 전시장 '나의 첫 고양이들' 구역 앞을 병원 이용객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정수연 기자

전시가 끝나도 고양이는 병원에 남는다

전시가 끝나도 고양이들은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 김 작가는 전시를 마친 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병원 내 여러 공간에 작품 일부를 기증할 예정이다. 로비에서 아이들을 맞던 고양이들이 이제는 진료실 가까이에서 아이들 곁을 지키게 되는 셈이다.

병원의 전시 공간도 한층 자리를 잡았다. 창원한마음병원은 이번 전시에 맞춰 로비 한편에 가벽을 새로 설치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젤에 작품을 세워두던 방식에서 나아가 가벽을 새로 마련한 만큼, 앞으로도 갤러리처럼 전시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은 2025년에도 문신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등 로비를 문화 공간으로 꾸려왔다. 미술관을 따로 찾기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이 들르는 로비가 가장 가까운 전시장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이어지며, 병원을 찾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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