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앞두고 ‘동명이인 후보’ 파문…트럼프 “선거 사기”

미국의 11·3 중간선거를 엿새 앞두고 민주당이 공화당 후보 표를 분산할 목적으로 동명이인 후보를 출마시키는 데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선거 사기”로 규정하고 민주당 후보의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래스카 연방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메리 펠톨라 전 하원의원 측이 공화당 후보인 현역 댄 S 설리번 상원의원과 이름이 같은 사람을 찾아 출마시키는 데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펠톨라 후보 선거캠프의 한 직원은 캠프 고위 참모들에게 ‘알래스카에서 댄 설리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가능한 한 많이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투표용지에 동명이인을 등장 시켜 공화당 후보 표를 분산하려는 계획으로, 이는 내부에서 ‘투표용지 구성 프로젝트’로 불렸다.
곧 알래스카주 전역에 거주하는 댄 설리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명단이 만들어졌다. 그중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은퇴 교사 댄 J 설리번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선거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계획에는 펠톨라 선거캠프의 변호사들과 함께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DSCC) 고위 참모들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 본선 투표용지에는 펠톨라 후보와 두 명의 설리번 후보, 제럴드 하이키스 후보 등 네 명이 오르게 됐다. 하이키스 후보는 민주당 소속 데이비드 레슬리 후보가 사퇴하면서 본선 투표용지에 올라가게 됐는데, 민주당은 펠톨라 후보에 표를 집중시키려고 사퇴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펠톨라 선거캠프와 DSCC는 어떤 후보 영입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유세장으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펠톨라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최고위층에서 벌어진 유권자 사기”라면서 “그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했고, 결국 들통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알래스카주 판세를 뒤집으려는 막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주는 오랜 공화당 우세지역이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초박빙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명이인 후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계속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앞서 무소속 설리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알래스카주 대법원은 지난 6월 그를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미 법무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동명이인 때문에 공화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 확정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연방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미국 선거에서 상대 후보 표를 분산하기 위해 유사한 이름의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은 과거에도 활용됐다. 알래스카에서도 양당이 이런 전략을 활용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상원 다수당이 바뀔 수 있는 경합주에서 동명이인 후보 영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선거 막판 공방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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