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마 특화 거제 유상옥 씨 “농업도 지속가능한 전략 필수” [지역에 사니다]

표세호 기자 2026. 10.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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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하면 조선소와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떠올린다.

거제에서 히카마를 키우며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은 청년 농부가 있다. 유상옥(45) 올담농원 대표는 거제 대형조선소에서 설계 일을 하다 새로운 길을 농업으로 선택했다.

조선도시 거제에서 14년 동안 플랜트 배관설계를 하다 서른 중반에 새로 선택한 길이 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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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유상옥 거제 올담농원 대표
거제 조선소서 설계 일하던 청년
10년 전 남편과 함께 농업 선택
판로 개척·상품화하며 사업가로
히카마 ‘거제 관광상품화’ 목표
“전략 만들고 농사해야 지속가능”
유상옥 올담농원 대표와 그의 남편이 밭에서 캔 히카마를 들어보이고 있다. /표세호 기자

거제 하면 조선소와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떠올린다. '거제 야호~'로 최근에는 조선도시보다 관광도시로 부상한 곳이 거제다.

거제에서 히카마를 키우며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은 청년 농부가 있다. 유상옥(45) 올담농원 대표는 거제 대형조선소에서 설계 일을 하다 새로운 길을 농업으로 선택했다. 거제시 하청면 서리마을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올담은 '올바르게 담은'이라는 뜻이다.

조선소 설계 전문가서 10년 전 농부로

남편과 농사를 시작한 건 10년 전인데 아열대 작물을 주목했다. 기후위기로 재배 작물과 농법도 바뀌니 시장성과 미래를 봤다. 남미가 원산지인 히카마는 '멕시코 감자'로 불리는 뿌리채소다. 모양은 감자와 비슷하고 무와 아삭한 배 식감에 단맛이 난다.

식이섬유와 비타민C 함량이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콩과 식물이라 넝쿨 줄기에 잎은 콩이파리처럼 생겼는데 살충제 성분 독성물질 로테논이 있어 뿌리만 먹을 수 있다. 껍질을 깎아내고 과일처럼 생으로 먹거나 주스·샐러드로 활용한다. 무치거나 깍두기처럼 절이고, 볶거나 조림으로도 먹는다.

유 대표는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농약을 안 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히카마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히카마를 판매용으로 재배한 것은 아니다. 2016~2017년 실험 삼아 30여 가지 아열대 작물을 심었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밀크씨슬도 키워봤는데 가시가 많아 장갑을 10개나 껴도 작업하기 어렵고, 보편화된 작물이라 경쟁력도 떨어졌다.

시장성이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 입맛에도 맞는 대중성이 관건이었다. 유 대표는 요리보다 당근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기능성도 주요하게 고려했는데, 인디언시금치는 우리나라 시금치보다 비타민C 함량이 100배나 많지만 맛이 없었다.

그렇게 히카마를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배했고, 2021년에 사업화했다. 순탄하지만 않았다. 재배법도 알려지지 않았고, 씨앗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계속 연구했다. 전기장판에 씨앗을 틔우고, 모종으로도 키워보면서 실패도 겪었다.

유 대표는 "연구자들끼리 연결되면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며 "파종 시기가 5월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판로 확보도 어려웠다. 공판장에 가져가면 ㎏에 500~1000원 정도여서 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온라인 마케팅을 겨냥해 직접 누리집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당 5000원을 받는 직거래 판로를 만들었다. 거제시 신활력플러스사업이 도움이 됐다. 농업자립 네트워크를 만들고, 같이 재배법을 공유하고, 공통 판로를 위한 수매도 진행했다.
거제 올담농원이 생산한 히카마와 히카마로 만든 차, 플레이크, 선식. /표세호 기자

히카마 재배부터 가공품 생산까지

농가 20곳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는데, 잘 안 됐다. 상품성 확보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올담을 포함해 3개 농가가 힘을 모아 1300여 ㎡ 규모를 재배한다. 지난해 20t을 생산했다. 9월부터 10월 초까지 수확철인데, 올해는 가뭄이 심해 작황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농업도 가공품 개발이 중요하다. 가공품으로 눈을 돌린 건 상품성이 떨어지는 수확물 활용과 저장 기간이 짧은 문제와 맞물렸다. 히카마는 감자와 달리 골이 지기도 하는데 구입을 꺼린다. 상처가 생기면 곰팡이가 잘 슬고 오래 두면 싹이 나버린다.

유 대표는 2020년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실험시설을 활용해 연구를 시작했다. 차를 개발하면서 온도와 깊은 맛을 내는 방법을 찾아가며 '2080시간' 공들인 끝에 성공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차와 작은 알갱이 형태 플레이크다. 가루도 딱딱해지는 단점이 있는데 서리태를 떡에 넣으면 잘 굳지 않는 걸 착안해 분말 생산에 성공해 선식도 만들었다.

상품화와 들쭉날쭉한 차 맛을 잡으려고 제조공장을 찾으러 하동과 경북까지 가기도 했고, 지난해 청년농부가 운영하는 거제 업체에 맡겨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이뤘다. 2024년에 <한국인의 밥상>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히카마가 소개돼 인기를 타면서 가공품과 더불어 2억 원 매출을 올렸다.

10년 동안 일군 성과는 그냥 떨어진 게 아니다. 조선도시 거제에서 14년 동안 플랜트 배관설계를 하다 서른 중반에 새로 선택한 길이 농업이다. 아버지도 30년 동안 배관 용접공으로 일했고, 남편은 전장설계 일을 했다. 모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삶터였다.

퇴사를 결심한 건 조선 불황기에 접어들면서다. 당시 프로젝트 총괄팀장이던 그는 물량이 급감하고 공정이 멈추는 걸 보고 퇴사했다. 설계 일이 있는 타지로 떠날 것인지, 자영업을 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 농촌에서 자란 남편이 귀농을 준비하고 있었고, 귀촌한 친정아버지도 풍란 재배를 하고 있어 함께 시작했지만 농사일은 쉽지 않았다.

유 대표는 "가족이 같이 하면서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판이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남편은 재배, 아버지는 농장 디자인과 시설, 그는 올담 대표를 맡아 경영과 마케팅을 전담했다.

그때 사업가로 활로를 확장했다. 일관성 없는 농산물 가격에 어떻게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 것인지 고민 속에 내린 결론이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히카마 사업화와 함께 블루베리를 심어 체험 행사를 열고, 풍란원과 연계해 자재 판매와 난실 임대도 했다.

유 대표는 "설계만 해오다 보니 농업을 하면서 진짜 고민이 많았다. 사업계획서 적는 것부터 회계와 사업자 등록, 계산서 발행까지. 3년 정도 지나니까 조금 알게 됐는데, 헤쳐나온 시기"라고 말했다.
유상옥 올담농원 대표가 지난 10년 동안 히카마를 키우며 전략을 만들어 상품화해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키우는 농업 넘어 사업화 전략 추진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야 했고, 공부해야 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교육에 들인 시간만 따져도 300시간에 이른다. 농업기술센터 교육부터 정부 온라인 강의와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도 참가했다.

그는 농업과학원 청년농업 육성 비즈니스 모델 교육에 참여하면서 농업하다 사라진 사람이 많고 농업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전국을 쫓아다닌 열의는 열매로 맺혔다. 2021년 농업과학원 비즈니스 모델 경연대회에서 대상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사업화가 어려운 작물을 접고, 히카마로 전환해 판로를 개척한 과정을 풀어낸 내용이었다. 올해는 농식품부 주관 13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우수주민 분야 은상을 받았다.

소문을 타고 히카마 수입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당 1500원대로 폭락했다. 가격을 내릴 수는 없으니 유 대표는 고급화로 방향을 잡았다. 친환경 재배에서 유기농 전환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히카마 가공품 프랑스 시장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태국·베트남 수출을 준비한다. 히카마를 거제관광 상품화하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새로운 길로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현실 인식, 전략,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팔 수 있는 걸 재배하고 판로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공품은 전혀 다르다. 소상공인과 경쟁해야 하는데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략을 먼저 잡는 게 어렵다. 거기에 맞춰 재배해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표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