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추모벽에 붙은 '2만원'…꾹꾹 눌러 쓴 "마음만 받을게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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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결된 거 아니에요?' 이렇게들 종종 물어보세요. 여기서든 밖에서든."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에서 만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사람들에게 10·29 참사를 기억하자는 내용의 카드와 사탕을 나눠주다 유가족에게 돈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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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내내 자발적으로 이태원 찾아
유가족 "진상규명 무한정 기다려"
참사 4주기 기억식에 대통령 참석

"'다 해결된 거 아니에요?' 이렇게들 종종 물어보세요. 여기서든 밖에서든."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에서 만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특별법도,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도 만들어지니 국민들께서 '이태원 참사는 다 해결된 것이 아닌가'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시는 것 같더라.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빌보드에는 2만원이 붙어있었다. 반차를 내고 찾아온 김모씨(35)가 남긴 것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사람들에게 10·29 참사를 기억하자는 내용의 카드와 사탕을 나눠주다 유가족에게 돈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유가족분께서 4년 동안 이 길을 여태껏 못 왔는데 이번에 처음 오셨다고 했다"며 "우연하게 사탕을 드렸는데 점심을 사 먹으라고 2만원을 주시더라. 차마 제가 쓸 순 없어서 메시지를 쓰고 거기에 놓고 왔다"고 말했다.
추모 공간에 남겨진 2만원…누군가는 여전히 이태원을 찾는다

김씨는 지난 4년간 매년 추모 기간마다 이태원을 찾았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추모 공간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정리했다. 하수구도 청소했다. 그는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다. 마음 끌리는 대로 행동했다. 이 길을 깨끗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수구에서는 네일아트 팁도 나왔다. 그는 "당시였으니 아마 (참사 현장의) 누군가의 것이 아니었을까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이태원을 매년 찾아오는 이유는 기억 때문이었다. 김씨는 "3주기에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홍대에도 가서 사탕을 나눠보기도 했다"며 "제일 위험한 건 사람이 밀집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참사가 한 번 더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진 않지만, 조금이나마10·29 참사가 남긴 메시지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참사 4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행사에 참여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현직 대통령이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단 하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밝혀진 진실이 재발 방지로 이어지도록 반드시 만들겠다"며 "10·29 이후의 대한민국은 10·29 이전의 대한민국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답답한 건 진상규명"…1년 연장된 특조위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기억식 참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 기관의 실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실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 정부 기관은 그대로다. 기관들이 잘못했던 부분을 어떻게 밝혀내 스스로의 문제를 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각 기관이 잘못한 것들을 반성하고 향후에는 그렇지 않겠다는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9월16일 종료 예정이었던 이태원 참사 특조위 활동 기간은 법 개정을 거쳐 내년 9월16일까지 1년 연장됐다. 특조위는 중간보고회에서 참사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관계기관에 55분간 전파되지 않는 등 재난 대응 지휘 체계에 공백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직접 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참사 4주기를 맞아 가장 답답한 점으로 더딘 진상규명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어느 시점이 끝일지, 무한정으로 기다려야 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1년 연장된 특조위 활동에 대해서는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든 이태원 참사 당시 많은 인파를 대처하지 못했던 이유, 참사 이후 (정부 기관의) 해괴망측했던 행동들이 명쾌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하면 국민이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를 알리는 게 특조위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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