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K테크] ⑦"누리호 발사에도 우주 소재 해외 의존도 높아"

이병구 기자 2026. 10. 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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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자체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우주에 보내는 나라가 됐지만 위성과 발사체를 구성하는 핵심 복합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에서 만난 양철민 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장은 "소재를 파는 업체들이 오히려 '갑'이 돼 있다"며 "일본에서 소재 공급을 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걱정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국내 우주 기업들이 프리프레그로 여러 부품을 만드는 기술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며 "설계나 제작보다 원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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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장 "달 탐사 로버용 복합소재 국산화 도전"
양철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장. KIST 제공

[편집자 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첨단 과학기술은 산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의 토대로 여겨졌지만 이제 국가의 미래와 안보까지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소다. 동아사이언스는 종합 출연연으로 올해 설립 60년을 맞아 국가 과학기술 난제 연구에 도전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무중심연구소 연구 현장을 찾아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한다.
 

한국은 자체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우주에 보내는 나라가 됐지만 위성과 발사체를 구성하는 핵심 복합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원소재를 가공해 부품을 만드는 기술을 갖췄어도 소재 공급이 끊기면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에서 만난 양철민 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장은 "소재를 파는 업체들이 오히려 '갑'이 돼 있다"며 "일본에서 소재 공급을 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걱정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KIST는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원소재 개발부터 달 탐사 로버 등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까지 이어지는 국산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십수년 축적한 소재 역량, 우주 분야 겨냥

양 단장이 핵심적인 국산화 목표로 꼽은 것은 탄소섬유강화복합재(CFRP)의 원료다. CFRP는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를 고분자 수지로 결합한 소재다. 국내에서도 탄소섬유를 생산하지만 우주용으로 신뢰성을 확보한 제품은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탄소섬유 사이에 들어가는 '우주급' 스펙의 수지, 탄소섬유와 수지를 미리 결합해 원단처럼 만든 중간재인 '프리프레그(Prepreg)' 역시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다.

양 단장은 "국내 우주 기업들이 프리프레그로 여러 부품을 만드는 기술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며 "설계나 제작보다 원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우주급 수지는 지상에서 쓰는 수지와 요구 조건이 다르다. 수지에서 휘발성 성분이나 가스가 배출돼 위성 카메라 렌즈에 달라붙는 '아웃가싱'을 억제해야 하고 극심한 온도 변화에도 형태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KIST 전북분원은 2008년 설립 이후로 탄소·세라믹·복합소재 기술을 축적해 왔다. 임무중심연구소로 전환하면서 축적한 역량을 우주 분야에 적용하기로 했다.

양 단장은 다양한 응용 분야 중 우주를 꼽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연구했던 소재를 아주 극한의, 험한 환경에 보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우주에서 견디는지 확인한다는 것은 가장 수준 높은 물성의 소재를 개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인공위성부터 달 탐사 로버까지 단계별 확장

연구단의 장기 목표는 달·화성 표면에서 움직이는 탐사 로버에 들어갈 소재 개발이다. 극한의 온도 변화와 먼지를 견뎌야 하는 로버를 기준으로 삼으면 다른 우주 장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높은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위성에서 먼저 실증하고 우주 데이터센터 등으로 활용처를 넓힌 뒤 국가 우주탐사 일정에 맞춰 로버에 적용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양 단장은 "향후 인류가 우주에 정착하고 인간을 대신해서 로봇이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소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핵심은 무거운 금속을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줄이는 복합소재다. 하나의 '만능 소재'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의 용도에 따라 개발한 구조·차폐·방열 기능성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형태다.

왼쪽부터 박진성 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 양철민 단장. KIST 제공

연구단은 알루미늄 구조체보다 30% 가벼운 구조체, 차폐 성능을 10배 높인 내방사선 소재, 열전도 성능을 50% 향상한 소재 등을 개발 목표로 내걸었다. 구조체는 힘이 집중되는 부분에 탄소섬유를 더 배치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는 덜 쓰는 '위상 최적화' 설계로 무게를 줄인다.

방사선 차폐에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활용한다. 붕소(B)가 중성자를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하는 원리다. 다만 BNNT는 딱딱해 직물처럼 가공하기 어렵다. 연구단은 전기가 잘 통하고 유연한 탄소나노튜브(CNT)와 BNNT를 섞어 섬유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진성 KIST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은 "BNNT를 섬유화하는 기술이 우리 연구소가 갖고 있는 우수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CNT 섬유는 구리 대신 열을 전달하는 '서멀 스트랩'과 경량 전선에도 활용한다. CNT 표면에 구리를 얇게 코팅하는 등 금속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다. 

● 실증 인프라 구축·우주 사용이력 축적이 숙제

성능 좋은 소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우주산업에 진입하기 어렵다. 위성은 한번 발사하면 수리하기 어려워 실제 우주에서 작동한 이력인 '스페이스 헤리티지'가 매우 중요하다. 양 단장은 "우주는 가격보다는 신뢰성 문제"라며 "리스크가 있는 새로운 소재를 잘 쓰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2026~2028년 소재 개발·지상 실증, 2029~2031년 부품 개발·우주환경 실증, 2032~2035년 시스템 통합 실증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계획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연구단과 함께 개발한 소재를 지상에서 먼저 검증하고 실제 위성 등에 탑재해 사용 이력을 쌓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지상 실증을 위해 진공·극한 온도·원자산소·플라즈마·자외선 등 5가지 우주 환경을 모사하는 시험 챔버 구축도 추진한다. 국내에 관련 시험 시설이 있긴 하지만 여러 조건을 한꺼번에 구현하기 어렵고 시험 장비가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시험 챔버 구축 비용은 최소 100억원으로 예상되며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시험 절차를 마련하고 데이터를 쌓는 것이 출연연의 역할로 제시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소재 개발과 지상 검증, 우주 검증까지 하나의 프로토콜로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 장기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실패 위험까지 떠안기는 어렵다"며 "KIST 같은 출연연이 위험을 감당하면서 개발과 실증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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