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콘텐츠의 가치는 기획에 좌우된다”…루프탑 남산에서 공유된 'K-콘텐츠 성장 공식’

황정호 기자 2026. 10. 2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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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창작자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반응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과 소비자 경험, 플랫폼 유통, 팬덤 형성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장르에 관계없이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어떤 자극을 전달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이해하는 것이 기획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작품의 구성과 이용자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 반영하는 과정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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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남산, 남궁철 파이로씨앤씨 대표 강연서 K-팝 제작 시스템과 글로벌 성장 전략 공유
인지과학 기반 몰입·감정 설계 강조…소비자 반응 분석 중요성 제시
SNS·팬덤·세계관 활용한 IP 비즈니스 확장 전략 소개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K-콘텐츠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창작자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반응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과 소비자 경험, 플랫폼 유통, 팬덤 형성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궁철 PYRO C&C(파이로씨앤씨)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루프탑 남산에서 열린 ‘K-콘텐츠의 성장 공식’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 부문을 거쳐 SM C&C 대표를 역임한 남궁 대표는 K-팝 산업의 제작·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성공 요인과 사업 확장 전략을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콘텐츠의 완성도를 창작자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장르에 관계없이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어떤 자극을 전달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이해하는 것이 기획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K-팝 경쟁력은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소비자 몰입까지 설계해야
지난 22일 서울 중구 루프탑 남산에서 열린 ‘K-콘텐츠의 성장 공식’ 강연에 나선 남궁철 PYRO C&C(파이로씨앤씨) 대표. 남궁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 부문을 거쳐 SM C&C 대표를 역임한 전문가로써 K-팝 산업의 제작·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성공 요인과 사업 확장 전략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남궁 대표는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설명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컬처 테크놀로지(Culture Technology)’를 사례로 제시했다. 캐스팅과 트레이닝, A&R(아티스트 및 레퍼토리 기획), 프로듀싱,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이 K-팝 산업의 성장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정체성과 콘셉트, 세계관뿐 아니라 진출할 시장까지 기획 단계에서 고려한다. 남궁 대표는 동방신기와 엑소, BTS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팬들이 참여할 여지를 마련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관은 기획 단계부터 만들고, 뮤직비디오에도 이를 보여주는 상징을 넣어둡니다. 아티스트의 음악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린 결말을 활용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궁 대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성공적인 콘텐츠의 주요 요소로 상호작용성, 생생함, 사회적 현존감, 몰입 등을 제시했다. (사진=테크42)

그러면서 남궁 대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콘텐츠의 주요 요소로 상호작용성, 생생함, 사회적 현존감, 몰입을 제시했다. 영상이나 음악이 시청각적 자극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감정적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각적 현저성(Visual Salience)과 청킹(Chunking), 반복 효과 등을 콘텐츠 기획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 시각적 현저성은 화면의 특징이나 이용자의 관심에 따라 시선이 특정 대상에 집중되는 현상이며, 청킹은 여러 정보를 의미 있는 단위로 묶어 이해와 기억을 돕는 방식이다.
남궁 대표는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감정적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낸 성공 사례로 신인 걸그룹 ‘A2O LITE’의 데뷔곡 ‘NEON’ 뮤직비디오를 제시했다. (사진=A2O엔터테인먼트)

실제 사례로는 신인 걸그룹 ‘A2O LITE’의 데뷔곡 ‘NEON’ 뮤직비디오를 제시했다. 도입부의 화면 구성과 멤버 배치, 안무와 음악의 반복 요소 등을 분석하며 시선을 끄는 연출과 기억하기 쉬운 표현이 콘텐츠 소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숏폼에서 제품의 장점을 10가지씩 나열하면 소비자는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안무가 너무 복잡하면 댄스 챌린지로 이어지기 어렵죠. 결국 콘텐츠는 창작자의 기준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영상과 음악, 드라마의 전개 과정에서 소비자의 기대와 감정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빌드업(Build-up)’도 강조했다. 도입부에서 관심을 확보하고 중간 과정에서 몰입을 유지한 뒤 절정에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구조다.
A2O LITE의 '네오' 뮤직비디오 초반, 시리(XILI)와 아이찡(AIJING)의 2인 페어 안무는 유튜브에서 AI 합성 기술과 맞물려 '밈'으로 확산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지=네오 뮤직 비디오 캡처)

이러한 접근은 제작 이후의 성과 분석에도 적용된다. 남궁 대표는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청자가 어느 구간에서 이탈하는지 살펴보고, 댓글과 이용자 반응을 다음 기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작자가 의도한 장면과 실제 이용자가 반응하는 지점의 차이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글로벌 유통부터 팬덤·IP 확장까지…콘텐츠 사업의 지속성 강조

남궁 대표는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서 유통과 마케팅 전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강조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목표 시장의 특성과 소비 방식에 맞춰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미국 빌보드 차트의 집계 일정을 고려해 음반의 항공 운송과 현지 매장 공급 시점을 조정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음악의 완성도뿐 아니라 해외 시장의 유통 구조와 판매 시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남궁 대표는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서 유통과 마케팅 전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강조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목표 시장의 특성과 소비 방식에 맞춰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또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유통과 홍보 방식도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콘텐츠 확산 전략을 강조했다.

마케팅에서는 소수의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집중하기보다 여러 소규모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양한 이용자 집단에 콘텐츠를 노출하고 자발적인 공유와 참여를 유도하는 접근이다.

글로벌 팬덤 형성의 사례로는 BTS를 언급했다. BTS가 데뷔 초기부터 SNS를 통해 일상과 활동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팬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는 분석이다.

남궁 대표는 팬덤을 단순한 소비 집단이 아닌 콘텐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참여 기반으로 봤다. 공연과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등 팬들이 서로 교류하고 창작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채널은 꼭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방송국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청자 목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댓글과 대댓글이 바로 달리잖아요. 그만큼 빠르고 좋은 피드백이 없으니 콘텐츠를 만들 때 이용자와 계속 소통해야 합니다.”

팬덤과 함께 지식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도 콘텐츠 기획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남궁 대표는 하나의 작품이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도록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속에 후속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서를 남기거나 열린 결말을 활용하면 이용자의 관심과 해석,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적 장치는 후속 콘텐츠와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제작 초기부터 팬들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다음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궁 대표에 따르면 이는 ‘IP의 장기적인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날 남궁 대표는 콘텐츠의 제작 기술뿐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한 작품의 구성과 이용자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 반영하는 과정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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