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온통에 담은 고교 급식…“어르신께 같이 드시자고 전해주세요”

이정하 기자 2026. 10. 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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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막 끝난 지난 27일 오후 2시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성지고등학교 급식실.

오후 2시10분께, 급식실 앞에 도착한 '용인시학교급식지원센터' 냉장탑차에 포장된 음식을 실었다.

두 학교에서 수거한 88.4㎏의 예비식은 오후 2시40분 기흥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 도착했다.

안애란 용인시 자치분권과 민간협력팀장은 "신선 조리식품이라 '당일 배송, 당일 섭취' 원칙을 엄수하고 있다"며 "내년엔 참여 학교를 1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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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성지고·신갈고, 복지관에 식사 나눔
수시 합격자 출석 변동으로 급식 더 남아
제철음식부터 고기·과일 90분 만에 전달
기흥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송된 학교급식 예비식을 용기에 나눠 담고 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지난 27일 오후 2시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성지고등학교 급식실. 학생과 교직원 1100여명의 배식이 끝나자 조리실무사들 손길이 다시 분주해졌다. 식판 씻는 소리가 요란한 중에도 한쪽에서는 통마늘닭봉숯불구이 등이 밀폐 보온·보냉 용기에 정갈하게 담겼다. 먹다 남긴 잔반이 아닌, 넉넉히 조리했으나 배식대를 거치지 않은 ‘예비식’(잔식)이다. 예비식을 지역 홀몸어르신들에게 나누기 위한 첫번째 과정이다.

성지고에서는 통상 전체 조리량의 10%가량이 예비식으로 남는다. 최근에는 대입 수시전형에 합격한 3학년 학생들의 출석 변동 등으로 잔여량이 조금 더 늘었다. 이날 성지고에서 포장된 예비식은 털레기수제비국(6.82㎏), 통마늘닭봉숯불구이(23.8㎏), 오이도라지무침(3.18㎏), 배추겉절이(2.8㎏), 스틱김자반(0.2㎏) 등 모두 36.8㎏ 규모였다.

지난 27일 오후 2시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성지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오기옥 영양교사가 전용 용기에 담긴 학교급식 예비식을 촬영해 예비식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올리고 있다.

오기옥 성지고 영양교사는 “추가 업무 부담을 지게 되는 조리실무사들과 ‘예비식 나눔’의 정책 취지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학생들의 한끼를 넘어 지역사회와 환경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모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전 과정 ‘실시간 이력 추적’…식품 안전성 확보

오후 2시10분께, 급식실 앞에 도착한 ‘용인시학교급식지원센터’ 냉장탑차에 포장된 음식을 실었다. 보관실 내부 온도는 영하 5.3℃~영하 5℃ 안팎을 유지했다. 차량은 이어 인근 신갈고에 들러 한우콩나물밥(21.7㎏), 맑은미역국(17.2㎏), 감자채피망볶음(7.3㎏), 바나나(5.4㎏) 등 51.6㎏의 예비식도 수거했다.

올해 보건복지부 지침 개정으로 복지시설의 직접 수령이 금지되고 전담 인력·차량을 이용한 ‘안전 수거’가 의무화되면서 용인시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화·수·목요일 정기 수거 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예비식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 ‘넥스트 테이블’ 앱도 도입됐다. 탑차 이동 시간, 적재함 온도, 기부 품목과 중량까지 실시간 이력 추적으로 관리된다.

예비식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 ‘넥스트 테이블’ 앱. 이 앱을 통해 수거량과 식품 위생 상태, 탑차 이동 시간, 적재함 온도, 기부 품목과 중량, 최종 수혜 인원까지 실시간 이력 추적으로 관리된다. 넥스트 테이블 제공

두 학교에서 수거한 88.4㎏의 예비식은 오후 2시40분 기흥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 도착했다. 용인시자원봉사센터 봉사자 20여명이 재검수한 뒤 밥·국·반찬을 1인분씩 도시락 53개로 만들었다. 자원봉사자 김선화(65)씨는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영양가 높은 학교급식 예비식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처음이라 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르신 밥상까지 신선도 살린 ‘1시간30분’

도시락은 복지관 인근 영구임대주택단지 관리사무소로 직송됐다. 안내 방송이 나가자 오후 3시30분께부터 홀몸어르신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성지고에서 수거를 시작한 오후 2시부터 신갈고 수거, 복지관 소분, 어르신들의 손에 닿기까지 불과 1시간30분 만에 끝났다. 콜드체인 물류망과 빠른 현장 연계 덕에 음식의 신선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도시락을 받아 든 한 70대 어르신은 “혼자 살면 식사 준비가 힘들어 거르기 일쑤인데 제철 음식에 고기와 과일까지 골고루 담겨 있어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기흥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송된 학교급식 예비식을 용기에 나눠 담고 있다.
홀몸어르신의 든든한 도시락으로 재탄생한 학교급식 예비식은 인근 임대주택단지 관리사무소로 배달됐다. 안내 방송을 듣고 찾아온 홀몸어르신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귀가하고 있다.

용인시의 이번 2학기 시범사업은 성지고와 신갈고를 대상으로 700만원의 예산으로 진행 중이다. 전용 용기 제작, 수거·운반비, 플랫폼 운영비, 영업배상책임 보험료까지 포함된 액수다. 안애란 용인시 자치분권과 민간협력팀장은 “신선 조리식품이라 ‘당일 배송, 당일 섭취’ 원칙을 엄수하고 있다”며 “내년엔 참여 학교를 1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리면 처리비만 383억…나누면 이웃의 든든한 한끼

전국 학교급식 음식물쓰레기는 연간 20만톤이고 처리비는 383억원이 든다. 경기도에서만 연간 100억원 이상이 든다. 앞서 수원시가 14개 학교 시범사업으로 수천만원의 처리비를 아끼고 탄소배출 감축 성과를 냈지만 도내 2500여개 학교 중 잔식 기부 참여율은 7% 안팎에 그친다. 2023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식중독 책임 부담, 추가 작업 피로도, 물류 지원 부족 탓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곳이 많다. 성지고와 신갈고 사례처럼 학교는 정성껏 음식을 나누고 지자체와 급식지원센터가 ‘안전 물류망’을 책임지는 민·관·학 협력 모델이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김민선 용인교육지원청 학교급식2팀장은 “제도 안착을 위해 학교 현장이나 지자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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