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거제도 개혁’ 법안 손놓은 여야… 발의는 68건, 논의는 ‘0’

이지운 기자 2026. 10. 2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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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에서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 147일이 지난 가운데 여야가 사태 재발을 막겠다며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68건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투표 용지 부족 사태 및 선관위의 투표 관리 부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공직선거법 35건, 선관위법 33건 등 6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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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일만에 ‘올공’ 투표지 검증]
“투표지 부족-관리부실 재발 방지”… 6·3 지방선거 이후 경쟁적 발의
법안 심사 착수한 건 1건도 없어… “보여주기 아닌 문제 해결 필요”
6·3 지방선거에서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 147일이 지난 가운데 여야가 사태 재발을 막겠다며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68건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3일 이후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공직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총 10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투표 용지 부족 사태 및 선관위의 투표 관리 부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공직선거법 35건, 선관위법 33건 등 68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68건의 처리 현황은 모두 ‘소관위 접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지방선거 이후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지만, 1건도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나 법안소위 차원에서 본격 논의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행안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검찰청 폐지에 따라 공직선거법의 문구를 다듬는 법안으로 선거제도 개혁과는 무관했다. 선관위 직원이 퇴직 후 3년간 선관위 상임위원을 맡지 못하게 하는 선관위법 개정안이 6월 통과됐지만 투표 용지 부족 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 3월 발의된 법안이다. 반면 본투표 용지 인쇄 수량 법제화, 중앙선관위원 상임화,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 휴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들은 모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는 사태 발생 보름 만인 6월 18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7월 말 선관위 특검법도 통과시켜 현재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정조사 특위에서 올림픽공원 투표 용지 재검표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공방이 장기화되며 범여권 의원들이 청문회에 불참하는 등 파행이 벌어졌고,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행안위 차원의 입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이 한 차례 연장 끝에 8월 말 종료되고 곧이어 국정감사가 이어지면서 행안위는 아직 관련 법안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7/뉴스1
정치권에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선거제도 개혁 법안 중 상당수는 여야 간 입장차가 크지 않고,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낮은 만큼 당장 논의에 착수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을 법에 명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모두 발의했고,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행도 8월 행안위에 출석해 “선거일 투표 용지는 선거인 수 대비 100% 인쇄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선관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들을 상근화하는 선관위법 개정안도 여야가 모두 발의했다. 내년 4·7 재보궐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관련 법안 개정은 선거일 기준 최소 1개월 전에는 완료돼야 안정적인 선거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서로 유불리를 따지며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정쟁화하는 가운데 입법 활동은 도외시한 것”이라며 “보여주기 식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선관위를 꾸짖기만 할 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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