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글로벌 제약사, AI 기업과 잇단 동맹

송혜진 기자 2026. 10. 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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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최대 5조원 규모 계약
/Getty Images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5일 미국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업 인시트로와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신약 공동 탐색 계약을 맺었다. 인시트로는 질병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AI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지방간염(MASH)과 심근병증 원인을 밝히고 새 치료 표적을 찾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후 임상 개발과 판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맡는다.

대형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이 신약 개발의 첫 단추를 잇따라 AI 기업에 맡기고 있다. 어떤 병을 공략할지 정하는 단계부터 임상 시험 설계까지 AI의 도움을 받아 실패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달에만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 덴마크 제약사 질랜드 파마가 AI 신약 개발 기업과 잇따라 계약을 맺었다. 세 건의 계약 규모를 합치면 최대 38억달러(약 5조원)다.

◇“실패 줄이기 위해”… AI 계속 찾는다

질랜드 파마는 지난 13일 미국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신과 최대 12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제너레이트는 AI로 새로운 단백질 약을 설계하는 회사다. 두 회사는 여러 표적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비만·대사 질환 치료제를 함께 만들 계획이다.

미국 일라이 릴리는 지난 19일 홍콩 메티스 테크바이오와 최대 11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메티스는 AI로 ‘지질나노입자(LNP)’를 설계한다. 지질나노입자는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 치료제를 감싸 몸속 원하는 조직까지 실어 나르는 나노 크기의 입자다. 릴리는 지난 3월에도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과 최대 27억50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빅파마가 AI 기업과 손잡는 건 적은 돈으로 실패 위험을 나눌 수 있어서다. 계약 규모는 조 단위지만, 계약할 때 실제로 내는 돈은 일부에 불과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시트로에 먼저 지급하는 계약금은 4000만달러로, 전체 계약 규모의 3%가 안 된다.

나머지는 AI가 찾은 표적으로 만든 약이 임상을 통과하고 판매로 이어질 때 단계별로 나눠 준다. 약이 중간에 실패하면 제약사가 치르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 AI 플랫폼을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돈도 아낄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가희

이 같은 ‘맞손 계약’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제약 거래 분석 업체 딜포마에 따르면, 제약사와 AI 기업의 신약 개발 제휴는 2024년 84건에서 지난해 11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0건이 체결됐다.

계약 규모(마일스톤 포함 최대치)도 2024년 118억달러에서 지난해 434억달러로 3.7배가 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59억달러로 지난해 한 해 규모를 넘어섰다. 상반기 계약 시점에 실제로 지급된 돈만 19억달러(약 2조7000억원)다.

◇임상 1상 성공률은 70% 넘겨…출시까진 갈길 멀어

단순히 덩치만 커지는 것도 아니다. AI가 맡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QVIA 연구소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신흥 바이오 기업이 AI를 활용해 개발한 신약 후보의 임상 1상 성공률이 75%로, AI를 쓰지 않은 후보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제약사 세르비에와 항암제를 공동 연구하는 인실리코 메디슨은 지난 20일 표적을 정하고 초기 신약 후보를 찾아 첫 마일스톤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AI 신약 기업에 대한 투자도 커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아이소모픽 랩스는 올해 2분기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기업도 뛰어들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6월 인실리코 메디슨과 최대 25억달러 규모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인실리코의 AI 플랫폼으로 뇌신경 면역 질환 치료 표적 3개를 골라 전임상 단계까지 함께 연구한다.

다만 AI로 찾은 신약이 실제 환자에게 쓰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IQVIA 분석에서도 AI 활용 후보의 임상 2상 성공률은 일반 후보와 비슷했고, 3상까지 간 사례는 분석이 어려울 만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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