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국감서 밑천 드러난 ‘김현지 주례’ 낙하산

이인열 논설위원 2026. 10. 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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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반년에 공기업 매출도 몰라
서류 꼴찌가 1등된 거 公正 맞나
곳곳서 심해지는 권력의 사유화
무능의 대가는 국민이 떠안아야
질의 답하는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얼마 전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답변은 귀를 의심케 했다. 작년 매출을 묻자 “6조원 정도”, 영업이익은 “3300억원”이라 답했다. 실제는 각각 3조9982억원, 5296억원이었다. 매출은 2조 부풀리고 이익은 2000억 줄인 것이다. 취임 직후 비상경영회의를 열어 ‘재무 건전성’부터 따졌다는 하 사장이 정작 본인은 반년이 지나도록 얼마 벌어, 얼마 남기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지역난방공사는 2100여 직원을 두고 수도권 신도시와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에 난방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거대 에너지 공기업이다. 수많은 주주의 ‘돈’이 얽힌 코스피 상장 기업이기도 하다. 민간 상장사 대표가 이런 식이었다면 허위 공시와 자격 논란이 거세게 일었을 것이다.

다른 답변도 기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약 계층 요금 지원이나 일자리 사업은 설명조차 못했다. 171억원을 쏟아부은 히트펌프 사업은 연평균 가동률이 30% 수준인데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업무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었다. 지원 동기는 더 가관이다. “에너지 교육이 현실화되는 핵심 기관이라서”라고 답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그는 국가 기간 에너지망을 도대체 뭘로 보고 있는 것인가. 오죽하면 의원이 “공부 좀 하고 오라”며 혀를 차고, 본인 스스로 “공사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했다”고 실토했겠는가.

선발 과정은 기가 찬다. 하 사장은 서류 심사 8명 중 8등, 면접 5명 중 5등이었다. 전형마다 꼴찌다. 그런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제청을 거쳐 연봉 2억4000여 만원짜리 사장에 올랐다. 그는 “초기 기준과 최종 선택 기준은 다를 수 있다”고 강변했다. 꼴찌를 1등으로 뒤바꿀 거라면 시험과 심사는 왜 치렀으며, 그 해괴한 ‘최종 기준’이란 권력의 낙점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그는 ‘만사현통’으로 불리는 정권 핵심 실세,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결혼 주례를 선 인물이다.

이 장면에서 작년 연말 공공기관 업무 보고 생중계가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온 국민 앞에서 매섭게 몰아세웠다.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 사장에게 관세청과 수사기관이 전담하는 외환 밀반출 단속 책임을 물으며 면박을 주자 번지수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달러 뭉치 반출에 날카로운 이유가 따로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백 번 양보해 업무를 꿰고 있어야 한다는 경고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서슬 퍼런 잣대는 왜 측근의 주례를 선 ‘낙하산 꼴찌’ 사장 앞에서는 멈춰 서는가. 전 정권 인사는 소관도 애매한 일로 공개 망신을 주고, ‘내 편’은 기본 수치조차 몰라도 문제 삼지 않는다면 그게 공정인가.

권력 주변의 논공행상이 도를 넘고 있다. ‘대장동 변호사’ 들의 금배지 행진에 이어 그들의 매형과 누나가 대통령 비서실장·총영사에 오르는 ‘신(新) 명문가’마저 등장했다. 에너지·환경·건설 등 기관 곳곳에 지자체 인연이나 선거 공신이라며 안착한 ‘경기·성남 라인’은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다.

공기업 낙하산은 정권마다 있어왔다. 이번에는 전문성은 고사하고 취임 반년이 지나도록 기본 업무도 모르는 수준까지 왔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가 요직을 맡기니, 인사 난맥을 넘어 ‘권력 사유화(私有化)’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서민의 난방비에 직결된 국가 인프라가 권력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무능의 대가는 국민에게 청구서로 돌아온다. 입으로는 공정과 책임을 외치면서 뒤로는 자리 나눠 먹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과거보다 낫다’거나 ‘관행’이라는 변명은 결코 국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누구 말처럼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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