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도 거침없이 돌파…사람 아냐?
인간 움직임 비슷하게 구현

어떤 장애물이든 사람처럼 빠르고 능숙하게 넘어갈 수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개발됐다. 수직으로 버티고 선 축대나 가파른 사다리가 보이면 손과 발, 팔꿈치 등을 어디에 디딜지 신속히 계산해 몸을 움직인다. 미리 입력된 장애물이 아니면 멈칫거리며 넘기를 주저하는 기존 휴머노이드와는 작동 구조가 다르다.
27일(현지시간) 유럽 과학계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연구진은 어떤 형태의 장애물이든 막힘없이 넘거나 기어오를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했다고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의 휴머노이드는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제작한 키 1.3m의 휴머노이드 G1을 개조한 것이다. 연구진은 ‘주의집중 기반 접촉 계획(ACP)’이라는, 자신들의 신기술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G1에 입력했다.
ACP는 휴머노이드의 손과 발, 무릎, 팔꿈치, 골반 움직임을 통제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ACP가 적용된 휴머노이드는 앞에 벽처럼 놓인 축대가 나타나자 위를 양손으로 짚더니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면서 점프력을 만든다. 지면에서 살짝 떠오른 무릎을 축대 측면에 대더니 상반신을 축대 위로 밀어 올린다. 그러고 나서는 오른발과 왼발을 축대 위로 완전히 옮겨 신체 전체를 똑바로 세운다.
연구진은 사다리와 계단 오르기, 징검다리 건너기, 낮은 담장 뛰어넘기 등도 시연했다. 로봇 움직임은 진짜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빠르다.
이런 움직임을 구현하는 ACP는 사람의 눈 구실을 하는 기기인 ‘라이다(LiDAR)’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장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신체 움직임 데이터를 조합해 작동한다.
기존 휴머노이드는 AI나 인간 움직임 둘 중 하나에 의존한다. AI에 의존하는 휴머노이드는 장애물 넘는 법을 스스로 찾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이하거나 비효율적인 동작이 많다. 인간 동작을 흉내 내는 데 주력하는 휴머노이드는 생소한 장애물 앞에서는 멈추거나 넘어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휴머노이드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장애물 돌파 성공률이 평균 92.5%에 이르렀다. 웬만한 장애물은 문제없이 넘는다. 기존 기술은 이 수치가 58.8%에 그친다.
ACP가 들어간 휴머노이드가 상용화하면 건축 공사장이나 재난·재해 구조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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