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환의 진화의 창]인간은 두 발 달린 물고기다

“수족관 유리 벽 너머가 아니라 야생에서 상어를 직접 보니까 신기해요.”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국민 상어’ 부캉이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도심에서 야생 물고기를 보려면 일부러 강이나 계곡까지 찾아가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우리 주변은 물고기로 가득하다. 물 밖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커다란 물고기 천지다.
진화적 시각에서 인간은 물고기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이고, 유인원이고, 영장류이고, 포유류이고, 양막류이고, 어류이고, 동물이고, 진핵생물이다. 우리가 두 발 달린 물고기인 까닭은 약 3억8000만년 전 어류의 일부가 뭍으로 올라와 사지동물(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종종 가족들에게 “오늘 지하철에 물고기들이 엄청 많던데”라는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인간은 물고기다”라는 명제는 틀리진 않지만, 김빠진 콜라처럼 공허하지 않을까? “인간은 진핵생물이다”가 공허하듯이 말이다.
천만의 말씀! 사람 몸의 기본 구조는 수억년 전 고대 물고기에서 처음 생겨났고 지금도 그대로다. 인체가 왜 이렇게 작동하며 왜 이런 식으로 말썽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려면, 하얀 도화지 위에 포유류에게 최적화된 설계를 완전히 새로 도안하기는커녕, 물고기의 골격을 가져와서 이곳저곳 고치고 땜질해 포유류로 그럴듯하게 변장시킨 진화의 흑역사(?)를 먼저 살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고생물학자 닐 슈빈이 저서 <내 안의 물고기>에서 펼친 주장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의 구조를 보자. 머리는 한쪽 끝에 있다. 단단한 두개골에 싸인 뇌와 감각기관들이 그 안에 들어 있다. 항문은 반대쪽 끝에 있다. 척수는 몸통을 따라 길게 뻗은 등 쪽에 있다. 내장은 배 쪽에 있다. 팔다리는 몸통의 양옆에 쌍으로 있다. 눈 두 개, 귀 두 개, 콧구멍 두 개, 입 하나가 얼굴에 좌우대칭으로 나 있다.
이 기본 구조는 전적으로 물고기의 발명품이다. 즉, 개구리, 뱀, 소, 참새 같은 사지동물은 모두 물고기로부터 비슷한 설계를 물려받았다. 사람의 경우, 어류나 양서류, 악어와 달리 다리가 몸통 옆이 아니라 아래에 달렸을 뿐이다. 해파리나 해면이 ‘우리’ 물고기와 전혀 다르게 설계되었음을 생각하면, 사람 몸의 기본 설계는 결코 당연하다고 치부할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팔다리는 어떨까? 모든 생물의 부속지는 동일하게 설계되어 있다. 부속지가 팔다리이든, 날개이든, 앞뒤 지느러미이든 상관없다. 팔의 위팔뼈나 허벅지의 넙다리뼈처럼 먼저 뼈가 하나 있다. 거기에 뼈 두 개가 붙는다. 거기에 또 작고 둥근 뼈들이 여럿 붙는다. 마지막으로 손·발가락이 붙는다. 모든 부속지가 이처럼 ‘뼈 하나 - 뼈 둘 - 작은 뼈 여럿 - 손·발가락’이라는 패턴을 따른다.
통닭의 날개를 예로 들어보자. 닭봉은 굵은 위팔뼈 하나이다. 거기에 붙는 닭윙은 뼈가 두 개라서 먹기 불편하다. 닭윙의 끝에 손목뼈와 손가락뼈가 작게 남아 있다(배달 음식으로 확인해보시라). 현재 대다수 물고기의 지느러미에는 이런 패턴이 없지만, 슈빈이 발견한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은 위팔, 팔뚝, 손목, 손가락이라는 패턴을 또렷이 지니고 있었다. 틱타알릭은 물고기에서 사지동물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였던 것이다.
슈빈에 따르면, 딸꾹질은 우리가 뭍으로 올라온 양서류 조상을 두었기 때문에 생기는 골칫거리다. 우리 목 안에는 물이나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입구를 막는 후두개가 있다. 횡격막이 갑자기 수축해서 공기가 세차게 들어오면, 딸꾹질 반사 작용으로 후두개가 쾅 닫힌다. 이때 “딸꾹!” 소리가 난다. 왜 갑자기 들이닥친 공기가 허파로 못 가도록 황급히 차단할까?
양서류 조상은 물에서는 아가미로, 뭍에서는 허파로 호흡했다. 콸콸 쏟아져 들어오는 물이 허파로 새어 나가는 일 없이 아가미로만 가게 하려면 딸꾹질 반사가 유용했다. 아가미와 허파 호흡을 함께하는 오늘날의 올챙이는 매일 딸꾹질과 유사한 방식으로 호흡한다.
요컨대, 인간은 두 발 달린 물고기다. 물고기의 기본 틀에 포유류의 옷을 걸친 뒤, 두 다리로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게끔 여기저기 개조하고 튜닝하면 사람이 된다. 땅 위를 직립 보행하는 생활 방식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인간의 제작 도면이 새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 슈빈은 농담 삼아 말했다. “조물주가 존재한다면, 그분은 정말로 물고기를 좋아하신 분이죠.”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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