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맞나. AI 사진일 수도…” 온라인 화제된 중국 세탁기 논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드럼세탁기 상판이 나무를 압축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세탁기 상판에 구멍이 뚫려 있고 주변에는 나무조각 처럼 보이는 갈색 가루가 쌓인 사진이다. 제조원가를 낮추려고 값싼 목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주간경향은 사진에 등장하는 세탁기의 제조사인 하이얼코리아에 사실관계를 문의했다. 일주일가량 답변이 없어 10월 28일 다시 전화했다. 하이얼코리아 측은 “확인해봤는데 하이얼 코리아 제품인지 여부도 불확실하고,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답했다.
해외 수출용이 아닌 중국 내수용 제품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담당자는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제조사 제품을 봐도 윗 상판을 그렇게 나무로 만드는 것은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면 하이얼 로고 아래 ‘수정(水晶)’이라는 구체적 제품명 표기도 보이는데? 담당자는 “출처가 불분명해서 거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사진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단 이 제품이 저희 제품인지도 모르고, AI로 만든 것일 수도 있지 않는가”라는 반문이다.
실제 사진 논란 어디서 시작됐을까.
확인 가능한 해외 게시물 가운데 하나는 10월 18일 X 계정 ‘작가 최성호(作家崔成浩·@cuichenghao)’가 올린 글이다. 이 계정은 2012년부터 중국에서 북한을 풍자하는 게시물로 알려졌다. 과거 ‘평양 최성호’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며, 실제 운영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성호는 다른 누리꾼이 하이얼 세탁기 상판에서 MDF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사진 두 장을 공유했다.
그는 한 누리꾼이 하이얼 드럼세탁기 상판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파보니 목재 섬유를 압축한 밀도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하이얼마저 온라인 저가 경쟁에 대응하려고 PVC 대신 저렴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게시물은 일본에도 퍼졌다. 10월 18일 일본 X 이용자들은 같은 사진을 공유하며 하이얼 세탁기의 상판이 MDF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야후의 실시간 검색 서비스에도 관련 게시물과 반응이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10월 19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과 설명이 공유됐다.
사진 속 제품명은 실제 하이얼 제품군과 일치한다. 하이얼 중국 본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2012년 출시된 ‘수정(水晶·Crystal) 시리즈’ 드럼세탁기 제품들이 등록돼 있다. 2012년 2월 등록된 XQG70-B1226A를 비롯해 여러 모델이 확인된다. 해당 사진이 진품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사진 속 제품명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명칭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진에 달린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에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하이얼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보쉬, 지멘스 등 다른 가전업체도 세탁기 상판에 목재 가공품을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한 중국어 이용자는 “지멘스, 보쉬, 삼성 등 외국 브랜드의 중저가 드럼세탁기도 상판에 밀도판을 사용한다”며 “하이얼만 사용하는 재료가 아닌데 무엇이 그렇게 믿기 어렵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이얼 세탁기 사진을 공유한 X 게시물에는 지멘스 세탁기의 상판을 뜯어내는 영상도 답글로 올라왔다. 영상에는 ‘SIEMENS’ 로고가 붙은 드럼세탁기가 등장한다. 촬영자는 크게 파손된 상판의 표면을 뜯어 내부에 들어 있는 갈색 목재 가공품을 보여준다. 다만 제품의 정확한 모델명과 촬영 경위, 목재 가공품의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업체도 실제로 목재 상판을 사용할까. 보쉬와 지멘스의 가전제품을 만드는 독일 BSH의 공식 자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작성된 세탁기 상판 교체 지침에는 본체에 장착된 ‘목재 상판(wooden worktop)’을 제거하고 금속판으로 교체하는 과정이 설명돼 있다. 세탁기 뒤쪽 나사 두 개를 풀어 상판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보쉬의 설치설명서에도 주방 조리대 아래에 세탁기를 설치할 때 기존 상판을 금속 덮개로 교체하는 절차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2016년 출원한 ‘세탁기 상부커버 및 이를 제조하는 방법’이라는 특허에도 MDF를 이용한 상판 구조가 등장한다. 특허 명세서는 MDF가 필요한 강도를 확보하면서도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목재 가공품을 세탁기 상판에 사용하는 것은 특정 중국 업체만의 예외적인 제조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온라인에 올라온 삼성 세탁기 관련 설명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 한 누리꾼은 삼성 드럼세탁기 대부분이 겉에는 PCM 강판을 사용하고 내부에는 고밀도 섬유판을 넣어 무게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이 이런 구조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세탁기 내부의 진동 억제용 균형추와 상판은 서로 다른 부품이다.
하이얼코리아는 사진 속 제품이 자사 제품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AI 생성 사진일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대로 해외에서 유통되는 사진이 실제 하이얼 세탁기의 제조상 결함을 보여준다고 확정할 근거도 부족하다.
확인된 것은 세탁기 상판에 목재 가공품을 사용하는 기술이 하이얼뿐 아니라 다른 가전업체에서도 알려진 제조방식이라는 점이다. 상판에 사용된 소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제품의 제조 상태와 파손 원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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