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넣고 6순위, 43개로도 5·6순위…‘대전 남매’ 울린 야속한 구슬

심진용 기자 2026. 10. 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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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삼성화재 감독이 28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인하대 임인규를 지명하고 있다. KOVO 제공

[스포츠경향 심진용 기자] 약체팀의 리빌딩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시작된다. 프로스포츠에서 대개 성적 역순으로 지명권을 주는 이유다. 좋은 신인을 뽑아야 잘 키울 가능성도 크다.

28일 열린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남자부 삼성화재와 여자부 정관장이 나란히 울었다. 1순위 지명권을 기대했지만 각각 6순위, 5순위까지 밀렸다. 확률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불운이 하루에 두 번이나 벌어졌다.

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구슬 추첨으로 지명 순서를 정한다. 총 100개의 구슬을 직전 시즌 성적 역순으로 35개, 30개, 20개, 8개, 4개, 2개, 1개씩 배분한다. 성적 역순 그대로 지명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위 팀일수록 상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높도록 설계했다.

지난 시즌 남자부 최하위 삼성화재는 구슬 35개를 받았다. 여자부 최하위 정관장은 트레이드로 확보한 흥국생명의 구슬까지 더해 43개를 받았다. 삼성화재와 정관장이 2순위 이내 지명권을 확보할 확률은 각각 65%, 75% 수준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삼성화재는 구슬 35개를 가지고도 뒤에서 두 번째인 6순위를 받았다. 정관장은 지명권 2장이 각각 5순위와 6순위에 배정됐다. 삼성화재가 5순위 안에 들지 못할 확률은 약 0.6%에 불과했다. 정관장이 4순위 이내 지명권을 한 장도 얻지 못할 확률도 겨우 0.7%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대전을 연고로 쓰는 두 팀이 오전과 오후 차례로 ‘구슬 불운’에 울었다.

28일 열린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구슬 추첨으로 확정된 각 구단 지명 순서가 전광판에 떠 있다. KOVO 제공

삼성화재는 6순위 지명권으로 인하대 미들블로커 임인규를 뽑았다. 토미 틸리카이넨 삼성화재 신임 감독은 “원하는 순번은 아니었지만 새로 선수를 보강한 만큼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인규에 대해서는 “미들블로커들 부상이 많아서 포지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신장보다 배구 이해도와 기술을 보고 뽑았다”고 했다.

정관장은 5순위와 6순위 지명권으로 청수고 리베로 김아중과 중앙여고 날개 공격수 오세인을 각각 뽑았다. 위안거리라면 정관장은 리그 최고 세터 염혜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래프트 ‘최대어’ 세터 오드리 박을 뽑지 못한 아쉬움이 그래도 덜했다. 권순찬 정관장 감독은 “지금 저희는 세터가 급한 게 아니다.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고 해도 지금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가장 큰 행운의 주인공은 지난 시즌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이었다. 구슬 100개 중 단 2개만 가지고도 전체 2순위 ‘대박’을 쳤다. 현대캐피탈이 정확히 2순위에 당첨될 확률은 약 2.7%였다.

현대캐피탈은 2순위 지명권으로 미들블로커 장은석을 지명했다. 보강하려 했던 미들블로커 자원 중 가장 높이 평가한 선수를 뽑았다. 뜻밖의 행운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2년 전에 대한항공도 구슬 2개로 고순위(전체 1순위)를 뽑지 않았나. 그런 경우를 기대했다”고 웃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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