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씨앗, 우주에서 왔다고? 천만에 말씀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2026. 10. 28. 19: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0년 넘게 과학자들을 사로잡은 '생명의 씨앗은 하늘에서 떨어졌다'란 낭만적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 45억 년 전 갓 태어난 지구에 혜성 10만여 개가 쏟아졌지만 생명의 재료를 제대로 배달한 혜성은 기껏해야 1개 정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년 넘게 과학자들을 사로잡은 ‘생명의 씨앗은 하늘에서 떨어졌다’란 낭만적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 45억 년 전 갓 태어난 지구에 혜성 10만여 개가 쏟아졌지만 생명의 재료를 제대로 배달한 혜성은 기껏해야 1개 정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마저도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 등장하기 1억 년 이상 전의 일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천문학 연구소, 캐번디시 연구소, 에딘버러대 행성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혜성이 지구 생명의 원료 물질을 실어 왔을 것이라는 가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 결과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0월 28일 자에 실렸다.

영국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지구 생명의 기원이 혜성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스칼렛 화이트

혜성은 얼음 속에 탄소와 질소가 포함된 유기분자를 품고 있어서 흔히 ‘우주의 더러운 눈덩이’로 불린다. 그중 시안화수소(HCN)는 당, 지방, RNA를 만드는 출발 물질로 꼽힌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시안화수소를 실은 혜성이 지구에 떨어져 ‘생명의 수프’를 끓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 탄생 직후 약 5억 년 동안 떨어진 혜성의 수와 크기, 속도, 각도를 계산한 다음 혜성이 대기를 뚫고 땅에 충돌한 뒤 HCN이 얼마나 남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 과정을 10만 번 반복했다. 불확실한 조건은 모두 혜성에 가장 유리하게 잡았다.

분석 결과, 지름 100m가 넘는 혜성이 10만 개 이상 떨어졌지만 생명 재료를 만들 만큼 높은 HCN 농도를 남긴 혜성은 시뮬레이션 1번당 중앙값 1회에 그쳤다. 특히 28%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장 큰 걸림돌은 속도다. 지표면에 충돌하는 혜성은 평균 초속 28㎞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를 약 12초 만에 주파하는 속도다. 이 속도로 혜성의 잔해가 땅에 부딪히면 충돌 시 발생하는 열로 HCN 대부분이 분해된다. 아주 비스듬하게, 유난히 느리게 떨어진 드문 경우에만 HCN이 남게 된다. 또 지름 100m가 되지 않는 작은 혜성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폭발해 흩어져 버린다.

게다가 당시 지구는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었고 HCN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빗물과 지하수로 인해 농도가 옅어진다. 연구팀은 짧은 사이에 생명의 화학반응이 완성될 확률을 따져 혜성 덕에 생명이 탄생하려면 우주 나이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화성 조건이라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에서는 혜성이 평균 초속 19.7㎞로 느리게 충돌한 데다가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서는 육지 조건을 뺀다면 HCN 배달에 성공한 충돌이 1061회로 지구 189회보다 5배가 넘었다. 두꺼운 대기가 혜성을 박살 내는 금성은 53회로 가장 불리했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앤슬로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우주 생명 기원설은 꽤 낭만적인 생각이지만 기껏해야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요행”이라며 “생명의 재료가 지구 대기와 땅속 화학반응으로 직접 만들어졌거나 혜성보다 훨씬 자주 떨어진 소행성 충돌로 생겼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