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리센느’ 포토북 찍은 금호강 ‘팔현습지’ 훼손되나···환경단체, 무기한 천막농성 나서

백경열 기자 2026. 10. 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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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일부의 모습. 환경단체는 산과 강의 생태계가 연결되는 이 곳이 금호강 대구 구간 약 42㎞ 중에서도 핵심 생태구역으로 본다. 백경열 기자

법정보호종이 대거 발견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 보도교 설치 공사가 임박하자 환경단체 등이 무기한 천막농성에 나섰다.

대구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팔현습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팔현습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대위는 “1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왕버들군락과 수달, 남생이 등 수많은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파괴될 위기에 처해진 지금, 인간만이 안락한 보금자리에 머무를 수 없어 이 곳을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측은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도록 24시간, 2인 1개조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지역 환경단체는 이 곳이 산과 강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금호강의 자연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핵심 생태구역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수리부엉이·담비와 같은 법정보호종 25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야생동물의 ‘숨은 서식처’라는 것이다.

대구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팔현습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28일 팔현습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습지를 지키기 위해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백경열 기자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사업은 2022년부터 추진됐다. 동구 효목동 및 수성구 매호동 일부 지역에 제방을 쌓는 등 하천을 정비하고, 습지 인근에 보도교 886m를 포함한 산책로 연결도로 약 1.5㎞를 설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환경단체는 사업을 추진 중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주민과 지역사회의 완강한 반대 및 전문가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대구지방환경청·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열린 ‘보도교 변경 환경 분야 자문회의’에서 “다양한 보호종 서식을 이유로 보도고 설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멸종위기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남생이’ 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별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 28일 걸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발매된 싱글 2집의 포토북 및 영상 콘텐츠를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백경열 기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안에 보도교 공사 기초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9년까지 보도교 설치 사업에 약 142억원을 배정하는 등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다.

환경당국은 당초 설계에 비해 습지와의 거리를 추가로 확보하고, 보도교 높이 및 교각 수를 줄이는 등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다만 이 공사는 지난해 11월쯤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지역사회 반발이 계속되면서 현재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공대위 측은 “주민과 지역사회는 기존에 있는 자전거도로와 산책길만으로도 충분하기에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위적인 길’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보도교 공사가 진정 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개발인지, 아니면 팔현습지를 관광자원화해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창출하고 싶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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