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대전환” vs “지원 확대” BIX2026서 정부-업계 ‘바이오 동상이몽’

최영찬 기자 2026. 10.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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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산업부 실장, 부스 둘러보며 제조 경쟁력 확인…고한승 바이오협회장 “초기 기업 지원 절실”

[비즈한국] 정부가 국내 바이오산업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전환과 사업화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투자금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초기 바이오벤처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강조하는 산업 육성 정책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투자 환경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에서는 이러한 정부와 산업계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은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보제약, AI 바이오 M.AX관,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기업 싸이티바 등의 전시 부스를 둘러봤다. 각 기업과 연구기관이 소개하는 제조 기술과 산업 현황을 살펴보는 일정이었다.

이 실장은 부스 투어를 마친 뒤 비즈한국과 만나 “많은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고, 특히 캐나다, 중국, 인도 등 다수 국가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제조 역량에 주목하고 협력을 희망하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바이오산업은 첨단전략산업으로서 집중 육성돼야 한다”며 “정부 역시 연구개발(R&D), 실증, 사업화 및 인프라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병훈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뮤니케이션그룹 그룹장(왼쪽 두 번째)이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왼쪽 세 번째)에게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AI 제조혁신 살펴본 산업부…규제 샌드박스 활용 강조

이날 이 실장의 부스 투어에서는 AI를 활용한 바이오 제조혁신과 생산 경쟁력 강화가 주요 관심사로 올랐다.

이 실장이 방문한 경보제약은 기존 원료의약품(API) 사업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용인 연구소를 만들고 아산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한편,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자율 제조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경보제약 관계자는 “한국기계연구원, 고려대학교와 협력해 2029년까지 AI 기반 자율 제조 랩을 구축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DC 링커와 페이로드의 합성·정제 공정에 로봇과 AI 제어 기술을 접목해 24시간 자율 가동하는 제조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중국과 인도의 저가 원료의약품에 대응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AI 바이오 M.AX관에서도 제조 공정의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이 소개됐다. AI 바이오 M.AX관은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생산·품질관리까지 AI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으로 M.AX는 제조업 AI 대전환(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을 의미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생산·품질관리까지 AI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을 선보인 AI 바이오 M.AX관. 사진=최영찬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세포 상태 분석, 로봇 자동화 배양, 연속 생산 및 자율 제조 제어, 디지털 트윈 기반 품질 검증 등 7개 핵심 요소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단이 참여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제조 공정 전체를 완벽히 자동화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대한민국이 요소 기술을 연결해 글로벌 AI 바이오 제조 표준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실장은 이러한 제조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연구개발 이후 단계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 개선과 관련한 질문에는 규제 샌드박스 활용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바이오산업은 한국의 핵심 미래 전략산업”이라며 “산업부는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 규제 샌드박스, 과감한 실증 지원 및 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바이오벤처와 글로벌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개막식 축사에서도 AI 융합을 통한 바이오 제조 공정 혁신과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산업부는 203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해 바이오 핵심 소부장 기술 개발과 실증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투자금, 일부 상장사에 집중, 초기 기업 생존 위기”

반면 바이오업계에서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이 초기 기업의 자금난 해소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정부 지원과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취지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개막식에서 정부 지원과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최영찬 기자

고 회장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며 “규제 혁신과 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현장 사정을 보고 실질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예산 확대에 대해서도 현장의 체감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 비해 예산이 증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증가가 아니다”라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고 회장은 이후 전시장에서 비즈한국과 별도로 만나 최근 바이오 투자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잘되는 곳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하다”며 “과거에는 20억 원씩 여러 벤처에 고루 투자됐다면 지금은 100억~200억 원씩 특정 상장사에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시장의 자금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초기 연구개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 회장은 이 같은 투자 쏠림으로 초기 바이오기업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 회장은 최근 주목받는 AI와 바이오의 융합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바이오의 융합도 데이터가 축적되고 검증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시장이 장기적인 균형 감각을 가지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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