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범죄 막고, 소통으로 문제 풀고' 베테랑의 현장 철학 [넘버112]

최승한 2026. 10. 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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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30분.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정길용 경위(사진)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정 경위는 불안해하며 현장을 벗어나려는 학생을 의자에 앉힌 뒤 종이를 꺼냈다.

위기 현장에서 정 경위가 중시하는 것은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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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용 서울금천서 독산파출소 경위 인터뷰
19년차 지역경찰 "현장을 지키는 것이 본분"
헌옷수거함 점검·고물상 방문...지역치안 연계 활동 펼쳐
투신시도 장애 학생 필담으로 진정…상담기관 연계
"현장에서 먼저 뛰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좋은 결과 따라와"
정길용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경위가 서울금천경찰서 주차장에서 순찰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오전 6시 30분.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정길용 경위(사진)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전날 밤 접수된 112 신고와 사건 처리 내역을 살펴보고, 절도 사건이 있으면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한다. 본격적인 근무에 앞서 그날 돌아볼 곳을 미리 살피는 것이다. 2008년 경찰에 입직한 정 경위는 올해로 19년 차다. 특전사 출신으로 문성지구대와 금천파출소, 백산지구대, 기동대 등을 거쳐 올해 3월 독산파출소에 배치됐다.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일선 근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지역경찰의 주된 업무는 112 신고 대응이지만 신고가 없는 시간에도 할 일은 많다. 순찰 중 위험한 곳을 발견하면 구청에 개선을 요청한다. 독산동은 낮에는 교통 민원, 밤에는 주취자 신고가 잦다. 가정폭력 신고도 적지 않아 현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상황을 진정시키는 일에도 힘쓴다.

출근길 목격한 절도…새벽에 고물상까지 찾아가
정 경위에게는 평범한 출근길도 범죄예방 활동의 연장선이다. 지난 4월 이른 아침 독산역 인근 헌옷수거함에서 한 노인이 옷을 꺼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상하다 싶어서 좀 지켜봤는데 옷을 다 빼고 있었다. 그래서 가서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절도다'라고 얘기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시 관내에서는 헌옷수거함과 택배 물품 절도가 반복되고 있었다. 지난 4~6월 발생한 절도 132건 중 관련 사건만 약 20건이었다. 그날 이후 정 경위는 헌옷수거함 160곳을 점검해 예방 스티커를 붙이고, 헌옷을 매입하는 고물상 10곳을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새벽에는 폐지와 헌옷을 팔러 온 노인들을 기다렸다가 직접 설득했다. 정 경위는 "가져가서 팔더라도 벌금이 나오면 하루 버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대부분 이해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동네의 작은 불편도 지나치지 않았다.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독산동 '만나는 거리'에는 밤마다 담배꽁초가 쌓였다. 정 경위는 약 한 달간 야간 순찰을 강화해 무단투기 등 경범죄 100건가량을 단속하고 업주와 이용객에게 자체 제작한 홍보물을 배포했다.
정길용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경위가 서울금천경찰서 회의실 '진실의 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위기 학생과 필담' 신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
정 경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청각장애가 있는 중학생과의 만남이다. 당시 학생은 높은 보도교에서 뛰어내리려다 시민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정 경위는 불안해하며 현장을 벗어나려는 학생을 의자에 앉힌 뒤 종이를 꺼냈다.

그는 "아저씨가 글을 써서 얘기해도 될까 하고 물었다. 글을 보여주니까 그 친구도 휴대전화로 답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학생은 이전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 경위는 보호자와 정신응급 대응기관을 불렀지만 응급입원 병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튿날에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직접 연락해 상담을 연계하고 보호자와도 연락을 이어갔다.

그는 "저도 자식이 있다 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관련 기관과 연결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게 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위기 현장에서 정 경위가 중시하는 것은 대화다. 그는 "엄포를 놓고 겁을 주기보다는 진정시키고 대화를 통해 이해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라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사정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길용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경위가 서울금천경찰서 주차장에서 근무 장비를 착용한 채 순찰차 앞에 서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동료들은 정 경위를 '부지런한 동네 일꾼'으로 평가한다. 적극적인 순찰과 예방 활동으로 서울경찰청 수범사례에도 선정됐다. 고된 현장 근무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주민들의 감사 인사다. 정 경위는 "가게 주인이 경찰이 계속 다녀주니 든든하고 거리가 깨끗해진 것 같다고 할 때 힘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도 먼저 움직이는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뭐든 한발 먼저 뛴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결과가 좋더라"며 "뒤로 물러서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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