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서 뮤지컬로 재탄생한 ‘엠. 버터플라이’…“K컬처 믿고 맡겼죠”

이호재 기자 2026. 10.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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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는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한국 초연을 통해 당시 구상이 마침내 실현되는 셈이죠."

1988년 미국에서 초연돼 공연계 최고 권위를 지닌 토니상 연극 작품상을 받은 '엠. 버터플라이'가 38년 만에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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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엠. 버터플라이’ 공연 장면. 연극열전 제공
“흥미롭게도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는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한국 초연을 통해 당시 구상이 마침내 실현되는 셈이죠.”

1988년 미국에서 초연돼 공연계 최고 권위를 지닌 토니상 연극 작품상을 받은 ‘엠. 버터플라이’가 38년 만에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탄생했다. 그런데 그 무대가 미 뉴욕 브로드웨이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도 아닌 한국 서울 대학로다.

원작 희곡을 쓴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이자 미 컬럼비아대 연극학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헨리 황(69)은 28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 희곡이 오페라와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뮤지컬로 제작되는 건 처음”이라며 “(한국 공연 기획사인) ‘연극열전’이 제안하기 전까지 누구도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뮤지컬 ‘엠. 버터플라이’ 공연 장면. 연극열전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엠. 버터플라이’는 1960년대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경극 배우 송 릴링의 사랑을 그린 작품. 갈리마르는 송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송에겐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갈리마르가 굳게 믿었던 사랑은 뜻밖의 진실과 맞닥뜨린다.

원작 희곡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777회 공연됐고, 1989년 퓰리처상 희곡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1993년엔 제러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2012년부터 다섯 시즌에 걸쳐 연극으로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의 유명 희곡을 ‘한국 창작진’이 새로운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그 의미에 대해 “K컬처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미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등 6관왕을 차지한 ‘어쩌면 해피엔딩’을 예로 들며 “한국이 뮤지컬 계의 주요 강자로 등장했음을 세계에 알린 사건”이라며 “오늘날 한국은 가히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나라”라고 했다.

“한국 예술가들이 각자의 재능과 감수성을 발휘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도록 맡겨뒀어요. 서울을 방문해 그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직접 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엠. 버터플라이’ 공연 장면. 연극열전 제공
작품은 미국 남성을 사랑하다 버림받는 일본 여성을 그린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전형성을 뒤집는다. 동양 여성은 순종적이고 남성에게 헌신적이란 서구 중심의 편견을 비판하는 주제 의식이 돋보인다. 황 교수는 “아시아 관객들은 낭만적인 사랑이 일종의 환상이나 연기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쉽게 공감한다”며 “더욱이 식민 지배를 경험했거나, 한국처럼 국제 전쟁의 전장이 됐던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남성들이 동양 여성을 어떻게 성적 환상의 대상으로 삼아왔는지 직접 경험했다”고 했다.

38년 전 원작이 비판했던 서양인의 동양에 대한 편견은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황 교수는 “백인 남성 중심의 문화는 전통적으로 아시아 남성을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로 묘사해 왔다”며 “하지만 한국이 예술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이 상당 부분 바뀐 건 분명하다”고 했다.

“방탄소년단(BTS) 같은 그룹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면서 이러한 인식은 극적으로 달라졌어요. 어쩌면 오늘날 ‘엠. 버터플라이’는 서구 남성들이 품었던 우월감이라는 망상이 어떻게 그들 자신의 몰락을 초래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을 겁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본 뒤 무엇을 얻어가길 바랄까. 황 교수는 답은 명쾌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연애 관계, 그리고 스스로 지닌 편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모든 것을 더욱 명확하게, 그리고 진실에 더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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