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착취 유명 국악인 아내는 피해자 생활기록부 쥔 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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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제자를 수년간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를 받는 유명 국악 연주자의 아내는 피해자가 다닌 고등학교의 전공 교사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주자에게 개인 레슨을 받던 피해자는 연주자 아내로부터 고교 3년간 전공 수업을 받았다. 경찰은 학교생활기록부의 전공 과목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가 연주자의 배우자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피해자가 성 착취 사실을 알리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A씨의 아내는 학교에서 B씨를 지도하고, 생활기록부의 전공 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하는 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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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제자 전공교사… 3년동안 가르쳐
제자의 입시 불안 악용했는지도 수사 대상
국악인 "어떠한 성적 접촉 없어" 전면 부인

미성년 제자를 수년간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를 받는 유명 국악 연주자의 아내는 피해자가 다닌 고등학교의 전공 교사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주자에게 개인 레슨을 받던 피해자는 연주자 아내로부터 고교 3년간 전공 수업을 받았다. 경찰은 학교생활기록부의 전공 과목 기록을 담당하는 교사가 연주자의 배우자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피해자가 성 착취 사실을 알리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연주자가 자신이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성 착취를 이어갔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전공 교사 영향력 커"… 입시 우려 악용했나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경찰청에 국악 연주자 A씨가 2019년부터 미성년 제자 B씨를 상대로 2023년 하반기까지 4년여간 추행과 유사성행위, 간음 등을 반복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개인 레슨실 운영과 별개로 201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년간 아내의 고등학교와 연계된 중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 A씨의 아내는 B씨가 다닌 고교에서 B씨가 다루는 악기를 가르친 전공 교사였다. 두 학교는 같은 교정을 쓰고 있어, B씨는 레슨실 밖 학교에서도 A씨 부부와 마주칠 수 있었다.
A씨의 아내는 학교에서 B씨를 지도하고, 생활기록부의 전공 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하는 교사였다. 고교에서 B씨의 전공 악기 교사는 A씨의 아내가 유일했다. A씨의 아내가 생활기록부에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에 따라 B씨의 대입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한 국악계 종사자는 "국악은 내신 1, 2점으로 당락이 갈리고, 실기 평가는 주관이 들어가는 영역이라 교사의 영향력이 큰 편"이라고 전했다. B씨 입장에선 성 착취 피해를 주변에 알리게 되면 개인 레슨을 그만두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학교생활과 향후 진로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B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가족과 A씨의 가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죄책감과 불안도 느꼈다. 경찰에 고소장과 함께 제출된 B씨의 일기장 등에도 이런 심경이 남아 있다. B씨는 2021년 12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에 A씨의 아내를 거론하며 "이게 알려지면 나는 아마 못 살지 싶다"고 썼고, 2022년 4월 휴대폰 메모장에는 "선생님(A씨 아내)께도 죄송해서 죽고 싶다. 이 사실을 혼자만 안고 간다면 나만 힘들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A씨도 B씨가 학교 안팎에서 자신과 아내에게 각각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A씨가 자신의 입시 지도에 의존하는 B씨의 심리 상태와 아내의 교사 지위를 성적 착취에 이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해당 고교 출신의 한 대학생은 "국악을 배운 이들은 같은 선생님들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며 "선생님들의 입김이 곳곳에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대부분 학교 아니면 연습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밉보이면 자기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며 "부당해도 졸업할 때까지만 참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A씨 부부도 B씨와 같은 고교 출신으로, 사제 관계에 더해 학교 선후배 관계와 주변 인맥까지 겹쳐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악계의 폐쇄적 환경이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르기 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이뤄진다. 청소년 성폭력 예방 전문 기관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이 사건은 권력 관계가 이미 형성돼 있었고, 피해자는 자신의 진로와 가해자 부인의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할 요소도 많아 그루밍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내 제자 절반, 남편 레슨실로… 이해충돌 우려
이처럼 학교 안팎의 지도 관계가 부부를 중심으로 맞물린 구조는 성적 착취 의혹과 별개로 교내에서 이해충돌 우려도 낳았다.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평가하는 교사의 배우자가 같은 학생에게 유료 개인 레슨을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학생으로서는 전공 교사의 배우자에게 개인 지도를 받을지 결정할 때 교사와의 관계를 의식할 수 있다.
실제로 A씨 아내의 전공 학생 10명 중 5명은 A씨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A씨의 아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A씨의 레슨실에 다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관련 학생 수를 파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내는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A씨의 공연을 보러 갔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관람료를 부담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해당 고등학교는 "외부 레슨과 관련한 공식 민원은 접수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A씨 측은 사실관계와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에 "2019~2023년은 물론 어느 시기에도 제자를 상대로 추행, 유사성행위, 간음을 비롯한 어떠한 성적 접촉도 한 사실이 없다"며 "제자와의 관계는 레슨 지도를 위한 사제 관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국악계의 성폭력·성착취 사건과 피해를 알리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겪었거나 이 같은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학교·기관의 묵인이나 부실 대응에 관한 제보도 받습니다. 피해자와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하고,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의사를 존중합니다.
메일: door@hankookilbo.com,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https://open.kakao.com/o/s1mh59Ti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이채원 인턴 기자 chaewon98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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