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과 박진영의 괜찮은 척하는 얼굴에서 아픔이 느껴지는 까닭('100일의 거짓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10. 28. 11: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서희 씨. 괜찮아요?"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사토 히데오(박진영)는 금서희(김유정)에게 묻는다.

하지만 금서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사토 히데오에게 애써 웃으며 거짓말을 하려 한다.

이 장면은 <100일의 거짓말>이 그리고 있는 금서희와 사토 히데오라는 청춘들이 어째서 거짓으로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면서, 그들이 처한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의 아픔을 온전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서희는 밀정으로서 유소란이 자신의 딸 이름으로 지어준 가짜 이름이고, 사토 히데오는 부모에게 버려진 그를 사토 신이치(진선규)가 마치 전리품처럼 거둬 부여한 이름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일의 거짓말’, 부모도 나라도 없는 청춘들의 괜찮은 척 사는 삶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금서희 씨. 괜찮아요?"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사토 히데오(박진영)는 금서희(김유정)에게 묻는다. 방금 눈앞에서 금석중(감우성)이 사살당하는 걸 보고 온 금서희다. 괜찮을 리가 없다. 그녀는 금석중이 자신을 총독부 밀정으로 보낸 유소란(김현주)의 남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죽기 전 금석중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유소란에게 카스테라 하나 사가라는 말이었다. 금서희는 그 말이 아내에게 남기는 남편의 마지막 마음이라는 걸 안다. 그 마음을, 또 그 마음을 남기고 죽은 금석중의 이야기를 어떻게 유소란에게 전할 것인지 그녀는 감당할 수 없다. 괜찮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금서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사토 히데오에게 애써 웃으며 거짓말을 하려 한다. "저 괜찮..." 하지만 그 괜찮다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손가락을 꼬는 습관을 가진 그녀는 손가락을 꼬지 못한다.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아니요. 안 괜찮아요." 늘 거짓말만 한다며 그녀의 그런 태도를 질책하곤 했던 사토 히데오는 그 순간에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 울고 있는 그녀를 꼭 껴안아 준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거짓으로 살아가던 두 청춘이 빗물 속에서 드디어 서로의 진심을 꺼내놓는다.

이 장면은 <100일의 거짓말>이 그리고 있는 금서희와 사토 히데오라는 청춘들이 어째서 거짓으로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면서, 그들이 처한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의 아픔을 온전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실 금서희도 사토 히데오도 아니다. 금서희는 밀정으로서 유소란이 자신의 딸 이름으로 지어준 가짜 이름이고, 사토 히데오는 부모에게 버려진 그를 사토 신이치(진선규)가 마치 전리품처럼 거둬 부여한 이름이다. 그들의 진짜 이름은 이가경 그리고 김태웅이다.

그들의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들은 그들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다. 거짓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들이 그렇게 된 건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거기에는 '부모의 부재'가 있다. 이가경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엄마가 왜놈과 붙어먹느라 딸을 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태웅 역시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아닌, 거짓으로 꾸며진 삶을 살아간다. 사토 신이치 그리고 금서희로서.

하지만 그 삶이 온전할 리 없다. 이가경은 자신에게 뭐 하나 해준 것 없은 '이 지긋지긋한' 조선 땅을 떠나 미국에 가는 게 꿈이지만, 그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민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한 미국에 아무런 힘도 돈도 없는 이가경이 어찌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그 꿈을 미끼로 내세운 유소란에 의해 그녀는 목숨을 건 밀정 행세까지 하게 된다. 유소란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그 마음속에는 자신의 딸을 눈앞에서 죽인 사토 신이치에 대한 복수심이 자리한다. 그 복수심으로 그녀는 거짓말로 이가경이라는 청춘을 이용한다.

김태웅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토 신이치의 아들로 인정받으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양아버지의 손발에 짓밟히는 조선인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사토 신이치는 그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완전한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명령하지만, 그는 통역을 하면서도 조선인들이 혹여나 당할 핍박을 저어해 거짓으로 말을 전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만난 꽃님이(김라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글자로 가르쳐준다. 이유는 뭘까. 그들이 다 버림받은 자신 같아서가 아닐까.

즉 이가경과 김태웅은 모두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 걸친 삶을 사는 청춘들이다. 진짜는 이가경과 김태웅이지만 그들은 금서희와 사토 히데오를 위장해 살아간다. 진짜는 절망적이고 두렵고 눈물이 쏟아져 내리지만 그들은 애써 웃으며 괜찮은 척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자신들을 버린 부모가 그 일차적 원인이라면 그 이면에는 아마도 주권을 잃어버린 나라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에 연결고리를 던져 놓는다. 지금의 청춘들을 보라.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꿈을 펼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애써 웃으며 "난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현실이 그들 앞에 놓여 있지 않은가. 그래서 <100일의 거짓말>의 거짓말은 일제강점기로부터 한 세기를 넘어 현재에도 들려오는 어른들의 거짓말이면서, 그 거짓말 앞에 애써 괜찮은 척하는 청춘들의 거짓말로 들리는 면이 있다. 이가경과 김태웅의 괜찮은 척 하는 얼굴에서 아픔이 느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