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 정치, 고쳐낼 것” “나라 운영할 사람 ‘빅보스’뿐”[이스라엘 총선]

조형국 기자 2026. 10. 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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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예루살렘 현장 가보니
평화 외치는 시민들 한편…“안보 협상 않는” ‘비비’ 지지 목소리 이스라엘 총선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시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선 선거 광고가 붙은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7일 예루살렘 시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예루살렘 | 조형국 기자·AP연합뉴스
벤구리온 공항 투표 귀국 행렬
정권 교체 열망하는 시민 많아
물가·교육·종전 등 현안 꼽아
보수 성향 짙은 예루살렘에선
“네타냐후 아직 못다 한 일 많아
우파들 힘 뭉쳐 기회 더 줘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선거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오전 4시,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한가득 짐을 끄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른 새벽, 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걸음은 분주했다. 일부 승객이 공항을 빠져나간 뒤에도 입국객들은 계속 밀려들었다.

이날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서 만난 야이르 밀레(64)도 이틀 전 귀국했다. 미국 뉴욕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그는 매년 여름 휴가철 텔아비브에 오지만 올해는 총선 일정에 맞췄다. 그는 “내가 타고 온 비행기도 내내 만석이었다”며 “투표 귀국은 사례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그의 친구는 이날 밤 귀국해 총선 당일 투표하고 곧장 돌아간다고 했다. 유럽에서 이주해온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 텔아비브에서 살아온 닐리 슐(76)도 광장에서 독일에 사는 아들과 손녀의 ‘투표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가족과,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기자가 찾은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의 거리는 여느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 앞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은 속에 품어온 열망을 쏟아냈다.

인질 광장은 평온했다. 시민들은 가자지구 지하터널을 형상화한 시설물 근처를 거닐거나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피아노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터널 상징물은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날이 적힌 포스터로 뒤덮여 있었는데, 포스터에는 “삶을 위해 일어날 시간 6시29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2023년 10월7일 참사는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키워드였다. 밀레는 “10월7일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100% 필요하다”고 했다. 슐은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별명)에게 중요한 건 시민안전이나 국가안보가 아니라 그 자신의 자리”라며 “그는 나라가 불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화가 켈 케이나(45)는 이스라엘 정치가 “역사상 최악”이라며 “오직 바라는 게 권력뿐인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오래 걸리겠지만 우리는 고쳐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스텔로 광장 곳곳에 설치된 기념물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고등학교 교사 곤(52)이 네타냐후 총리 연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와 ‘교육’이었다. 그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부터 연료비와 집세까지 모든 것이 부담”이라며 네타냐후 집권 기간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국가적 자원이 안보에 쏠리면서 교육 예산이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요하르(31)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서둘러 회복하고, 전쟁 역시 빨리 끝나야 한다”고 했다. 케이나는 “가자지구와 정착촌의 끔찍한 폭력도 모두 멈춰야 한다”며 “나는 그림을 그리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종교색이 짙은 예루살렘에선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와 광장에서는 리쿠드당과 종교·극우 정당의 선거운동이 이어졌다. 예루살렘 시온 광장에서는 구레나룻을 따 내리고 키파를 쓴 청년들이 베잘렐 스모트리치 대표 사진이 붙은 ‘하치오누트 하다디트’(종교시온주의당)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차도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선 광고가 붙은 버스가 다녔다.

네타냐후 총리 지지자들은 그의 강한 지도력을 높이 샀다. 벤예후다 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요나탄(43)은 “이스라엘을 운영할 수 있는 이는 ‘빅보스’뿐”이라며 “비비는 안보 문제에서 절대 협상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방산업체 직원 모셰 토티아슈빌리(72)는 “비비가 많은 일을 했지만 아직 못다 한 일들이 많다”며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했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전략은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었다. 리쿠드당 선거운동을 돕는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인) 청년 시몬 푹스(22)는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다”는 점을 꼽으며 “빨리 하레디 징집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니브(51)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선거의 변수가 되긴 어렵다며 “그 전에 표심을 정할 조건이 충분히 많았다. 트럼프 지지는 그 결심을 각자 방향으로 강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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