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헝가리 독재자’ 오르반에 유엔 총장 출마 권유”
공화당서도 “끔찍한 선택” 반발

미국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유럽판 트럼프’라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사진)를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3개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이 오르반 전 총리를 거론하자 러시아와 중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세 나라가 그를 공동 후보로 지지하는 구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르반 전 총리에게 출마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정치적·이념적 유대가 있다. 국무부 당국자는 오르반 전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이상적인 보수 후보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전 총리는 2010년부터 16년간 헝가리를 이끌며 반이민·민족주의 정책을 추진한 유럽의 대표적 극우 권위주의 성향 정치인이다. 집권 기간 언론과 사법부 통제를 강화하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패하며 16년 만에 총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시 오르반 전 총리를 공개 지지했으며, J D 밴스 부통령도 헝가리를 찾아 선거를 지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르반 전 총리 유엔 사무총장 지지 발표가 다음달 3일 미 중간선거 이후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러가 오르반 전 총리를 지지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무총장 후보 추천을 관철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당국자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8~10개국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추천 후 유엔총회에서 임명된다. 안보리에서 후보를 추천하려면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미·중·러 3국이 오르반 전 총리를 지지하더라도 상임이사국인 영국·프랑스의 거부권을 피하고 다른 이사국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WSJ는 오르반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옹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오르반 전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수년간 EU의 주요 결정을 무산시키며 갈고닦은 거부권 행사와 협박 기술을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오르반 전 총리 기용 구상을 “끔찍한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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