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농부 출신 안산농협 4선 조합장’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

목은수 2026. 10. 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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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조사 속도전, 현장에선 부작용… 농촌경제 파장까지 살펴야”

도농상생자금 820억원 지원… 소통 경영 실천
로컬푸드 직매장 3곳 문 열어 ‘농가 판로 확보’
농기계 대여로 농민 부담 줄이고 영농 편의 ↑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는 “도시농협 조합장으로서 농촌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도시에서 판매하고, 농촌의 이미지를 활용해 도시지역 금융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6.10.2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는 안산농협 4선 조합장이다. 서울과 비교해 농업인구 유입과 유출이 활발해 조합원 구성도 유동적인 경기도에서 일군 기록이다. 조합원들의 지지도 두터웠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후보 4명과 경쟁해 40.5%의 득표율로 처음 당선된 뒤, 2015년 양자 대결에서는 91.4%를 얻으며 입지를 굳혔다. 이후 후보 3명이 맞붙은 2019년과 2023년 선거에서도 각각 70.0%, 7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조합장 선거를 치르고 1년여 뒤인 2024년 4월에는 농협중앙회 경기지역 이사로 선출됐다. 안산에서 처음 배출한 농협중앙회 이사로, 경기도 지역농협을 대표해 전국 농협의 주요 경영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중앙회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경기도에는 161개 농·축협과 약 27만명의 조합원이 있다.

최근 안산시 성포동 안산농협 본점에서 만난 박 이사는 옷에 달린 농협 배지를 가리키며 “농촌농협이 배지를 빼라고 하면 반납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지금 시민들이 농협을 신뢰하는 것은 농촌지역 농협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이미지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가 조합장 4선을 거쳐 중앙회 이사로서 경기도 지역농협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된 배경에도 농촌에 대한 존중이 자리 잡고 있다. ‘농부’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신념이다.

■ “도시농협은 농촌농협에 빚지고 있는 겁니다”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 /안산농협 제공


박 이사의 뿌리는 ‘농부’다. 수원농고와 한경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는 논농사부터 꽃 재배까지 다양한 농사를 지었다. 농부 집안에서 태어난 만큼 농사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후 영농후계자 모임 등 농업 관련 활동들에 참여했다. 그러다 2002년 안산농협 감사로 활동하면서 농협과 인연을 맺었다. 농협은 그가 처음으로 ‘월급을 받으며 일한 직장’이기도 하다. 농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경험이 지금의 농업 정책에도 밑바탕이 됐다.

농촌농협과 상생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가 추진해온 여러 정책에 녹아 있다. 조합장 취임 후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는 농촌농협에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도농상생자금(출하선급금)’ 지원이다. 안산농협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농촌농협 169곳에 지원한 자금은 총 820억원에 달한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안산농협 조합원들에게만 이익을 돌려줘도 선거에서 ‘표’로 결과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 5%의 이자율을 가정하면, 100억원을 운용할 경우 매년 5억원의 이자 수익을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박 이사의 의지는 굳건했다. 시민들이 농협을 믿고 이용하는 데는 농촌농협이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믿음에서다.

박 이사는 “시민들은 농협이 농가를 위한 활동을 한다는 이미지를 보고 농협을 이용한다”며 “우리 같은 도시농협은 그 이미지를 활용해 장사하고 돈을 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가 건물 공실이 늘면서 도시농협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농촌지역은 인구 소멸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 지원 금액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상생의 범위를 시민들까지 넓혔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로컬푸드 음악회는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안산 로컬푸드 직매장 앞에서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농협이 조합원만을 위한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박 이사의 고민이 반영된 행사다. 그는 “농협을 이용하는 고객 중 농민은 10% 정도이고, 90% 가까이는 시민”이라며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인 것은 맞지만, 조합원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수조사 여파, 과수 생산 쏠림·가격 하락 우려
거래 줄고 담보대출 경색·지역농협 건전성 영향
찾아가는 서비스 등 기존 방식 벗어나 변화 대응

■ 로컬매장 확대·농기계 대여… 농민을 위한 정책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는 “도시농협 조합장으로서 농촌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도시에서 판매하고, 농촌의 이미지를 활용해 도시지역 금융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6.10.2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박 이사는 오랜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다. 임기 중 안산시로컬푸드직매장(안산 초지동), 연꽃로컬푸드직매장(시흥 물왕동), 본점 하나로마트(안산 성포동) 등 3곳이 임기 동안 문을 열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협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지만, 농민에게는 판로를 확보하고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창구다. 출하 수수료도 7~1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판매대금이 당일 입금돼 영농자금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박 이사는 “농민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장별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오전에 물량이 소진되면 오후에도 바로 납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판매대금이 당일 입금되기 때문에 농가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매장 운영 방식에도 농민들의 참여와 책임을 높이기 위한 원칙을 적용했다. 처음에는 농민들이 납품한 농산물이 팔리지 않고 남으면 지역사회 복지기관에 기부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오히려 일부 농가가 기부를 염두에 두고 납품량을 두 배씩 늘리는 일이 생겼다. 이에 남은 농산물은 농민들이 직접 회수하도록 운영 방식을 바꿨다.

박 이사는 “남은 농산물을 농민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가격도 직접 정하게 하니,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좋은 상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대 위치도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주일 단위로 위치를 바꾸고, 농약 잔류검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 출하 정지까지 하는 등 원칙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이 농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세 직매장의 출하 농가는 각각 55곳, 134곳, 146곳에 달한다. 박 이사는 남은 임기 동안 로컬푸드 직매장을 5곳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시흥시 물왕동에서는 농기계를 빌려주고 보관해주는 경제사업소도 운영하고 있다. 연중 한 달 남짓 사용하는 농기계를 농협이 구입해 농민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고속쟁기(중·대형), 모판 이송기, 전기 들깨 탈곡기 등 24종류의 농기계를 갖췄다. 박 이사는 “농민들은 농기계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돼 목돈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농기계를 맡겨두면 농번기를 앞두고 직원들이 기름칠까지 꼼꼼히 해놓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 ‘초가삼간 다 태운다’… 농지조사 속도전에 우려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는 “도시농협 조합장으로서 농촌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도시에서 판매하고, 농촌의 이미지를 활용해 도시지역 금융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6.10.2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경자유전 원칙이 현실과 어긋나는 지점을 살펴 제도 개선의 근거로 삼으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지나친 속도전으로 현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조사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홍보한 뒤 여론을 살펴가며 정책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동사무소 등에 전수조사 관련 현수막이 붙은 상황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국가가 농지를 가져간다’,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소문까지 퍼지니, 고령층은 그런 내용만 기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농업 정책의 특성상 한 분야의 변화가 다른 분야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농산물 생산과 농협의 지원 정책, 농산물 가격 등이 서로 맞물려 있어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분야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직접 농사를 짓는 움직임이 늘면서, 다른 작물보다 재배하기 수월한 대추나 배 같은 과수나무를 심는 사례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과일의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습에 나서더라도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부작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지 거래 위축이 지역농협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수조사 이후 거래가 줄고 농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농협이 농지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농지 거래 위축이 담보가치 하락과 대출 심사 강화로 이어질 경우 농민의 자금 조달과 지역농협의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끝으로 농협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층 조합원과 고객이 많은 기존 구조에 안주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AI 시대에 고령층 중심의 농협이 기존 방식만 고수하며 안주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행 서비스 등을 강화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바로 전달할 수 있는 로컬매장도 확대하는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박경식 이사는?
▲ 1961년 안산 출생
▲ 수원농고 졸업
▲ 한경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 안산농협 비상임감사 (2002~2011)
▲ 농협중앙회 대의원 (2016~2018)
▲ 농협물류 이사 (2017~2020)
▲ 경영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 (2019~2023)
▲ 농협유통 사외이사 (2020~2022)
▲ 농협경제지주 비상임이사·감사위원회 위원 (2024~2025)
▲ 안산농협 조합장 (2011~)
▲ 전국후계농업경영인 조합장 협의회 부회장 (2023~)
▲ 농협 중앙회 비상임이사 (2024~)
▲ 2025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25~)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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