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임성근 '징역 3년' 확정에도 유족이 "참담함과 무력감" 호소한 이유
'런종섭' 1심 무죄…수사외압·기록반환·정보유출·수사방해 혐의 재판 진행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채 상병 순직 3년여 만에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오늘(2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징역 3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19일, 채 상병은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 수해 현장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돼 구명조끼도 없이 수중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로부터 1196일 만에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확정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접한 유족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피고인(임성근)의 중대한 책임에 비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형량이 턱없이 미치지 못해 원통함을 금할 수 없다. 억울하게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의 눈물을 끝내 외면한 사법부의 판단 앞에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뒤집힌 '명령 위반' 일부 혐의
법원은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명확하게 인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임성근)의 지시로 위험이 커졌고, 수중수색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지휘권을 행사해 수색을 금지하거나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임성근)이 여단장을 통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 언급만 했어도 해병들이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고, 장비를 갖췄다면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조했을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입니다.
1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당시 작전통제권을 육군으로 넘기라는 단편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고 현장 지도·수색방식 지시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을 넘기고 빠지라'는 취지의 명령을 어기고 지휘권을 행사한 잘못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여러 명령 위반 혐의 가운데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은 임 전 사단장이 사단장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위에서 보는 건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해 수색 위치와 방법 등의 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작전통제권도 없이 화상회의로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해서 명령을 어긴 건 맞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은 육군 50사단장이 2023년 7월 18일 오후 3시까지 경북 4개 지역 병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 같은 날 오후 2시 59분 박상현 당시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에게 이를 알려주면서 '작전 철수' 지침을 내렸는데도, 피고인(임성근)이 이를 보고받은 뒤 예정된 작전 시각인 오후 4시 반까지 작전을 지속할 것을 지시한 사실에 대해선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여단장이 대대장에게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지금 상황이 애매해,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뭐 알잖아. 애들 강인하게 해야지"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여단장의 작전 계속 관련 판단에 피고인(임성근)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피고인(임성근)의 작전통제권 행사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이런 판단을 받아들였는데, 특검팀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증거를 따져 내린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문도 모르고 아들을 잃은 뒤 3년 넘게 기다려온 유족은 '임성근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제외된 혐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런종섭' 1심 무죄…수사 외압 재판 등 핵심 남아
유족이 답답함을 호소한 배경엔 다른 재판들도 있습니다.
오늘 판결로 임 전 사단장에게 채 상병 순직의 책임이 있다는 점은 확정이 됐지만, 이 사실을 밝히는데 3년이 넘게 걸리게 만든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이 (재판 결과대로)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담아 이첩하려던 사건을 누가 개입해 바꿨는지, 왜 바꿨는지를 밝히는 '수사 외압' 사건은 여전히 재판 중입니다.
특검은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해 이른바 'VIP 격노'의 실체를 확인했고,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을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첫 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전혀 모르고 수사에 개입할 동기가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3년 가까이 'VIP 격노' 사실 자체를 부인하더니, 그게 밝혀지자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법원은 2024년 3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른바 '런종섭' 사건에 대해선 이미 1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이종섭이 형사처벌 가능성이 구체화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구체적 인식 아래 대사로 임명해 공수처 수사를 저지·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졌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순직해병 특검은 "특수한 관계성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개별 행위가 통상적 직무수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따로 판단해 사건 전체의 본질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소했습니다.
이 밖에 경찰로 넘어간 사건 기록이 국방부로 반환되고, 해병대에 대한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 등으로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선규·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2024년 공수처 처장·차장 직무를 대리하면서 당시 수사팀의 소환조사와 윤 전 대통령·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XX 녹음파일 없다"던 김계환…징계조차 없는 김동혁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이 'VIP 격노' 사실을 폭로했을 때, 군검찰에 출석해 "VIP라는 단어 자체를 쓴 일이 없다"고 했던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습니다.
김 전 사령관은 JTBC 취재로 드러난 채 상병 순직 1개월 뒤(2023년 8월 18일) 문연철 당시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과의 대화에서 "지금 떠드는 거 보니까 니가 얘기한 대로 이 XX(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 녹음 파일이 하나도 없다"면서 수차례 V 얘기를 꺼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VIP 격노' 사실을 폭로한 박 전 단장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까지 하려고 했던 김동혁 당시 국방부 검찰단장은 특검이 기소했지만 아직 징계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장 당시 계급인 '원스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소휴직 상태입니다.
박 전 단장의 'VIP 격노' 발언이 "망상"이라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군검사들에게도 1심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단죄가 3년여 만에 이뤄졌지만, 이 모든 재판들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족은 아들을 잃고도 그 수사가 왜 이렇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판결이 나왔는데도 유족이 여전히 "참담하고 무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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