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동티모르대사 “韓과 관계는 외교 그 이상…평화·우정으로 맺어진 인연”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10. 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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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가입을 발판 삼아 경제 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세안의 11번째 회원국이 된 동티모르는 역내 경제 통합과 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한편 관광·농업 등 비석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 의존 벗어나 관광·농업 육성"-동티모르는 호주와의 해상 경계 인근에 위치한 대규모 가스전인 그레이터 선라이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박람회와 디지털 플랫폼, 문화행사 등을 통해 동티모르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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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가입 1년…관광·농업 육성, 韓 협력 확대
상록수부대 헌신 기억…“양국 관계의 특별한 유산”
수교 25주년 맞는 내년 韓 고위급 방문 기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주한동티모르대사관에서 안토니오 데 사 베네비데즈 주한동티모르 대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동티모르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가입을 발판 삼아 경제 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세안의 11번째 회원국이 된 동티모르는 역내 경제 통합과 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한편 관광·농업 등 비석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2년 독립한 동티모르는 인구 약 15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풍부한 석유·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가 재정의 높은 자원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동티모르는 대규모 해상 가스전인 그레이터 선라이즈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동티모르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배우고 에너지·인프라·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양국은 동티모르의 독립과 평화 구축 과정에서부터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은 1999년 상록수부대를 파견해 동티모르의 평화 유지와 재건을 지원했고 2002년 수교 이후 경제·사회·인적 교류로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매일경제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주한동티모르대사관에서 안토니오 데 사 베네비데즈 주한동티모르대사를 만나 아세안 가입 이후의 변화와 경제 발전 전략,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세안 가입, 경제 통합의 새로운 기회”
지난 10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16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초국가범죄 장관회의(AMMTC)+3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세안 가입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가장 의미 있었던 변화는 무엇인가.

▷아세안 가입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외교적 성과를 넘어 경제 통합과 안정, 번영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발판이다. 지난 1년간 기업 사절단과 투자자, 개발 협력 파트너 등의 방문과 교류가 늘면서 무역과 투자, 관광, 인적 교류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아세안 기준에 맞춰 국내 법률과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 딜리에 외교공관을 설치하는 아세안 회원국도 늘었다.

-아세안의 새로운 회원국으로서 동티모르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가진 독립과 평화 구축의 경험이다. 한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 동티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고 자결권을 위해 싸우며 평화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 시장을 개방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석유 의존 벗어나 관광·농업 육성”
-동티모르는 호주와의 해상 경계 인근에 위치한 대규모 가스전인 그레이터 선라이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동티모르 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석유와 천연가스는 독립 이후 국가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자원 개발 수입을 공공서비스와 인프라, 교육, 사회복지 등에 투자해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그레이터 선라이즈 개발은 현재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우선 과제 중 하나다. 개발 협력 파트너들과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수십 년간 중요한 재정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동티모르의 석유 기금이 2030년대 후반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천연자원이 풍부하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국내 세수 기반을 강화하고 공공지출 관리를 개선하는 한편 경제의 생산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 관광업, 제조업, 디지털 경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금융 접근성을 개선해 민간 부문을 육성하려 한다. 석유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각화된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10~20년 뒤 동티모르가 어떤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라나.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인구와 현대적인 인프라를 갖춘 중상위 소득 국가로 발전하고자 한다. 동티모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이다. 젊은 세대가 교육과 기술을 습득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다각화와 인프라 확충, 교육·보건의료 개선을 통해 국가 발전의 성과가 모든 지역과 국민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한국 기업과 에너지·관광 등 협력 확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벤디토 도스 산토스 프레이타스 동티모르 외교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한-동티모르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동티모르의 경제협력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투자를 희망하는 분야와 가장 시급한 협력 과제는 무엇인가.

▷지리적 거리와 시장 규모, 경제구조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다. 지속 가능한 관광, 농업과 농산물 가공, 수산업, 재생에너지, 디지털 연결망, 인프라 개발 등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환영한다. 특히 지금 가장 필요한 분야를 하나 꼽으라면 관광업이다. 한국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도시와 관광 환경도 잘 조성돼 있다. 우리도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

-한국 기업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업도 있나.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조사·연구 단계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동티모르의 자원 및 개발 잠재력과 결합한다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다. 가능하다면 내년에 한국에서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싶다. 동티모르 기업인들과 한국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떤 사업 기회가 있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끌어낼 동티모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실제로 한국의 한 화장품 기업과도 접촉한 적이 있는데, 동티모르 시장만 보지 말라고 설명했다. 아세안 전체와 인접한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시장까지 함께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동티모르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국내 수요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주변 시장과 연결되는 기회도 살펴볼 수 있다.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강조했다.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동티모르의 매력과 관광·문화 교류 확대 계획은 무엇인가.

▷동티모르에는 아타우루섬의 청정한 바다와 풍부한 해양 생물다양성,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맥, 독특한 전통문화가 있다. 다이빙과 생태관광, 문화관광을 즐길 수 있는 나라다. 한국의 관광 당국과 여행사, 항공사, 관광사업자, 투자자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관광박람회와 디지털 플랫폼, 문화행사 등을 통해 동티모르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 호텔과 관광 서비스 분야의 직업훈련 협력도 확대할 수 있다.

동티모르 커피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 동티모르에서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를 재배하는데, 유기농 커피가 특징이다. 호주와 미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더 많은 한국인이 동티모르 커피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프라다. 도로와 전력 등 기본적인 시설이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관광업에 종사할 사람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아름다운 해변과 다이빙 관광자원이 있어도 관광객을 맞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동티모르의 관광 분야 인력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동티모르, 평화와 우정으로 맺어진 인연”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주한동티모르대사관에서 안토니오 데 사 베네비데즈 주한동티모르 대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은 상록수부대를 파견해 동티모르의 평화 유지와 재건을 지원했다. 동티모르 국민은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반대로 한국인들에게는 동티모르가 어떤 나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상록수부대는 양국 우호 관계의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평화 유지와 안정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복구, 의료서비스, 지역사회 개발에도 힘썼다. 많은 동티모르 국민이 한국 장병들의 헌신과 따뜻한 배려를 기억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단순한 외교관계가 아니라 국민 사이에 형성된 신뢰와 우정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동티모르의 문화뿐 아니라 양국이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라는 점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동티모르는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웠고 한국도 그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국 관계가 단순한 외교관계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역사적 인연이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세 라모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좋은 친구 사이였다. 1999년 동티모르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동티모르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동티모르에 군인들을 파견해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도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 장병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동티모르 국민은 그 희생을 기억한다. 양국의 관계는 외교를 넘어 평화와 우정으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다.

-내년은 한국과 동티모르의 수교 25주년이다. 이를 기념한 고위급 교류나 협력 계획이 있나.

▷내년은 동티모르가 독립을 회복한 지 25주년이자 한국과 수교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아직 내년 계획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한국의 고위급 인사가 동티모르를 방문해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교류가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기업에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어떤 주한 동티모르 대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는 대사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 발전한 나라다.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기술 발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양국 국민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돕고 싶다.

안토니오 데 사 베네비데즈 주한동티모르대사는... 2024년 10월 주한동티모르대사로 부임했다. 인도네시아 쿠팡대학교에서 철학 학사를, STIE 말랑대학교에서 인적자원관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티모르 교육부 기술고문과 직업훈련 프로젝트 관리단장을 거쳐 2018~2023년 동티모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정당 원내대표와 국회 재정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후 동티모르 교육부와 석유천연자원부 기술고문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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