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라 빨리 다 바꿔라: 잭 워드 & 잭 마윈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서경IN 2026. 10. 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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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년 4월 그리스 부근 이오니아 해에서 베네치아의 대형 무역선이 조무래기 같은 해적선에 항복했다.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사략선에서 일을 하다, 해군으로 강제 징집하려는 영국 왕실에 반발해서 워드는 해적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듬해 워드는 작은 해적선 2척으로 프랑스 전함을 제압하는 성과를 올렸다.

워드는 초라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상당히 늦은 나이에 해적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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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중세 지중해를 주름잡은 영국 출신의 무슬림 해적인 잭 워드를 묘사한 이미지. 출처=Historyextra

1607년 4월 그리스 부근 이오니아 해에서 베네치아의 대형 무역선이 조무래기 같은 해적선에 항복했다. 대포 50문과 해군 200명을 태운 1500톤급 무역선이 200~400톤짜리 해적선 4척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주로 16~17세기에 지중해 일대를 약탈하고 다닌 무슬림 출신의 바르바리 해적(Barbary Pirates)이 벌인 해적질 중에 가장 크고 유명한 사건이다. 베네치아 공국은 큰 충격을 받고 영국에 해적들을 처벌하라고 압박했다.

잭 워드는 수다스러운 언변과 민첩한 행동 때문에 ‘잭 버디’(Jack Birdy)라 불렸다. ‘촉새’랄까?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의 떠버리 주인공 잭 스패로의 모델이다.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사략선에서 일을 하다, 해군으로 강제 징집하려는 영국 왕실에 반발해서 워드는 해적이 되기로 결심했다. 1604년 영국 플리머스 항구의 한 선술집에서 워드는 30명 남짓한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일장연설 끝에 의기투합해서 그 날 밤 바로 작은 배를 하나 훔쳐 해적질을 시작했다.

쉰 살이 넘어 시작한 해적질은 경거망동(輕擧妄動)일까? 늦깎이 해적 워드는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 굉장히 빨랐다. 이듬해 워드는 작은 해적선 2척으로 프랑스 전함을 제압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포 40문짜리 전함을 ‘리틀존’(Little John)이라 이름 붙인 워드는 점점 세력을 키워 대포 60문짜리 베네치아 대형 무역선까지 확보했다. 마침내 워드는 영국, 네덜란드, 무슬림 출신 해적 300명을 거느리고 지중해를 호령했다.

베네치아 무역선 사건으로 격분한 영국이 잡으러 오자, 1610년 워드는 정치적인 사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역시 판단은 빨랐다. 워드는 바로 튀니지에 자리를 잡고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이름도 ‘유수프 레이스’(Yusuf Reis)로 바꿔 버렸다. 마누라도 바꿨다. 이탈리아 여인과 결혼했지만, 영국에 남은 본처에게 꼬박꼬박 돈을 부쳤다. 1612년 은퇴한 뒤 유유자적(悠悠自適) 후배 해적을 가르치던 ‘촉새’는 1622년 전염병에 걸린 뒤 더 이상을 입을 열지 못했다. 향년 69세.

알리바바의 창업주 잭 마윈. 출처=Wikipedia

잭 워드의 변화무쌍한 리더십은 ‘알리바바’(Alibaba) 창업주 잭 마윈(馬雲)의 신속유연한 경영방식과 닮았다. 마윈도 늦깎이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아무리 성과를 내도 홀대를 받는다고 느낀 마윈은 35살이 되는 1999년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항저우(杭州)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동료 17명을 불러 퇴사와 창업을 제안했다. 잭 워드의 선술집 연설처럼 달변이었을까? 동료 17명은 5분만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워드가 베네치아 무역선을 나포한 것처럼, ‘알리바바’도 대박을 거두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듬해 ‘소프트뱅크’(Softbank) 손정의(孫正義) 회장에게서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것이다. 이때 손정의는 마윈의 설명을 딱 6분 듣고나서 투자를 결정했다. 마윈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비롯한 온갖 악조건 속에 사업모델을 전자상거래, 핀테크, 클라우드 등으로 유연하게 바꿔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조국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도 워드와 비슷하다. 마윈은 2020년 금융규제를 강하게 비판한 걸 계기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 ‘알리바바’의 계열사로 중국에서 가장 큰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의 기업공개(IPO)를 중단당하고 지배구조도 바꿔야 하는 제재를 당했다. 그 뒤 마윈은 한 때 실종설까지 나돌 정도로 종적을 감췄다가, 경영에서는 한 발 물러나 조용하게 교육과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플리머스의 선술집에서 워드가 비장하게 외쳤다. “그들이 우리가 술만 마신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부자 놈들의 돈자루 깊숙이 팔을 집어넣자”. 워드는 초라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상당히 늦은 나이에 해적선에 올랐다. 국적도 바꾸고, 종교도 바꾸고, 심지어 마누라까지 바꿨다. 오십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다 바꿔버렸다. 마윈도 기회를 잡고 빠르게 전환하는 실행력을 강조했다. “최고가 되려 하지 말고, 첫째가 돼라”(Don’t try to be the best. Be the first).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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