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장관 제안 아닌데... 대통령에 말 못하는 농식품부

김은정 기자 2026. 10.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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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어민과의 대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농민 반발이 거센 이슈들에 대해 정부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고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농지 전수조사의 배경과 관련해 “원래 저는 수도권 인근 투기 목적의 농지 상황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근데 그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이 저한테 ‘이거 하는 김에 법률상 해야 하는데 수십 년간 안 한 게 있으니 전수조사를 합시다’ 제안해서 한 것이지 농지를 뺏거나 불이익 처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은 수도권 일대만 ‘핀셋 조사’하려 했으나 농식품부 장관이 전수조사 아이디어를 내면서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 옆쪽으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황종우 해수부 장관./뉴시스

그간 농민들은 ‘정부가 투기와 무관한 시골까지 조사하겠다고 들쑤셔 땅값만 떨어뜨렸다’는 불만이 컸는데, 대통령이 그 책임은 주무 부처 장관에게 있다고 밝힌 셈입니다. 옆자리에 배석한 송 장관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를 부인하지도 못하고 난처한 상황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농지 투기 문제를 언급했고 5월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이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설명한 것을 장관이 제안했다고 이해하시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애초 농지 전수조사는 이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생중계됐던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농지 관리가 엉망이다. 투기 대상이 돼버렸다”면서 “필요하면 인력을 대규모로 조직하든지 해서 전수조사하고, 농사짓는다고 사서 방치해 놓으면 매각 명령받는 거죠. 그것도 한번 검토해서 어떻게 실태 조사하고 처리할 것인지 보고하라”고 송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이에 송 장관이 5월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보고했던 것이지요.

백 번 양보해 실제 송 장관이 농지 전수조사를 제안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이날 이 대통령의 행동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농지 전수조사로 성난 농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무 장관을 책임자로 지목하고 화살을 돌린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생중계되는 공개 석상에서 장관의 판단 미스를 직접 거론한 것은 망신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일이 잘못되자 이제 와서 장관 탓을 한다”고 했고, 정점식 원내대표는 “상황이 불리해지니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비열함에 말문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국정 운영과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특히 농지 전수조사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실시할 정도로 복잡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없었다면 결코 농식품부 혼자 추진할 수 없었던 사안입니다. 정책이 잘되면 대통령의 성과, 역풍 맞으면 주무 장관의 오판으로 치부한다면 어떤 장관이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요.

들끓는 농민 여론에 처분 예외 범위를 넓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는 농지 전수조사가 이번 이 대통령의 농식품부 장관 공개 저격으로 더욱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800억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추진한 조사가 농민들 가슴에 상처만 남기고 용두사미로 끝날지, 당초 목표를 이룰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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