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지음·자기 성찰… 일곱 시인들이 빚는 하나의 화음[자랑합니다]

2026. 10. 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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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인 7인의 시동인 '미루'를 자랑합니다. 시동인 '미루'는 하두자 시인을 회장으로 강빛나, 금시아, 김밝은, 김선아, 신새벽, 유현숙 이렇게 일곱의 여성 시인이 함께하는 공동체입니다. 2022년도에 동인을 결성하고, 2023년 12월 여러 선배 시인의 축하 속에서 동인지 '미루' 1호를 창간하였습니다.

1호부터 4호까지 모두 28명의 시인에게 '미루'의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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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여성 시동인 ‘미루’
‘미루’ 동인이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금시아, 김밝은, 신새벽, 유현숙, 하두자, 강빛나, 김선아 시인.

여성 시인 7인의 시동인 ‘미루’를 자랑합니다. 시동인 ‘미루’는 하두자 시인을 회장으로 강빛나, 금시아, 김밝은, 김선아, 신새벽, 유현숙 이렇게 일곱의 여성 시인이 함께하는 공동체입니다. 2022년도에 동인을 결성하고, 2023년 12월 여러 선배 시인의 축하 속에서 동인지 ‘미루’ 1호를 창간하였습니다. 매해 한 권씩 동인지를 펴내며, 2026년 9월에는 ‘미루’ 4호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많은 분이 ‘미루’의 뜻을 묻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넓게 펼쳐진 들, 벌판, 등판을 뜻하며 대부분은 곧게 뻗은 ‘미루나무’를 연상합니다. 미루나무를 ‘미류(美流)나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 ‘미류’는 ‘아름다움이 흐른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또 문학적으로는 기다림, 미완성, 미래 등을 환기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미루’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동인지 ‘미루’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초대의 자리’입니다. 동인만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시인들과 연대하고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지면입니다. 1호부터 4호까지 모두 28명의 시인에게 ‘미루’의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울림, 곧 일곱 동인이 내는 일곱 개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하나의 화음입니다.

일곱 동인은 저마다 다른 시 세계, 미학적 관점, 삶의 행로를 지녔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기꺼이 나서고, 서로의 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무엇보다 치열하게 시 정신을 가꾸어 간다는 점에서는 서로를 닮았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본래 고독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루’를 꿈꾸었습니다. ‘나’만의 시적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나’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다른 ‘나’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다시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관계. 서로의 시에서 자극받고 문학적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동인의 본령입니다.

‘미루’의 출발점에는 서로의 결핍과 고독을 응원하는 자애가 있고, 시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지음이 있고, 다른 시에서 ‘나’의 시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이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 각자의 세계는 한층 넓어집니다. 그래서 ‘미루’는 함께 이야기하고, 1박 2일 때로는 2박 3일 동안 시의 현장을 찾아갑니다. 동인지 출간을 함께 기뻐하고,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어 창작자의 노고를 축하합니다. 친밀하고 지속적인 교류는 각자의 시를 새롭게 담금질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루’는 그 변화의 속도를 허겁지겁 따라가기보다 진실을 오래 보고 삼라만상의 진면목을 깊게 사유하는 느림의 미학, 결핍과 상실을 보듬는 연민을 품고자 합니다. 그것이 시를 오래 지탱하고 시대를 앞서갈 방법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오늘,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힘, 다른 쪽을 상상하는 힘, 사라지는 것의 의미를 붙잡는 힘입니다. 앞으로 ‘미루’는 그런 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각자의 시 세계에 충실하면서 동인끼리의 활동 범위는 넓혀가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시인의 역할에도 충실할 것입니다. 삶의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변화와 속도, 절망과 고통, 익숙함의 반대편을 바라보며, 힘겨운 슬픔이 기대올 때 작은 위안이 되겠습니다. 서로 다르기에 더욱 다채로울 수 있는 화음, 그 화음이 내어주는 길을 따라서 일곱 명의 ‘미루’ 동인들은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김선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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