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이상한 오세훈 판결

김희원 2026. 10. 2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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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무죄 판결의 정치적 파장이 크다.

여론조사가 조작된 사실,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2,100만 원을 지불한 내역, 오세훈 캠프 내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대화 같은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와 필요가 없었다고 한 대목이 가장 이상하다. 오 시장은 경선 룰이 확정된 날 명씨 연락처를 묻고, 예비후보 등록 당일 명씨와 저녁을 함께했으며, 열흘 후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 1,000만 원을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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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의심하며 물증도 간과 항소심
그 어떤 선거 해킹도 처벌 어려워져
피고 이익 지키려다 민주주의 위험에
국민의힘 장동혁(왼쪽)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7주기 추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무죄 판결의 정치적 파장이 크다. 오 시장은 단박에 유력한 차기 주자로 부상했고 극우를 품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기대를 불렀다. 오죽하면 “(판사가) 나라를 구한 사례”(언론인 조갑제씨)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강경파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면 여당도 타격이 크다. 그러나 정치적 여파만 계산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쇄신은 나도 바라지만 그렇다 해도 오세훈 무죄가 정말 보수당과 나라를 구했는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일조했는가.

판결문은 곳곳에서 의문을 남긴다. 명씨의 말이 오락가락하고 과장이 있다는 것은 1심과 2심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그러나 물증과 부합하는 진술을 받아들인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진술 전체를 불신하며 오 시장의 대납 요청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가 조작된 사실,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2,100만 원을 지불한 내역, 오세훈 캠프 내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대화 같은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배경 사실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와 필요가 없었다고 한 대목이 가장 이상하다. 실제로 오 시장은 경선 초반에는 나경원 의원에게 밀렸고 명씨는 오 시장이 우세한 결과를 만들려 애썼다. 또 명씨에게 김씨를 소개한 것이 강철원 부시장(당시 비서실장)이라는 이유로 오 시장 관여가 없다고 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경선 룰이 확정된 날 명씨 연락처를 묻고, 예비후보 등록 당일 명씨와 저녁을 함께했으며, 열흘 후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 1,000만 원을 입금했다. 이 모든 정황 증거들이 경시됐다. 2심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판단력을 과시하면서 김종인에게 이 사건 관련 조언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을 내놨다.

본질을 보자.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가 됐지만 명태균 게이트는 한국 선거판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냈다. 명씨는 2020년 11월부터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수시로 소통했고 이를 지렛대 삼아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소장, 이준석 의원, 오 시장,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로 인맥을 넓혔다. 명씨는 표본 수를 늘리는 식으로 조작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했다. 김 전 위원장도 오 시장도, 명씨를 믿지 않는다면서 미심쩍은 여론조사를 마다하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무료 여론조사를 58차례나 받아봤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으로 보답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도 단죄 없는 판결을 두고 정의를 운운할 수는 없다.

이 수상한 여론조사는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말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9년 정치공백의 오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가 됐을 때, 이 의원이 나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를 거머쥘 때, 정치 신인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차지할 때, 유권자의 표심은 제대로 반영됐을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선거 왜곡을 우리는 충분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핵심인 여론조사 조작은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가 지나 기소되지도 않았다. 공천에 개입한 윤 전 대통령, 의원 세비를 나눈 김 전 의원과 명씨는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였다. 돈이 오간 게 분명했던 오 시장 사건마저 처벌된 이가 없다. 이런 식이면 후보자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선거 해킹도 처벌을 피할 것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이미 선거공학, 여론조사, 전략 컨설팅 전문가들이 선거를 치르고 운영하는 선거전문가 정당이 됐다. 공직선거는 전문가인지 기술자인지 모를 이들이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혼탁한 판이 되고 말았다. 정당들은 나쁜 기술을 더 잘 써야 이기는 게임에서 스스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사법부가 일벌백계해야 한다. 피고인의 이익만 중시하느라 민주주의를 망쳐서야 되겠는가.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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