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쿠키에 담은 사랑과 정성, 누군가에게는 위안 [박수진의 나를 살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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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사람들> 어느덧 마지막 인터뷰다. 나래 씨와는 내가 살던 집을 '당근'에 내놓으면서 인연이 되었다.
"함안에 사는 어떤 분이 제 시골마인드 계정을 보고 반찬 가게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게 선한 영향력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 남편이 직업군인이라 계속 집에서 혼자 지내다가, 제 계정을 보고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 해서 반찬 가게를 열게 됐다고요. 시골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한테 '제가 먼저 해볼게요, 한번 살아보니까 나름 괜찮은데요' 하고 제가 보여주는 느낌이잖아요. 저를 알게 된 후로 남해로 귀촌한 분들도 있고요. 지금은 언니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그럴 때 좀 보람 있고 재밌는 것 같아요."
작은 쿠키 한 조각에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정성과 진심을 담아내는 나래 씨 덕분에 누군가의 하루에 반짝 생기가 돈다는 걸 이제는 그도 알게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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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왔었던 남해로 귀촌 4년 차
자연과 어울려 살겠단 마음 커
추억·수익 고려 동심제과 열어
눈물 흘리며 나눠 먹었단 후기
SNS 보며 반찬가게 냈다는 사연
선한 영향력 확산에 보람 느껴

<나를 살린 사람들> 어느덧 마지막 인터뷰다. 나래 씨와는 내가 살던 집을 '당근'에 내놓으면서 인연이 되었다. 집을 공유해서 그런지 그에게는 유독 내적 친밀감이 빠르게 생겼다. 달콤한 냄새가 작은 거리를 가득 메우던 어느 주말, 부부의 동심을 담은 첫 가게 '동심제과'에서 이나래(41) 씨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남해 귀촌 4년 차, 이나래입니다. 삼동면 지족리에서 동심제과를 운영하고 있어요."
-남해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어요?
"남해는 2016년쯤 처음 여행을 왔었는데, 차도 없이 와서 독일마을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한여름에 캐리어를 끌고 고개를 넘어 다녔던 기억이 나요. 결혼하고서는 캠핑을 하게 되면서 자연의 맛을 알게 됐고, 좀 더 자연과 어울려서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귀촌해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좋아했던 남해로 가서 살자, 하게 됐죠."
-지금 살고 계신 집이 원래 제가 살던 집이었잖아요. 참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해에서 몇 번째 집인가요?
"저는 사실 그 전에 수진 씨를 강의 자리에서 먼저 보고, 책방도 가봤었어요. 근데 집을 보여준다고 대문을 열어주신 분이 그분이어서 신기하더라고요. 집을 꾸며놓으신 걸 보니 취향도 비슷하다고 느껴졌고,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수진 씨도 고양이가 있고, 귀촌하면서 꿈꿨던 텃밭까지 있어서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싶었어요. (수진: 지금도 텃밭 로망 그대로이신가요?) 아니요…. (웃음)"
-저도 거리를 오가며 새 가게가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걸 보는 게 내심 즐거웠어요. 동심제과를 읍이 아니라 지족에 여신 이유는요?
"처음부터 바로 장사를 해야겠다 하고 얻은 자리는 아니었고, 일단 연습 공간이 필요했어요. 읍에서도 자리를 몇 군데 봤었는데 너무 좁고 비쌌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차로 빡빡한 걸 보면서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산도 보이고 풍경이 있는 데서 하고 싶다 보니 자연스럽게 면 단위로 오게 됐어요."
-제과제빵 중에서도 왜 쿠키를 선택하셨나요?


-수제 쿠키여서 손이 정말 많이 갈 것 같은데, 나래 씨만의 쿠키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원래 좀 자신감이 없는 성향이라 '나 빵 만드는 사람이야'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자부할 수 있는 건 이 일을 20년 가까이 오래 해왔기 때문에 남들이 하나 만들고 힘들어할 때 나는 세 개 정도는 만들 수 있고, 현장 경험과 애정만큼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좀 힘들더라도 손님들에게 다양한 맛을 줄 수 있다면 육체적 노동을 감수할 수 있는 게 저의 무기고, 정성만큼은 자신 있어요."
-쿠키를 만들 때 어떤 마음으로 오븐 앞에 서시나요?
"기대한 대답이 아닐 수 있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마음이 가장 커요. 공간이 작고 저희 둘뿐이다 보니 예쁘게 차려입고 손님 응대만 하면 끝이 아니잖아요. '항상 주방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 손님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 하면서 긴장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게 또 다르게 보면 제품에 대한 과한 애정이랄까요?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 같은 거예요. 사계절 내내 똑같은 맛과 식감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온도나 습도까지 신경 쓰다 보니 계속 긴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동심제과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시골마인드' 계정을 통해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계신데, 나래 씨가 생각하는 기록의 힘은 무엇일까요?
"인플루언서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 (웃음) 귀촌 1년 차일 때, 조금 갈피를 못 잡고 있었어요. 남편이랑 둘이 내려왔는데 둘이서만 헤쳐 나가기에는 제가 좀 벅찼거든요. 제가 남편을 설득해서 귀촌하기도 했고, 어떻게 감정을 해소할까 하다가 생각한 게 인스타그램이었어요. 여기서 만약 수익 창출이 된다면 쿠키를 정말 싸게 팔 거라는 다짐을 하며. (웃음) 그런데 하다 보니 저는 과정 자체를 기록하게 되더라고요. 제 지질하고 못난 마음,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같은 것도 많이 기록하는데, 그게 다 감정 해소에 가까운 것 같아요. 거기서 만나는 인연들, 먼저 귀촌하신 분들이나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시는 분들, 저처럼 시골에 살고 싶다는 분들 덕분에 낯선 곳에 좀 더 잘 적응하게 됐고요."
-남해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이 사람 덕분에 내가 여기서 잘 살고 있구나'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저는 일단 처음 일했던 펜션 사장님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남면에서 바비큐로 유명한 더파티펜션인데, 그 펜션에서 1년 정도 살면서 일을 해서 거의 매일 보는 사이였어요. 저보다 한 10년 먼저 귀촌하신 분이라 일하는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어요. 뭐 먹을 게 생기면 항상 챙겨 주시고, 월급을 주시는데도 더 챙겨 주시고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좋은 예를 가까이서 봤던 것 같아요. 그분의 울타리에서 지냈던 시간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나올 때 감사해서 울었어요."
-반대로, 나래 씨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된 적도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삶을 통틀어서, 지금의 나를 살게 해준 사람을 한 명 떠올린다면 누구인가요?
"귀촌을 고민할 때 사람은 아니고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카루스 이야기>라는 책의 한 대목에 고액 연봉과 고속 승진이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도시로 훌쩍 이사를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요. 큰돈을 벌기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확실한 시스템에서 용감하게 걸어 나왔다는 구절이 내려올까 말까 망설이던 제 마음을 잡아줬어요."
-사람이 아니라 책의 영향을 받으셨다고 답변한 분은 처음인데, 책방지기로서 너무 바람직한 답변이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남해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나요?
"예전에는 지친 도시의 삶에서 쉼과 편안함을 찾는 저만의 휴양지, 안식처 같은 로망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냥 삶의 터전이에요. 그동안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삶의 형태를 여기서 많이 보다 보니 저도 많이 바뀌었고, 그러다 보니 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일단 동심제과를 한 50살까지는 하고 싶어요. 관절이 무사할 때까지 잘 꾸려나가면 또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얘기하다 보니 좀 더 편안한 집도 하나 갖고 싶네요. 지금은 그 정도인 것 같아요."

/박수진 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귀촌 전문가
☞ 필자는 아름다운 섬 남해를 닮고 싶은 작은 서점, 아마도책방을 운영한다. 반려묘 바람, 노을, 별, 달과 함께 남해에서 어느덧 열 번째 해를 맞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