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탓 말라"지만 사법부 갈수록 '내란 봐주기' 의심

임병선 에디터 2026. 10. 26. 17: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장 법사위 감사 “재판에 관여 안해”
한덕수·박성재 감형, 윤석열·오세훈 무죄 판결
이재명 파기 환송 재판 중단 결정한 판사 대신
구회근 판사,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 7부 맡아
제넨셀 김승원 후보자 재수사 필요 판결문 적시
다음 수순으로 최상목의 이진관 기피 인용 우려
2월 인사, 이재명에 맞설 진용 갖추기 나설 수도
지금이라도 탄핵에 나서 흐름 끊어야 할텐데···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 도중 "조희대 사법부가 '어떻게 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대법원은 하급심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지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해 원심을 뒤집은 항소심 판결 등을 거론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노 처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이성윤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무죄 판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내란 항소심 (8년) 감형 판결을 언급하며 "대법원장이 내란 세력의 편에 선 것 아닌지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조희대 법원은 내란을 심판하거나 척결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노 처장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대표이지만 하급심 재판에 대해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각 재판부에서 독자적으로 증거와 사실관계에 따라서 유무죄를 정하고 형량을 정할 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에서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조희대 사법부가 어떻게 했다고 하는 말씀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 사건 판결을 거듭 지적하는 민주당 김기표 의원의 말에는 "개별 사건에 대해 행정처장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만약 판결에 어떤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상소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 무죄 판결과 한 전 총리 감형 판결 말고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16년) 감형 판결, 5·18 폭동 발언 무죄 판결,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판결 등 일련의 사법부 판단들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무력화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법부 수장은 심지어 인사권을 남용해 자신의 정치적 의도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관들을 배치해 왔다는 의심을 받았다. 사법부 수장의 정치적 행위가 법원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쳐 법관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부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노 처장은 오후 국감 도중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인사권과 행정권, 심판권까지 대법원장이 다 갖고 있다"며 대법원장 1인에게 사법부의 모든 권력이 집중돼있다고 지적하자 "사법부에 대한 지나친 폄하"라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대법원장은 (심판권) N분의 1을 갖고 있다"면서 "법관 인사는 대부분 외부 인사로 꾸려진 법관인사위원회를 거치고, 이후 대법관회의를 거쳐 최종 인사가 이뤄진다.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인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노 처장은 "대법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법원 판단 내용이 달라지거나 인사가 변한다는 건 세계적 수준에 이른 사법부를 지나치게 폄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사법부가 내란 단죄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처음 보여준 것은 '이진관 판결 뒤집기'였다. 이진관 재판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사건, 김건희 관련 3대 의혹(명태균 여론조사, 도이치 주가조작, 통일교 알선수재) 사건이다. 

이진관 재판부는 그동안 내란 사건에 걸맞는 특유의 법논리로 특검의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기존 판결을 뒤집어 단호한 내란 판결을 내렸다. 한 전 총리와 김건희 사건은 대법 전원합의체가 선고 기일을 각각 사흘과 하루를 앞두고 갑자기 가져갔고, 윤 전 대통령은 무죄가 선고됐으며, 박 전 장관은 무려 16년이 감형됐다.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장면을 중계(전자는 녹화, 후자는 생중계)하도록 승부수를 던진 구회근 부장판사는 과거 다른 사회적 쟁점에서도 주목받는 판단을 내렸다. 2020년 12월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항소심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 시각을 허위로 기재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와 관련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23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과 이용수 할머니 등 국내 피해자 1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일본 정부가 피해자 1인당 위자료 2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24년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신청을 기각·각하했다. 당시 결정문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의사들의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수단도 아니라는 취지의 지적이 담겼다.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 박주영·송미경 고법판사)는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중단을 결정했다.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84조를 해석한 결정이었다. 이 결정 덕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올해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이재권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의료 전담)로 옮겼고. 그 자리에 구회근 부장판사가 들어왔다. 선거 관련 사건들을 맡아 정치권과 직결되는 판결,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재판들을 맡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2억 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사전 협의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제공한 조력을 정치적 이익으로 평가하는 것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지난 23일에는 오 시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조사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신 부담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시장직을 잃을 수 있는 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검찰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구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요청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유죄라는 의심이 남더라도 검찰이 혐의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도 제시했다.

공판 과정에서 구 부장판사가 증인의 답변을 직접 정리하고 신문을 통제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명씨가 질문의 핵심에서 벗어난 설명을 이어가자, 재판부는 여러 차례 답변을 간결하게 하고 질문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제넨셀 창업자 강모씨의 신약 개발 관련 청탁 사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강씨가 브로커 양모 씨를 통해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양씨에게 투자금 6억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1심은 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지만, 6억원이 청탁의 대가라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구회근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강씨가 양씨에게 건넨 6억원을 알선 청탁의 대가로 인정하고 형량도 높였다. 김 전 후보자가 신약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의 규모를 알면서 관련 요청에 협조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났던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해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재수사의 길을 열었다. '윤석열 검찰'도 못한 김승원 기소를 법원이 밀어 붙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명씨의 진술이 타당하다고 고개를 끄덕인 재판부가 오 시장의 같은 법률 위반 사건에서는 명씨의 진술이 믿을 만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사건에서는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한지를 따져 무죄를 선고한 반면, 제넨셀 사건에서는 제대로 신문도 하지 않은 김 후보자와 양씨 사이에 청탁 대가가 인정된다고 보고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10.26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대로 멈출 리도 없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신청한 이진관 재판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이 대법원장의 다음 수순 아닐까 짐작한다. 지난해 12월,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완규 전 법제처장, 정진석 전 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한데 모아 기소했다. 최 전 부총리 혐의는 2개(직무유기, 위증)다.

대통령 권한대행 때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중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정당한 사유없이 보류한 혐의(직무유기)와 한 전 총리 내란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읽었으면서도 본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위증)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에 배당돼 1월 19일 첫재판(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최상목은 변론 분리를 요청했다.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일주일 앞둔 2월 13일, 최상목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최상목 재판은 중단됐다.

대법원은 최 전 부총리의 재항고를 받고 다섯 달이 되도록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같이 기소된 한 전 총리,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등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됐다. 최 전 부총리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인용하면 대법원의 칼끝은 더욱 분명해진다.  

내년 6월 퇴임을 앞둔 조 대법원장이 2월 법원 정기인사를 그냥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나치게 안이한 것일 수 있다. 퇴임 전 마지막 법원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곳에 배치하고 원치 않는 사람은 빼는 식으로 법원을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맞서는 조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한 발 나아가 지난해 대선 직후 무기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파기환송심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2~3월쯤 대법원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취소'(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도 있다. 이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확정된 법논리는 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 무기 중단된 재판을 재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헌법 84조 해석을 달리하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구회근 재판장이 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윤 전 대통령 무죄 선고 이후 '이진관 판결 연쇄 무력화→오세훈 무죄→법원 인사→윤석열 공직선거법 유죄→이재명 공직선거법 재판 재개→조희대 퇴임'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렸다. 일관되게 그 흐름의 밑바탕에는 내란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법부로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는 보호 본능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이 시점에 그 흐름을 끊으려면 조 대법원장 탄핵 밖에 없다는 것이 진보 진영 내 뜻있는 이들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차근차근 국정조사를 벌인 뒤에 조 대법원장의 탄핵 준비를 밟겠다는 느긋한 자세다. 

byeongseon1610@mindlenews.com

"시민언론 민들레는 상업광고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입니다.
시민들의 작은 후원이 언론 지형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후원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