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최고가제 '물가냐 재정이냐' 딜레마…산업부 "당장 종료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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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7개월을 넘기면서 출구전략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p)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최고가격제가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조금 더 지속할 여력은 있다"며 "장기적인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4분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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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장기적 제도 아냐"…산업부 "종료 조건 재검토, 내년은 정해진 것 없어"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7개월을 넘기면서 출구전략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끌어내린 효과는 뚜렷하지만, 정유사 손실을 메워주는 재정 부담이 쌓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머물고 중동 정세도 불안정해 당장 제도를 거둬들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시행 당시 예비비 4조 2000억 원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 4분기 손실 보전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았다. 아직 1차 정산도 마무리되지 않아 실제 부담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고, 내년 시행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유가도 너무 뛰어 있고 중동 상황도 불안정해 지금 갑자기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 이야기 나오는 것처럼 (제도 운영이) 길어졌다거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딱 중단해야 할 때냐는 것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정부 "물가 0.6%p 낮춰"…산업연 "휘발유 L당 240원 인하 효과"
26일 정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p)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일 물가관계부처회의에서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9월 물가 상승률이 2.9%가 아닌 3.5%에 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했다. 같은 주유소에서 규제 대상인 보통휘발유와 비대상인 고급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비교한 결과, 최근 구간(6월 27일~9월 16일) 보통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는 리터(L)당 약 240원으로 추정됐다. 시행 초기 약 46원에서 3월 말~6월 약 166원으로 커진 데 이어 확대된 것이다. 이 기간 실제 평균 가격은 1868원이었지만 제도가 없었다면 2107원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장기적 제도 아냐"…확정 재원은 9월분까지
다만 장기화에 따른 출구전략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최고가격제가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조금 더 지속할 여력은 있다"며 "장기적인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과 휘발유 소비 증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재정 부담 부분까지 당연히 감안해서 이후에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현재 확정된 손실 보전 재원은 예비비 4조 2000억 원으로, 9월분까지다. 산업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서 시장가격과 최고가격 차이가 L당 100원 벌어질 때마다 보전액이 약 1조 5000억 원씩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올해 4분기분은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에 '석유가격안정화지원' 사업으로 1조 4497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4분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이다. 다만 국회 심사를 거쳐야 확정되며, 내년 시행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산업연 보고서는 "국제가격이 다시 급등하거나 시장의 하락 전가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날짜 기준 종료가 가격 반등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종료 원칙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원칙을 공개된 지표와 예측할 수 있는 검토 절차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유류세 조정과 지원 축소가 동시에 이루어져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 간 시점 조율도 필요하다"며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 지출 절감액과 실제 손실보전액·관리 비용을 동일 기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고가격제 고시에는 종료 시점 없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폐지한다'는 규정만 있다. 정부는 4월 고시를 개정하면서 최고가격 산정 때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부 "종료 조건 재검토"…내년 시행은 "정해진 것 없어"
산업부는 지난 16일 11차 최고가격을 10차 수준으로 동결했다. 9월 석유류 물가가 전년보다 14.8% 오르는 등 에너지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휘발유 소비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9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3.0% 늘었지만 추석 연휴 영향이 컸고, 10월 1~2주에는 5.5%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행 이후 누적 판매량은 휘발유 1.7%, 경유 7.6%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조건이 바뀐 건 없지만 상황 장기화에 대한 고민은 있다"며 "(종료) 조건을 다시 고민하고 관계 부처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내년에 하게 되면 본예산으로 할지, 특별한 상황으로 봐서 예비비로 할지는 예산처를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히 내년까지 생각하는 건 없고 그전에 끝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산은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 1차 정산 대상인 3월 13일~6월 30일 손실분에 대해 정유 4사가 9월 30일까지 자료를 제출했고, 산업부는 11월 말 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정산에서 기준이 마련되면 2·3차 정산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고가격제와 같은 고시에 묶인 석유제품 수출 제한은 완화가 검토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내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제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 의무공급량을 적정하게 줄이고 정유사들의 수출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도입이 충분하고 이 정도 수출해도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하면 수출을 승인해 줘도 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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