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친구의 먹이’는 덜 빼앗았다

송혜진 기자 2026. 10. 26. 1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혜진의 한입 과학] 침팬지 26마리 관찰·실험
친구 먹이 덜 빼앗아
우간다 은감바섬 침팬지 보호구역에 사는 침팬지, 파사와 요요./Innocent Ampeire·스톤게이트 윌더니스 포토그래피

줄 하나만 당기면 친구의 파인애플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암컷 침팬지 ‘요요(Yoyo)’는 그러나 줄을 등지고 돌아앉았다. 아예 실험하는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친구 ‘파사(Pasa)’의 먹이를 빼앗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침팬지도 친구의 먹이는 덜 훔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버클리의 오데드 리토브 연구원과 얀 엥겔만 교수, UC샌타바버라의 로라 루이스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침팬지 2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국제 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에 실렸다. 침팬지도 친구가 손해 볼 행동은 자제한다는 것이다.

◇침팬지도 친구 파인애플은 덜 뺏는다…파사와 요요의 ‘우정’

우간다 은감바섬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사는 요요(Yoyo)와 파사(Pasa)는 이미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된 유명한 단짝 침팬지다. 두 침팬지는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함께 자랐다.

과거 연구 기록에 따르면 요요는 1998년 말, 파사는 1999년 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파사는 생후 약 6개월이던 2000년 5월 22일, 요요는 약 두 살이던 같은 해 11월 14일 보호 구역에 들어왔다. 둘 다 야생에서 태어나 구조됐다.

두 침팬지가 언제 어떻게 단짝이 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2021년 영국 인디펜던트는 둘을 친구로 소개하면서, 파사가 요요에게 막대기로 전기 울타리를 들어 밑으로 빠져나가는 법을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지금도 둘은 함께 쉬고, 서로 털을 골라주며 먹이를 나눈다.

연구팀은 파사와 요요를 포함해 이곳 은감바섬에 사는 침팬지 26마리를 800시간 동안 관찰하면서 누가 누구와 친한지 먼저 확인했다. 누구의 털을 자주 골라주는지, 누구와 몸을 맞대거나 가까이 머무는지, 함께 먹이를 먹는지 등을 살폈다. 이를 토대로 각 침팬지의 친구, 별로 친하지 않은 동료를 구분했다. 상대의 성별과 서열도 맞춰 정리했다.

이후엔 침팬지 두 마리씩 짝지어 실험을 했다. 통로를 사이에 놓고 각각 방에 들어가게 했다. 두 침팬지는 서로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직접 접촉할 수는 없었다. 한쪽에는 파인애플을 담은 쟁반을, 다른 쪽에는 쟁반에 연결된 줄을 놓았다. 상대가 먹기 시작하면 줄을 당겨 쟁반을 자기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어떤 침팬지는 들어오자마자 쟁반을 홱 잡아당겼다. 반면 또 다른 침팬지는 줄을 살펴보다 놓아버렸다. 요요의 경우엔 아예 줄을 등지고 돌아앉았다. 파사의 먹이를 빼앗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상대가 친구일 때 침팬지가 그 먹이를 빼앗은 비율은 61%, 친하지 않을 때 빼앗은 경우는 70%였다. 친구의 먹이도 절반 이상 빼앗았지만, 같은 침팬지도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행동했다. 반면 상대방 없이 장치 사용법을 익히는 연습에서 침팬지들은 매번 줄을 당겨 파인애플을 먹었다. 방법을 몰라서 먹이를 포기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친구에게 뺏기면 더 화냈지만…나중엔 누그러졌다

먹이를 빼앗겼을 때의 반응도 흥미롭다. 침팬지들은 바닥을 두드리고 비명을 지르거나 몸을 긁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처음 친구에게 먹이를 빼앗겼을 때 더 격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진은 친구에게 더 나은 대우를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험이 반복되면서 친구에게 보이는 부정적 반응은 누그러졌다.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반면 비슷한 수준의 분노를 계속 보였다. 물론 이를 곧바로 ‘용서’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친구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고 반응을 억눌렀을 수도 있고, 한 번 먹이를 빼앗긴 뒤 기대를 낮췄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상대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 침팬지의 능력이 인간의 우정과 도덕성 진화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