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살 룰라, 고집 꺾고 ‘SNS 전사’ 변신…최고령 대통령 취임 예약

김미향 기자 2026. 10.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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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 결과를 뒤엎고 결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룰라 대통령은 이번 선거 과정만큼이나 역동적인 정치 인생을 살아왔다. 가난한 농부 부부의 일곱번째 아들인 '흙수저' 출신으로 태어나 금속 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이끌며 정치에 입문, 결국 대통령이 돼 4선까지 이르게 됐다.

노동자당(PT) 소속인 룰라 대통령은 81살의 나이로 내년 1월5일 네번째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매체는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며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자, 대통령으로 4선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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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폰도 없었는데…직접 촬영 영상 올려
내년 1월5일 네번째 임기 시작할 예정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첫 4선·첫 결선 역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결선 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차 투표 결과를 뒤엎고 결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룰라 대통령은 이번 선거 과정만큼이나 역동적인 정치 인생을 살아왔다. 가난한 농부 부부의 일곱번째 아들인 ‘흙수저’ 출신으로 태어나 금속 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이끌며 정치에 입문, 결국 대통령이 돼 4선까지 이르게 됐다.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는 2026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생애를 재조명하며, 그가 또하나의 역사적 업적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당(PT) 소속인 룰라 대통령은 81살의 나이로 내년 1월5일 네번째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매체는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며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자, 대통령으로 4선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노동자라는 출신부터, 역대 행정부 수반 중 최고 지지율 달성, 수감 후 재집권까지 룰라의 이력은 ‘최초’의 연속이었다. 룰라는 1945년 브라질 북동부의 작은 도시 가라늉스에서 가난한 농부 부부의 여덟 자녀 중 일곱 번째 자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상파울루로 이주해, 어려서부터 가난한 살림에 보태기 위해 땅콩 장수, 염색 보조원, 전화 교환원, 구두닦이, 사무실 심부름꾼 등 다양한 일을 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그의 학력의 전부다. 14살 때 나사 공장에서 첫 정규직이 된 뒤 선반공 과정을 수료해 금속 노동자로 수년간 일했다. 17살 때 선반공으로 일하던 중 사고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기도 했다.

이후 룰라는 금속노동조합에서 노동자 파업을 이끌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때 자신의 이름 루이스를 줄인 ‘룰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노동운동을 이끌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는 등 고초를 겪었지만, 1980년 노동자당 창당을 주도해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1986년 상파울루주 연방 하원의원에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공직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브라질 민주화 이후 첫 번째 직접 선거가 치러진 1989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세번의 낙선과 네번의 도전 끝에 2002년, 57살의 나이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해 2010년까지 헌법상 가능한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헌법에 따라 다시 출마가 가능해지자 2022년 3선에 성공했고, 2026년 또다시 승리해 4선 고지에 올랐다.

12년 가까이 대통령을 지낸 그는 주요 성과로는 빈곤 탈출, 복지 확대, 경제 성장, 외교력 증대 등이 꼽힌다. 먼저 그의 최우선 목표는 현금 지원 등으로 빈곤층을 절대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며, 브라질을 경제 대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이었다. 빈곤층 가정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하고 예방접종도 받게 하는 복지 정책 ‘보우사 파밀리아’가 그의 대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 서민 가계 소득 향상,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저지, 원주민 주권 보호 등도 그가 주도했다.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지역의 리더이자 세계 진보 진영의 주요 지도자로서 브라질의 외교력을 향상시킨 것도 그의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 후반 브라질 경제의 황금기를 만든 그가 임기를 마치고 2010년 퇴임할 당시 87%라는 누구도 다시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한 후인 2018년 그는 정치 인생 중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부패와 자금 세탁 혐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그는 약 1년7개월 감옥 생활을 하고 출소했다. 2021년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수사 과정의 불공정성과 재판 과정의 문제점을 이유로 모든 처벌을 무효화하고, 그를 복권시켰다. 이후 202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꺾고 3선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룰라 대통령이 4선 고지에 오른 과정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 야권 대선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에게 패배하면서 결선 승리 가능성이 어두워졌다. 1985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단 한 번도 1차 투표에서 진 사람이 결선에서 역전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3~4위 군소 후보도 보우소나루 지지 선언을 하며 룰라를 코너로 몰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도 룰라 관련 게시물 노출이 제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룰라 대통령은 주어진 3주 동안 서민층에 호소하는 공약들을 쏟아내며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브라질 상원도 주5일제 도입 법안을 통과시키며 측면에서 지원했다. 개인 휴대전화도 없던 그는 고집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룰라의 선거 캠프는 결선투표 당일인 25일 대중교통 문제 등을 이유로 투표 마감 시간을 2시간 연장해 달라고 연방대법원에 급히 요청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브라질 최대 방송사인 ‘지원’(G1)은 “역사상 유례없는 대역전극”이라 칭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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