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이창호, 세계 바둑 첫 2000승

양승수 기자 2026. 10.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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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40년 2개월 만에 대기록
동갑내기 최명훈에 흑 불계승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17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이벤트 대국 이후 이창호 9단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이창호(51) 9단이 세계 바둑 사상 처음으로 통산 2000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열한 살에 프로에 입문한 지 40년 2개월 만이다.

이창호(수소도시완주)는 26일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린 2026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11라운드에서 최명훈(51·효림) 9단을 20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었다. 통산 전적은 2831전 2000승 1무 830패(승률 70.7%). 지난해 12월 스승 조훈현 9단의 종전 최다승 기록(1968승)을 넘어선 데 이어 처음으로 2000승 고지를 밟았다. 이창호는 “2000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게 돼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기쁘다”며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바둑을 계속해서 둘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1986년 8월 제62회 승단대회에서 조영숙 초단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다. 이후 2000년 10월 1000승(상대 안조영 6단), 2010년 1월 1500승(최철한 9단), 2024년 9월 1900승(유창혁 9단)을 차례로 달성했다. 전성기가 지난 뒤에도 레전드리그 등에서 꾸준히 승수를 보탰다.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52승을 거뒀다.

지나 5월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17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이벤트 대국 이후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2000승은 오랫동안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師弟)가 함께 바라보던 기록이었다. 2021년 2월 통산 1800승을 달성했던 이창호보다 조훈현이 1955승으로 155승 앞서 있었다. 당시 연간 20승 안팎을 거두던 이창호가 2000승에 도달하려면 10년가량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레전드리그 등 시니어 대회에 출전하면서 승수를 쌓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해에는 52승 15패를 기록했고, 올해 2000승을 완성했다. 2000승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가 이날 경기를 며칠 앞두고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시작 전까지 부담이 됐는데, 막상 시합에 들어가고 나서는 잊고 내 바둑을 뒀다”고 했다.

이창호(오른쪽) 9단이 26일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린 2026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11라운드에서 최명훈 9단을 20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었다. /한국기원

2000승 상대인 최명훈은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각종 타이틀전에서 맞붙었다. 이날 두 사람의 52번째 대결에서도 이창호가 이기면서 상대 전적은 38승 14패가 됐다.

이창호는 1989년 KBS바둑왕전에서 만 14세 1개월로 첫 타이틀을 따냈고, 1992년 동양증권배에서 만 16세 6개월로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정확한 형세 판단과 끝내기로 세계 바둑을 평정하며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17차례 우승했다. 2005년 농심신라면배에선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일본 기사 다섯 명을 연파하고 우승을 이끈 ‘상하이 대첩’을 일궜다.

2000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로 중국의 창하오(50) 9단과의 2001년 제4회 잉씨배 결승을 꼽았다. 한 살 아래인 창하오는 이창호와 같은 해인 1986년 입단해 세계대회 결승에서 다섯 차례 맞붙은 경쟁자이자 오랜 친구다. 이창호는 결승에서 창하오를 3대1로 꺾고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는 “질문받을 때마다 내 대답이 바뀌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한국기원은 다음 달 3일 이창호의 통산 2000승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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