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황홀…마라톤 ‘러너스 하이’, 대마초 성분 전달체계와 연관 [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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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아난다마이드'라는 물질의 혈중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아난다마이드의 혈중 농도는 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아난다마이드가 달리는 동안 꾸준히 증가한 것과 달리, 2-AG는 마라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유의하게 증가했다.
즉, 불안 감소 효과는 아난다마이드의 지속적인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강한 행복감을 경험하려면 울트라마라톤의 상대적으로 느린 주행 속도와는 다른, 일반 마라톤에서 나타나는 특정 운동 강도 조건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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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아난다마이드‘라는 물질의 혈중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난다마이드는 대마초의 주요 향정신성 성분인 THC와 일부 동일한 뇌 수용체에 작용한다. 쉽게 말해 달리기로 활성화될 수 있는 신경 신호 전달 체계와 대마초 성분이 작용하는 신경계가 일부 겹친다는 의미다.
국제 학술지 ’BMC Medicine’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를 비롯한 독일의 여러 연구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실제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혈액을 분석해 장시간 달리기가 기분과 통증 조절에 관여하는 체내 물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장시간 달려 힘든 와중에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으로 흔히 묘사되는 러너스 하이는 한동안 운동 중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엔도르핀의 작용을 차단해도 러너스 하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은 기분과 불안, 통증 등을 조절하는 인체 고유의 신호 전달 체계다. 대마초의 THC에 반응하는 것도 이 시스템이다. 다만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와 대마초 사용 시 나타나는 반응이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먼저 잘 훈련된 성인 남녀 러너 19명을 대상으로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뛰게 한 뒤 1~2개월 후 마라톤 완주에 걸린 시간만큼 걷는 실험을 진행했다. 운동 시간은 같게 유지하면서 운동 강도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마라톤은 약 14㎞의 순환 코스에서 진행됐으며, 14㎞와 28㎞ 지점, 완주 직후 혈액을 채취했다. 이후 45분간 휴식한 뒤에도 추가로 채혈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아난다마이드의 혈중 농도는 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완주 후 45분이 지난 시점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시간 동안 걸었을 때도 아난다마이드 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했지만, 변화 폭은 달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단순히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00·160·230㎞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한 남녀 선수 36명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서도 경기 후 아난다마이드 농도가 출발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 내 다른 체내 신호 전달 물질인 ‘2-AG’는 아난다마이드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아난다마이드가 달리는 동안 꾸준히 증가한 것과 달리, 2-AG는 마라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유의하게 증가했다. 울트라마라톤에서도 경기를 마친 후 농도 증가가 확인됐다.
이는 두 물질이 장시간 운동에 반응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난다마이드는 달리는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2-AG는 상대적으로 늦게 증가해 운동 후 회복 과정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장시간 달리기와 걷기는 참가자들이 느끼는 감정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마라톤을 달렸을 때는 같은 시간 동안 걸었을 때보다 행복감이 유의하게 높았고 불안감은 낮았다.

마라톤에서는 28㎞ 지점을 지난 뒤 통증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러너스 하이와 관련된 통증 완화 작용이 있더라도 장거리 달리기 중 누적되는 신체적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울트라마라톤 참가자들에게서는 경기 후 불안감은 감소했지만 통증은 증가했고, 행복감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러너스 하이를 구성하는 여러 감각, 즉 행복감과 불안 감소, 통증 변화가 반드시 같은 생리적 경로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운동 시간뿐아니라 강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추가 분석에서 운동 후 엔도카나비노이드 농도는 100~230㎞ 울트라마라톤보다 일반 마라톤에서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일반 마라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로 진행되는 반면, 울트라마라톤은 긴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낮은 강도를 유지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같은 시간 동안 걸었을 때 아난다마이드 농도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사실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즉, 불안 감소 효과는 아난다마이드의 지속적인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강한 행복감을 경험하려면 울트라마라톤의 상대적으로 느린 주행 속도와는 다른, 일반 마라톤에서 나타나는 특정 운동 강도 조건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제 장거리 달리기 도중 채취한 혈액을 분석해 체내 신호 전달 물질의 변화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뇌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며, 아난다마이드 증가가 행복감이나 불안 감소를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장거리 달리기 중 나타나는 행복감과 불안 감소, 통증 변화의 복잡한 생리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186/s12916-026-05186-z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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