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태원 참사 4년…삶이 무너진 유가족, 우리 곁에도 있다

전북CBS 남승현 기자 2026. 10. 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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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아버지는 전북 전주역으로 향했다.

전주시의회 진보당 최한별 의원(송천1·3동)은 26일 고 문효균 씨 가족의 사연을 소개하며 전주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한 기억·회복·연대의 공간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기억과 소통을 위한 공간인 '별들의 집'이 마련된 것처럼 전주에도 유가족들이 언제든 찾아와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 공간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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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도 10명 희생…최한별 전주시의원, 유가족 기억·회복 공간 조성 촉구
"참사는 서울에서 일어났지만, 그 아픔이 어떻게 전주의 일이 아닐 수 있겠나"
한옥마을 분향소 넘어 안정적인 실내 공간 마련해야…다른 참사 유가족에도 개방
희생자를 기억하고 서로의 아픔 보듬는 공간…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전북 전주 풍남문광장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주합동분향소. 남승현 기자


명절이면 아버지는 전북 전주역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아들을 마중하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부모에게 아들은 언제나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존재였다.

2022년 10월 29일에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는 한 가족의 일상을 영영 바꿔놓았다.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고 문효균 씨는 1992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다 초등학교 때 전주로 돌아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후 IT 개발자가 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명절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아버지는 어김없이 전주역에서 기다렸다.

1주일에 2~3번 통화하며 안부를 물었다. 참사 이틀 전 어머니는 담근 김치를 들고 서울에 올라가기로 약속했었다. 수육에 김치를 싸 먹자던 아들의 대답이 마지막이었다.

아들의 읽음표시가 사라지지 않은 어머니 카카오톡 메시지. 남승현 기자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는 4년이 흐른 지금도 묻고 있다. 아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그날 무엇을 했는지, 왜 그렇게 많은 생명을 지키지 못했는지.

전북에서도 10명이 희생됐다.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다.

지역 유가족들은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전주 풍남문 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그곳에서 희생자를 기억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산업재해와 학교폭력 등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도 분향소를 찾아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했다. 서로 다른 아픔을 겪은 이들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는 유가족들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사회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주시의회 진보당 최한별 의원(송천1·3동)은 26일 고 문효균 씨 가족의 사연을 소개하며 전주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한 기억·회복·연대의 공간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전주의 품격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아픔을 겪은 시민을 보듬는 데서도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분향소에서 이어진 만남과 연대가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시도 최근 유가족들과 만나 추모공간 조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유가족들 역시 안정적인 공간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누군가는 참사가 발생한 곳도 아닌 전주에 왜 그런 공간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면서도 "참사가 일어난 곳은 서울이지만, 그 참사로 삶이 무너진 가족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고 있다. 그 아픔이 어떻게 전주의 일이 아닐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기억과 소통을 위한 공간인 '별들의 집'이 마련된 것처럼 전주에도 유가족들이 언제든 찾아와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 공간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생자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과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나누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되새기는 장소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분향소에 붙은 포스트잇. 남승현 기자


법적 근거도 제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및 유가족단체와 협의해 공동체 회복을 위한 복합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률에 따른 추모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도 규정하고 있다. 올해 제정된 '생명안전기본법'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억·추모 관련 책무를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전주시에 풍남문 광장 분향소의 향후 운영 방향을 유가족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기억과 추모 기능이 단절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이 언제든 찾아와 소통하고 회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실내 공간을 조성하고, 다른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법률에 따른 국가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한옥마을을 품은 문화유산 도시 전주의 품격이 어디에서 완성되는지 되짚었다.

"도시의 품격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문화유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픔을 겪은 시민을 외면하지 않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누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행정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삼는 것 역시 우리가 지켜야 할 공동체의 가치입니다. 전주가 서로의 삶을 보듬는 도시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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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남승현 기자 n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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