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외로움이 노년의 모습 전부는 아닙니다”

이진구 기자 2026. 10. 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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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결국 다가오는 노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은 돌봄, 질병, 외로움, 상실 등의 시간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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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17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지웅 스님. 그는 “젊은 창작자들이 노인을 작품에서 무조건 외롭거나 고집스러운, 반대로 지혜롭고 따뜻한 존재 등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그리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노인 이야기를 잘 만든다는 건 노인을 특별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라 깊이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제공

누구에게나 결국 다가오는 노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은 돌봄, 질병, 외로움, 상실 등의 시간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27~30일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주최 서울시·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노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꿈을 꾸고, 사랑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지웅 스님은 2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노년의 삶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마주하게 될 삶의 한 과정”이라며 “영화제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영화제가 있습니다.

“일반 영화제에서도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노년의 삶을 지속해서 조명하고, 노년층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표현할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요. 노인을 누군가가 대신 이야기해 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창작의 주체로 세대 간 서로 다른 삶을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요.”

―올해 영화제 주제가 ‘이어짐’인 것도 그런 까닭인지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과거와 현재, 창작자와 관객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노년의 삶이 어느 한 시점에 머무르고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경험을 쌓으며 그 만남이 또 다른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노년을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요.

“질병, 외로움 등 흔히 우리가 노년이라고 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할 수 없지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 욕망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고자 합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노인들은 이렇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이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라고 느꼈으면 하지요.”

―노년층을 위한 영화감독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년층이 관람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창작에 나설 기회를 주고 싶어서요. 해외 작품들은 국내보다 노년의 독립적 선택이나 새로운 도전 등을 다룬 작품이 많아요. 어르신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면 아무래도 기존 시각과는 다른 내용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지요.”

―개막작으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제78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상을 받은 작품인데, 손녀의 결혼식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49재에 가고 싶어 하는 여성 노인 영순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여성 노인을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랑과 욕망을 가진 한 사람으로 그려낸 작품이지요. 흔히 우리는 노년이 되면 자기 욕망보다 가족을 위한 역할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익숙한 시선에 질문을 던지지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삶을 쉽게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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