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신 운구차에 남편 장화가…" 지게차 참변에 유족들 울분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6. 10.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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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소식 듣고도 믿지 않다가 시신 운구차에서 남편 장화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지난 25일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게차 사망사고 노동자 A(44)씨의 아내는 이같이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 아내는 "하귀농협 지게차 사고를 보고 남편 일에 걱정이 많았다. 계속 걱정하니깐 남편이 '내가 조심히 할 게'라고 했었다. 그런데 비슷한 사고로 하늘나라로 갈지 몰랐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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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에 또 무면허 지게차 사망사고…"왜 비극 반복되나" 울분
A씨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고상현 기자


"사고 소식 듣고도 믿지 않다가 시신 운구차에서 남편 장화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지난 25일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게차 사망사고 노동자 A(44)씨의 아내는 이같이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당일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와서 걱정돼서 남편에게 여러 번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 연락을 잘 받는데 안 받아서 이상했는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

A씨의 8살, 11살, 12살 어린 세 자녀는 상복을 입은 채 어머니 곁을 따라다녔다. 그 중 8살 막내는 아버지의 죽음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듯 장례식장 곳곳을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녔다.

도내 모 화물운송업체 소속 직원인 A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20분쯤 제주시 구좌읍 한 목장에 축협에서 발주한 축산 사료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지게차 전도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5톤 화물차량에 실린 디젤 지게차(2.9t)를 직접 몰아 차량 적재함 뒤에 설치된 상하차용 경사로(자동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지게차가 미끄러졌고 옆으로 쓰러지며 깔렸다. 당시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유족은 "2초도 안 돼 지게차가 반 바퀴 돌며 전도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는 A씨 혼자 있었다. 홀로 차량 적재함에 있는 사료를 옮기기 위해 지게차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발생 20여분 뒤 목장주가 A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사고 현장 모습. 고상현 기자


특히 A씨는 지게차 면허증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에 투입됐다. 올해 6월 제주시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지게차 전도사고로 숨진 20대 노동자도 무면허 상태였다. 4개월 만에 제주에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때문에 A씨 유가족은 "왜 비극이 반복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A씨 아내는 "하귀농협 지게차 사고를 보고 남편 일에 걱정이 많았다. 계속 걱정하니깐 남편이 '내가 조심히 할 게'라고 했었다. 그런데 비슷한 사고로 하늘나라로 갈지 몰랐다"며 울먹였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정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한다. 그런 직원이라면 회사가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는데, 회사도 '설마 사고가 나겠어' 하고 그냥 놔뒀던 거다. 회사는 이제 와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안전불감증"이라고 했다.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해당 화물운송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1톤 화물차량을 몰며 축협에서 발주한 사료 배달 일을 했다. 올해 4월부터는 5톤 화물차량을 타고 주5일 이른 새벽부터 오후까지 사료 배달 일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A씨 아내는 "남편이 가정적이었다. 바쁜 일 와중에도 애들 밥도 직접 챙겨주고 지극정성이었다. 애들도 아빠가 가장 우선이었는데 허망하게 가버렸다. 막내도 어른들 말을 들어서 그런지 '왜 우리 아빠가 이런 사고를 당했느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힘들고 앞으로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는 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도내 모 화물운송업체 관계자를 수사할 예정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산재예방감독팀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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